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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태만 복지공무원 처벌강화 추진?

by 하트입술 2009. 2. 28.

조금 전, 기사를 보다, "업무태만 복지공무원 처벌강화 추진"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를 봤다.

한나라당 한선교 국회의원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업무에 대해 "사회복지에 관해 필요한 상담과 지도를 한다"고 정의(定義) 형식으로 규정했던 것을 "복지 수요자의 생활실태, 가정환경 등을 파악하고 필요한 상담과 지도의 업무를 해야 한다"고 구체화했다는 것.

얼마 전, 양천구청에서 사회복지업무를 한 기능직 공무원이 20억원을 횡령한 이후, 생색내기용으로 나온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그러나 이 개정안은 현재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현실을 절대 파악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개정안이라는 것!!

한선교의원이.. 아니면 그 보좌진이 한번이라도 동사무소, 혹은 구청 사회복지과를 방문하였더라면...
절대 이런 개정안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현실을 제대로 안다면!!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공무원으로, 공무원 시험을 볼 때에도 일반 행정직과 시험을 치는 과목이 다르다. 사회복지사 자격이라는 제한이 붙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들보다는 경쟁력이 낮은게 사실이긴 하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보다 합격률이 더 높기는 하지만, 실제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일반행정직과 그 위치는 천지차이이다.

구청과 동사무소의 대부분의 직원은 일반행정직. 사회복지직은 극소수.
그러나 전공자라는 이유로..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복지업무는 몇 안되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에게만 몰린다고 한다.
순환보직제인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은 심지어, 사회복지업무가 고되다고 사회복지업무 파트로 발령이 났을 때,
일을 엉망으로 처리하여 다시는 사회복지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 전담요원은 1명 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많은 지역이라면 2명 뿐.. 그러나 1~2명이 처리해야 하는 일은 어마어마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관리를 비롯하여, 보육료 지원, 기초노령연금 지원, 장애수당 지원 기타 등등
사무실 안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만 해도 매일매일 야근을 해도 처리하지 못할 정도의 업무량이다.
거기다.. 수급자에서 탈락했을 때 칼을 들고 와서 위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까지..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며 일하는 공무원이 바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무소의 일반행정직 그 누구도 그 업무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모두 니 일이니깐 니가 해' 그렇게 말할 뿐...
일반행정직과 사회복지직.. 사회복지직은 하급 공무원일 뿐!

대학 동기들 중 공무원 시혐을 봐 현재 9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한숨밖에 안나온다. 현재 동사무소에서 그리고 구청에서 시청에서 어이없는 일들이 어찌나 많이 일어나는지...

친구가 일하는 동사무소에서는 하루에 100통도 안되는 등본을 4명이 나뉘서 떼면서.. 그들 중 1명이 출산휴가를 간다고 공익 중 1명을 그 업무에 투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익 1명의 도움을 받아 혼자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했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인 내 친구는 많고 많은 사회복지업무를 모두 온전히 혼자 수행할 수 밖에 없게 됬으며.. 이후 매일매일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루종일 등본 25통 떼고 있는 일반행정직 공무원...
그리고 경제난에 이런저런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고자 찾아오는 많은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행정업무까지 하고 있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이미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만으로도 번아웃 되어 있는 이들에게 가정방문까지 하라니...
그러니 공무원 과로 1순위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일 수 밖에..

국회의원이라면 법안을 만들기 전.. 최소한 현재 실태를 파악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단지 몇개의 문제가 발견되었다고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을 모두 매도하여 저런식의 법안을 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이가 없고 화가난다.

기형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 모자라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늘어가는 사회복지제도...
결국 새롭게 무슨 정책을 만들어도, 보건복지부에서 시도로, 시도에서 시군구로, 시군구에서 읍면동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누수가 되고 있는 제도들.. 예산들...

전달체계 자체의 문제점이 있는데
단지 맨 마지막 전달체계 최일선에 있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그 문제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한선교의원은 그 점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니.. 저런 얼토당토 않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었겠지...

1급 사회복지사로서, 그리고 사회정책 전공자로서..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가정방문을 통해 실태파악을 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은 사회복지 전달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들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적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에게..
가정방문까지 하라니.. 그리고 그 지역에 문제가 생겼다면 책임을 물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소한다니...

한선교의원!! 당장 당신 지역구 동사무소에 한번 방문해보길!! 꼭!
그리고 그 곳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반드시!

주말에도 출근해서 국민의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일하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
그들의 현실을 안다면.. 아무도 그들을 욕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따위!! 개나 줘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