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또한 작가 이름과 제목을 보고 빌린 소설. 별 생각 없이 빌렸는데, 소설 속 배경이 신랑 고향이어서 깜짝 놀라고. 그 동네를 떠올리며 읽었다.
소설을 읽다가 신랑 고향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 구절을 사진 찍어서 보내니 신기해 하더라는.
1960년대에 포항 구룡포초등학교를 다닌 한 남자와 한 여자 이야기. 평생 고래잡이의 딸인 한 여자(박민현)만 사랑한 한 남자(이세길). 이럴 수 있을까 싶다가,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이야기.
"민현의 어머니는 홍순이 말한 것 처럼 '나나'였다. 원래 구룡포 항구 인근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던 한적한 어촌이었다. 일본의 어부들은 이십 세기 초부터 풍부한 어족자원이 있는 조선의 바다로 수십 척의 선단을 조직해 본격 조업을 하러 왔다. 1920년대 중반, 일본인들이 항구를 둘러싸는 방파제를 짓고 마을을 이루어 눌러앉게 된 뒤로 고등어 성어기에는 어선과 운반선이 이천 척 넘게 내항할 정도로 구룡포는 어업의 근거지로 부상했다." -25page
일제시대 번화하다가 지금은 그 때에 비해 쇠락한 구룡포.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일본인 가옥 거리가 유명해진 구룡포.
"민현은 웃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기쁨의 구십구 퍼센트는 첫 경험에서 나와. 노래와 영화는 옛날 들었던 원곡, 원작이 좋고 도시는 고향이, 집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 최고지. 어떤 이야기든 처음 들었을 때 감동이 크잖아. 과거에 대해서 인간은 늘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되어있어. 설령 그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도. 우리의 뇌가 설탕처럼 좋아하는 게 바로 그거니까. 어린 시절 사춘기 또는 청춘 시절에 좋아하던 음악, 영화, 유행, 제품, 음식, 모든 것에 대한 취향은 평생을 가. 그 느낌을 불러일으켜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게 현재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하는 일이야. 그냥 지나가는 건 없어. 자연스러워 보일수록 의심하라고."
그녀의 설명은 언제나 빠르고 구체적이고 명쾌하다.. 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아버지가 전설적인 고래잡이 포수였다는 건 좋은 기억인가, 나쁜 기억인가?" -31page
유년의 기억. 2살 때 이사를 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명일동. 나의 고향.
한 때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그래서 올해 중 이사 예정인)
취향. 아직도 90년대와 2000년대에 듣던 노래를 듣고 있는 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하하하
"넓고 넓은 바다에 고래 세 마리가 있었다. 맨 앞에 새끼 고래가 있었고 그 뒤에 어미 고래, 마지막이 아비 고래였다. 도망치던 새끼가 힘들어 하면 어미가 지느러미에 새끼를 얹어 업고 갔다.. 아비는 심장에 작살이 박혀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고 죽을 때가지 가족의 뒤를 지켰다. 넓고 넓은 바다 한 가운데서.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는 고래이고 나는 사람인 것을. 나는 사람이도 저는 고래인 것을. 나는 쫓을 운명, 너는 쫓길 운명.
늙은 고래잡이는 작살포를 쏘았다. 작살은 호를 그리며 날아가 고래의 몸에 꽂혔다. 고래는 달아났다. 고래잡이는 쫓았다. 넓고 넓은 바다에서. 고래도 고래잡이도 돌아오지 않았다. 넓고 넓은 바닷가로, 클레멘타인이 울고 있는 바닷가로. 늙은 고래잡이 아비는 영영 어딜 갔는가. -171~2page
여자는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며, 해외에서 비지니스를 하게되었고.
남자는 대학시절 잠시 만난 여자의 엄마가 알게 모르게 뒤를 봐줘서 중견기업을 내내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업무적으로 만나서 다시 사랑하는(?)이야기. 결혼을 해서 애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음이 나로선 이해가 어려웠지만. 그럴수도 있구나 하며 읽어내려간 책.
책 내용 그 자체 보다 '구룡포'와 '포항'에 집중하며 읽어 내려간 책.
친가인 서천과 외가인 논산이 배경이라 신기해하며 읽었던 박범신 작가의 <소금> 이후 같은 감정으로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인것 같다.
결혼 후 새로운 고향이 생긴게 책을 읽으면서도 드러난다는 것이 참 신기할 뿐.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