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칸 영화제 작품상을 받았으나, 영화진흥위원회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에서 0점을 받은 영화 <시>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의 감독이자 참여정부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이창동감독이 만든 영화,
그래서인지 '칸 영화제'에 초청 받기 전엔 크게 이슈화 되지 못하고, <하녀>의 언론플레이에 밀리다가~
'각본상' 수상으로 그나마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된 영화.
하지만 교차상영을 하는 관계로 관객이 너무나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는 영화 <시>
MB정권의 악날함이 어느정도인지를, 특히 문화예술 쪽에서 얼마나 악날하게 진보진영을 말려 죽이고 있는지를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게 만든 영화. 그래서 더 정이가고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시>가 개봉한 이후, 그리고 언론을 통해 영진위의 행태가 밝혀지고 <하녀>의 언론플레이에 밀려 크게 주목을 못 받는 모습을 보며, 이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꼭 봐야지 다짐했었다.
하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 거의 낮에만 상영해서 출근해야 하게 때문에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마침 어제 저녁에 시간이 났고...
검색을 해보니 강동 CGV에서 상영을 하길래 그 곳에서 드디어 <시>를 봤다.
여의도에서 SCG 사업개발팀 회의를 하고 부랴부랴 갔으나, 15분 지각...
덕분에 같이 영화보기로 한 창겸오빠도 나 때문에 같이 15분 늦게 영화관 입장. ^^;
44석의 작은 규모의 영화관, 정말 오래간만에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 관람.
영화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던 대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학교 동기를 성폭행한 손자의 일상 이야기를
사회의 여러문제와 함꼐 담담히 보여주고 있었다.
한 여학생의 죽음이 그 여학생의 가정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단지 3000만원으로 묻혀지는 현실...
(사람의 목숨 값이 3000만원 밖에 안되다니...)
장기요양보호사들이 남성 노인에 의하여 성희롱을 당하는 문제...
학교 내에서도 관리 되어지지 않는 학생들 등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미자의 집은 정말이지 너무나 허름하다) <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난 할머니인 윤미자에게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꿈꾸고 있는 듯한...
그게 시를 쓰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표현이었다고 해도,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그녀를 보며 화가 나기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엄마를 찾아가서 자기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 장면에선...
아.. 저건 아닌데 싶은, 감독이 나와 같은 반응을 노리며 그런 장면을 넣었을거지만... 그래도!
기초생활수급자이며, 노인장기요양보호사로 뇌졸증으로 중풍이 온 할아버지를 돌보는 비용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그 생활 속에서 시를 배우며, 시를 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또한 자신의 손자가 저지른 일 때문에 괴로워 하는 미자
할머니에게 대면대면하지만 그래도 할머니를 위하는 손자
중간 중간 시낭송회에서 낭송되어지는 시를 들으며...
감독이 왜 이영화를 만들었는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아네스의 노래 / 양미자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고 노무현대통령을 생각하게 하는...
미자가 한달동안 시를 배우고 결국 써낸 시 '아네스의 노래'
결국 이창동감독이 하고 싶었던 건, 이 시를 고 노무현대통령님께 바치는 것 아니었을까?
MB의 어이없는 행동들을 보며,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을 보며...
그리고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는 인권과 복지를 보며, 권위주의가 만연해 가고 정의가 사라지고 있는 사회를 보며...
계속해서 생각나는 한 사람. 그는 천국에서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