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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1일차] MBC 라이프, 인사이드 라이프 촬영!

by 하트입술 2010. 7. 11.
7월 11일(일). 최저생계비 체험 11일째!!

어제 낮에 갑자기 MBC 라이프의 <인사이드 라이프>라는 코너에서 촬영 섭외가 와서 OK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촬영팀 2분과 함께 돌아다니며 촬영에 임했습니다. 평소 다른 직종에 있는 사람들보다 카메라를 많이 접하고, 인터뷰도 해보고 했지만 하루종일 함께 하는 촬영은 처음인지라 살짝 긴장을 한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7월 11일 가계부>


촬영팀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10시. 아침에 예배를 들이고 움직여야 해서 7시30분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최저생계비 체험 시작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아침식사로 밥을 먹고 교회를 갔습니다. 그리고 촬영팀과 만난 곳은 교회 옆 편의점. 11시에 마포구청에서 SCG 7월 전체회의가 있어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마침 오늘은 지하철 정액권(39,600원)을 충전하는 날! 그동안 전 가계부 작성 시 지하철비나 버스비 등을 산정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지하철 정액권을 이용하여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 버스를 타긴 하지만, 버스를 탈 때에는 후불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버스를 이용한 교통비는 7월 31일 산정할 예정입니다. 지하철 정액권을 사고나니 잔액이 아주 확 줄어들었습니다.

마포구청에서 SCG 전체회의가 끝난 후 지하철로 여의도로 이동! 평소 택시타면 5,000원이면 5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지하철 6호선, 2호선, 9호선을 타서 국회의사당역 도착! 회의장소인 카페에서 사업개발팀원들을 만나 사업개발팀 팀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마포구청에서도 카페에서도 촬영팀은 중간중간 저를 촬영하고, 함께 있는 SCG 멤버들 인터뷰도 하였습니다. 저 또한 개인 인터뷰를 10분 정도 진행하였구요. 점심은 회의 중 집에서 싸간 바나나 2개로 때우고, 다른 팀원들이 커피를 마실 때 전 집에서 싸간 물을 마셨습니다. 커피가 너무나 마시고 싶었지만... 흑흑! 사업개발팀 회의가 끝나고 촬영팀과는 헤어졌습니다.

                                                   <SCG 사업개발팀 회의 후, 커피 대신 물병>

회의가 끝난 뒤 친구 만나러 대학로! 저렴한 저녁을 어디서 먹나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찾은 성대 앞 명륜골이라는 식당. 불고기백반이 4,000원 이었습니다. 구내식당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는 정말 정말 싼 가격입니다. 김밥천국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치즈불고기백반을 먹는데 들어간 돈은 둘이 8,000원. 1/2 하니 4,000원!

                                                        <명륜골 치즈 불고기백반>

평소 같으면 식사 후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을텐데, 오늘은 그 길로 반포 고수부지로 갔습니다. 반포 고수부지에서 잠수교 분수쑈도 보고 두런두런 수다도 떨고~ 오늘 저녁 날씨는 평소 봄날씨 같지 않게 바람이 서늘한게 덥지도 않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커피 하나 안 들고) 간 곳은 동네 이마트. 저는 옆에서 사지도 않으면서 쫄래쫄래 따라다녔습니다. 여기저기 시식코너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빵도 먹고 그러면서 말이죠. 제가 사진 못해도 옆에서 사는 것 구경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그 덕분에 커피우유 1개 득템! 그리곤 동네 공원 벤치에서 수다떨기...

다행이 저희 동네에는 공원이 참 많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공원이 총 4개! 카페에 가지 않아도 앉아서 수다 떨 곳이 충분한 것이죠. 또한 어제 오늘 비가 오지 않아서 공원 벤치에서 수다 떠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만약에 비가 왔다면? 카페 같은 곳을 들어가야만 했겠죠? 비 맞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죠.

오늘 촬영을 하면서 지난 10일을 다시 되돌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촬영 도중 "왜 체험을 시작했는지?", "체험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체험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이 체험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아끼고 아껴도 최저생계비는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조사비 등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진행하며, "아 이게 방송이 되면 욕을 많이 먹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들 인식 속에 '최저생계비로 사는 사람=빈티가 나야 하는 사람=나보다 못 사는 사람'인 상황에서 제가 축의금 등을 지출하고 실수로 택시를 탄 것과 같은 것들이 용납이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일 예로 민노당 홍희덕의원님이 최저생계비 릴레이 체험 시 생수를 사 마신 것을 보고 네티즌에게 질타를 받았습니다. 네티즌들은 "최저생계비로 사는 주제에 생수를 사마셔?"이런 반응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오늘 제가 촬영을 한 방송이 방송될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제 나름대로는 10일 동안 최대한 아낀다고 아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최저생계비 체험을 한지 2주차를 넘어 내일이면 3주차에 접어듭니다. 이제 남은 잔액은  44,320원. 정말 타이트하게 아껴야 겠습니다. 식비+통신비 이 두가지를 얼마나 아껴서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주 많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