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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2일차] 식료품비만 지출!!

by 하트입술 2010. 7. 13.
최저생계비 체험 이후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녁에 귀가를 한 후 씻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키고 하루에 쓴 돈을 기억해 내서 가계부를 쓴 후 블로그에 하루동안 어떻게 최저생계비 체험을 했는지 쓰는 것입니다.

평소 블로그를 만들어만 놓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저생계비 체험 덕분에 매일매일 글을 한편씩 쓰고 있네요. 아! 그리고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트위터(http://twitter.com/sgkoo0101) 또한 만들었습니다.

<7월 12일 가계부>

오늘은 하루종일 생활하는데 식료품비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매우 적게 말이죠!! 아침은 커피우유팩에 감자2개, 점심은 국회 도서관 식당에서, 저녁 또한 아침과 마찬가지로 감자 2개! 총 4,100원의 최저생계비를 지출 하였습니다. 역시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으니 지출이 확 주는군요.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려면 집이든 사무실이든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한 곳에만 있으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점심은 오래간만에 친구와 국회 도서관 식당으로 갔습니다. 11시 55분 쯤 출발하여 국회 정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가로질러 도서관 식당에 가는데, 왠걸!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그간 국회 도서관 식당 이용 중 오늘처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것은 처음 본 광경. 식당 밖을 지나, 대강당 앞 까지 서 있는 줄! 그 줄에 서서 기다리기가 귀찮고, 마침 빌리고 싶었던 책이 있어 사람들이 조금 빠진 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2층 최신열람실로 향했습니다.

국회 도서관엔 참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싶지만, 그것은 항상 마음 뿐! 실제 읽는 양은 한달에 6~8권. 올 초 1년 동안 10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6월 기준 44권을 읽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50권을 읽었어야 정상인데 6권이 부족하네요. 부족한 부분은 7월 이후 부터 채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점심심사를 하러 가기 전 총 5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일본 여행서적 2권>,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워킹푸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가 미국의 워킹푸어 사례라면,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워킹푸어>는 일본의 워킹푸어 사례입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하여 다룬 책이고,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작성한 책입니다. 결국 책을 고를 때에도, 알게 모르게 제 현 상황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킹푸어에 소외계층이라... 평소 관심분야이기도 하지만,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있는 지금은 더욱 절실히 그 부분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제가 직접 장수마을에서 겪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삶을 알고 싶은 것이지요.

                                                         <국회도서관 로비, 오늘 빌린 책 5권>

책을 빌린 후 다시 식당으로 내려가니 줄이 조금은 줄어 있었습니다. 식당 밖으로 나왔던 줄이 식당 안에만 있었으니까요. 오늘의 메뉴는 두부김치에, 우뭇가사리, 깍두기와 무볶음, 미역국. 출근하자마자 이번주 식단표를 보고 나름 고심해서 선정한 메뉴! 오래간만에 먹는 두부김치는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상황에 적응을 하는 동물인지, 평소엔 구내식당은 무조건 맛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구내식당 마져 너무나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아침, 저녁은 간단하게 때워서 제대로 된 식사는 점심식사가 유일하기 때문이죠.

                                                            <국회 도서관 식당 점심식사>

점심식사 후 유유자적 다시 의원회관으로 복귀! 오늘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청명한 하늘!! 날씨가 너무 좋아, 분수대 옆을 지나던 중 국회 본청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평소 매일 매일 디카를 들고 다니지는 않는데, 최저생계비 체험 이후 어디를 가든 디카를 챙겨갑니다. 음식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죠. 국회 본청에는 경축 제헌절이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과 태극기가 걸려있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이번주 토요일이 바로 제헌절이네요. 현수막을 보고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국회 본청>

점심식사 후 커피를 한잔 안하면 서운하죠.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서 2층 로비에서 친구들과 마셨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커피를 사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12일 동안 단 2번 커피를 사 마셨을 뿐... 그것도 2번 다 얻어 먹었으나, 얻어먹은 것도 1/N을 해야 하기에 지출금액에 산정한 것입니다. 아! 지난주 SCG 회의 때 마신 것 까지 하면 3번이네요. 여하튼! 오늘도 커피를 마실 기회가 점심, 저녁 2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참았습니다. 忍忍忍忍忍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 빨간 머그컵>

일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시간. 집에서 챙겨와서 아침에 먹고 남은 감자 2개를 먹었습니다. 이걸로 양이 차지는 않지만, 허기는 면할 정도. 오늘 저녁 친구네 커플이 여의도에서 월남쌈을 먹을거라며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자기들이 사겠다면서 말이죠. 월남쌈 언제 먹고 안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눈물을 머금고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얻어먹는 것도 1/N을 해야 되기 때문이죠. 대신 친구네 커플이 저녁식사를 한 후 만나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물론 전 안 시켰습니다. 딸기쥬스와 자몽쥬스를 마시는 걸 구경하며, 전 패트병에 녹차티백을 담근 물을 마셨습니다. 단, 한모금도 안 마시는 저를 보며 친구네 커플은 싱기해 하며 최저생계비 체험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이런저런 대화의 결과는, "우리는 최저생계비 체험 절대 못하겠다!","힘들지 않냐?" 였습니다.

                                                               <저녁식사; 감자 2개>

그러지 않아도 최근,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글쎄요. 먹고 싶은 음식이 마구마구 쌓여가고, 사고 싶은 물건들이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런걸 보면 아직 버틸만한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 체험의 날짜가 지나면 지날수록 8월에 하고 싶은 일들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7월에 최저생계비만 지출한 대신, 8월에는 몰아서 왕창 지출을 하지 않을까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8월이 되면! 우선, 최저생계비 체험 때문에 7월에는 전혀 생각 할 수도 없었던 휴가를 갈 것이며(최저생계비 체험 때문에 휴가를 8월로 잡아놓은), 너무나 길어져 버린 머리를 자르고, 내과를 가서 갑상선 질환 검사(전혀 피곤하진 않은데, 목 부분이 부었다고 하니 불안해서)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Ola에서 크림스파게티를 먹은 후 영화를 보고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우리나라에 최저생계비로만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겠죠. 이 경험을 통해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다면, 한달 동안의 고생 정도야 너끈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