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래서 국회 도서관에 예약까지 해서 빌렸다.
주말 사이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 조선희의 <세여자1,2>
<소년이 온다>와 <영초언니>이후 가슴을 저미게 한 책 세여자.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공산주의운동사의 중심에 있었던 그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운동가들에 비해 덜 알려졌던 그녀들.
그녀들의 삶을 고증을 통해 소설로 만들어 낸 '조선희 작가' 정말이지 생생한 묘사들이 그 시대를 사라본 사람 인듯.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간 세여자의 이야기를 보며, 현재의 내 삶이 반성이 되었다. 나는 너무나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닌가? 1920~50년대에 이렇게 치열하게 산 사람들이 있는데 훨씬 더 발전된 사회에서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반성을 하게 만든 <세여자>
근대학문을 배우겠다는 조선 젊은이 대부분은 일본으로 갔고 간혹 미국이나 유럽까지 진출했지만 단순한 학문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 생각한 이들의 선택은 상해였다. 청년들은 꿈꾸는 자들의 도시 상해로 갔다. 그들의 스물은 비장하고도 상쾌했다. 그들 부모는 왕조시대의 부모들이었지만 자신들은 근대인이며 개화세대라는 자부심에 들떠 있었다. 그들은 부모를 부인하고, 자신이 태어난 시대를 부인하고, 아직은 도착하지 않은 미래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그들은 자기 마음속의 이미지로 세상을 리셋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오른쪽 가슴엔 이상을, 왼쪽 가슴엔 연정을 품은 채 푸르른 젋음을 통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꿈이 얼마나 푸르르든, 명백한 것은 그들이 파산한 나라, 폭격 맞은 나라에서 파편처럼 튕겨 나간 서글픈 디아스포라의 젊음들이라는 점이었다. 또 하나, 이들의 임시캠프인 상해와 중국 역시 맹수 이빨 사이 끼어 있기는 조선과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허정숙과 주세죽은 같은 프랑스조계에서 상해생활을 시작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마도, 그 상해 바닥에서 조선 여학생끼리 서로를 알아보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아마도 국제도시에 성업중인 어느 어학원에서였을 것이다. - 32~3page
어쩜 글을 이렇게 쓰는지!!! 꿈꾸는 자들의 도시. 비장하고 상쾌했던 스물에 상해에서 만난 두 여자. 그 때 그녀들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전혀 몰랐겠지...
각기 다른 그녀들의 말로.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다가 유배를 가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삶이 끊어진 주세죽.
여러번 남편을 바꾸고,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하며 천수를 누린 허정숙.
부잣집 딸이었으나 공산주의에 몰입했다가 전향한 후 객사한 고명자.
정말이지 다사다난했던 세여자의 삶. 그녀들은 행복했을까?
언젠가 그녀들을 만날 수 있다면, 너무나 수고했다고 한 번 꼭 안아주고 싶다.
고마워요 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