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9일차] 후원금을 내도 될까?

by 하트입술 2010. 7. 10.
최저생계비 체험 9일차. 7월 9일(금)

역시나 아침은 삶은계란 2개! 평소에도 아침식사는 자주 거르는지라, 아침식사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크게 일어나진 않습니다.
그리고 점심!! 오늘은 점심약속을 따로 잡지 않았습니다. 이번주 월요일 점심 회식 이후로는 사무실 분들과 점심을 단 한번도 같이 하지 않아서, 사무실 식구들과 먹으려고 약속을 따로 잡지 않은 것이지요.

<7월 9일 가계부>

그.러.나 11시 45분 경, 의원님께서 사무실 식구들 전체 다 함바집을 가자고 하셨습니다. 함바집 점심비용은 6~7천원. 제가 한끼 식사비로 먹기엔 무리인 비용입니다. 더군다나 어제 저녁도 친구 생일 때문에 지출이 컸고, 오늘은 아빠 생신...게다가 "건강보험 하나로" 발기인 후원금까지 지불한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함바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무실 식구들은 모두 함바집으로 가고 저 혼자 사무실에 남겨졌습니다. 사무실 식구들은 "가서 공기밥 한 공기만 시켜서 먹어!"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제 판단으론 그것 또한 얻어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호히 함바집을 포기하고 사무실에 남았지요.

그리곤 네이트온에 로긴해 있는 국회 지인들 중 함께 지하식당을 갈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점심시간 14분 전! 구내식당에 함께 갈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말을 걸어 점심 같이 먹자고 한 분들의 반응은... "우리 밖으로 나가서 먹을 껀데 같이 가자!" 혹은 "이미 선약 있는데.. 다음에 먹자!"였습니다.

그래서 구내식당을 포기! 사무실에 있던 컵라면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오니, 안된다고 했던 친구 한명이 지금 지하식당으로 내려가자네요. 라면에 물 부어다고 하니, 라면도 들고 오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전 한 손엔 물을 부은 튀김우동을 들고, 다른 한손엔 카메라와 핸드폰을 들고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국회 의원회관 지하식당 메뉴는 3가지 입니다. 한식, 양식, 면. 무엇을 먹을 까 고민하다가 저는 참치볶음밥, 친구는 볶음우동을 선택! 둘이서 라면까지 3가지 메뉴를 동시에 먹었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 이전에는 밥과 면이 있으면 면을 골랐을 정도로, 저는 밀가루 음식을 정말 많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거의 하루에 3끼 중 1끼만 식사를 하고 있어서 최대한 밥을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3끼 중 겨우 1끼 먹는데 그건 밥으로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살짝은 들기 때문입니다.

                                                 <점심식사: 튀김우동과 볶음우동, 참치볶음밥>

그리고 저녁식사! 오늘은 아빠 생신날입니다. 그래서 친척들이 한곳에 모였지요. 모임 장소는 유황오리 진흙구이와 단호박 훈제구이 전문점인 경기도 하남시의 "또오리". 아빠 생신 축하 저녁식사 장소를 가기 위해 오래간만에 칼퇴근을 하여 하남시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강동역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걸어서 도착한 "또오리" 다시 한번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란 것을 실감합니다. 왜냐하면 평소 같았으면, 강동역에서 내려서 당연히 택시를 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택시타면 정말 가까운 거리인데, 버스를 타고 조금 걸어서 도착! 최저생계비를 아끼기 위해 이 정도 수고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저녁식사: 유황오리 진흙구이>

저녁식사는 유황오리 진흙구이. 최저생계비 체험자치고는 너무나 과한 저녁식사이지만, 아빠 생신이시고 동생도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참석을 안 할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올해는 생신 선물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10만원 안팎의 생신 선물을 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도저히 무리인 것 같아. 아빠 생신파티에 참석하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번 있는 생신인데, 선물을 못 드린 것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이렇게 돈을 쓰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는 것입니다. 이 돈을 쓰는 행위가 타당한가를 스스로 따져보는 것이지요. 최저생계비 체험 전에는 돈을 쓸 때 돈을 쓰는 명분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건을 살 때, 음식을 사 먹을 때 그냥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 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는 무언가 돈을 지출할 때 "이 돈을 지출해도 되나?"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 그런 고민이 있었습니다. 최근 '건강보험 하나로'라는 시민연대가 발족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살짝 올려 건강보험성을 강화하여 민간보험 가입을 줄이자는 취지로 준비 중인 연대체인데요. 저 또한 이 취지에 매우 공감하며, 오늘 발기인으로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발기인 참여 비용은 1만원 이상! 그래서 전 딱 1만원만 입금하였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5만원 혹은 10만원을 입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최저한도인 1만원만 입금하였습니다.

그리고 입금 전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만원을 '건강보험 하나로'에 후원해도 되는 입장인가? 나는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고, 최저생계비로 사는 수급자들은 이러한 후원금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을텐데..." 이런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금을 한 이유는 최저생계비가 좀 줄어들더라도, 신념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건강보험 하나로'의 취지에 매우 공감하고 이 연대체의 발기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만원의 후원금을 지출을 했습니다.

내일은 장애인단체 일일호프가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일일호프 티켓을 사야 하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사버릴까 합니다. 제가 다른 부분에서 조금 더 아끼면 되겠지요.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