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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그 길 끝에 다시(백영옥 외)

by 하트입술 2015. 4. 29.

백영옥_ 결혼기념일 / 이혼 후 남편이 죽은 곳이자 결혼식을 한 곳을 찾아간 여자

송홍규_정읍에서 울다

이기호_말과 말 사이: 원주통신 2

윤고은_오두막 / 제주 오두막에서 본 성폭행 사건

함정임_꿈꾸는 소녀

김미월_만 보 걷기

 

그는,

로드 킬,

흰 스프레이 맨이 되어 내 앞에 누워 있었다.

 

무릎이 꺾인 사람처럼 주저앉아 차가운 아스팔트 위 흰 사람을 만져보았다.

손끝에 혀가 달린 것처럼 아트팔트 위 흰 사람의 맛이 느껴졌다. 눈물인지 눈(눈)물인지 알 수 없는 맛이었다. 고개를 들었다. 하늘의 눈이 포근한 이불처럼 도로 위 흰 사람을, 그의 죽음을,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눈을 온몸으로 맞았다. 차가운 눈바람이 뺨 어딘가에 칼끝처럼 아프레 달라붙었다.

 

그의 죽음이 시작된 곳에 주저앉아 나는 그의 죽음이 끝난 곳을 생각했다.

 

시동생은 추암에 그의 시신을 뿌렸다고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처음 이혼을 내뱉었다. 그와의 관계가 끝장난 곳도 그곳이었다. 영원히 잊고 싶었던 곳, 영원히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곳이었다. 후회란 수없는 '하필'의 연쇄 반응은 아닐까. 하필 그곳에서 홀로 가루가 되어 뿌려졌을 추암의 바다에서, 나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 35~6

 

그가 아내와 결혼하여 일가의 가장으로 삶을 꾸리게 된 순간부터 그가 꿈꾸었던 모든 것들과 이별해야 했고 그토록 비장하게 그가 바라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왔음에도 결국 초라한 늙은이밖에 되지 못했다는 서러움만은 확실히 그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순자 자네, 혹시 정읍댁이라고 기억하는가? - 55pgae

(중략)

노망이 난 뒤로 정읍댁만 찾아.

 

 

나 정읍댁 아니오.

정신이 들었소?

나 정읍댁 아니라고.

모처럼 정신이 들었구려.

정읍댁이 누군지 참말로 모르시오.

자네가 정읍댁이지.

나 아니오.

그럼 누구란 말이오.

우리 딸 말이오.

우리 딸?

첫 얘기. 포천서 얻은 우리 첫 딸.

..........

아내를 얻고 걷는 탓인지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자네. 그 딸을 기억하는가.

기억하고말고.

폐렴으로 잃은 것도?

아무렴요.

내가 묻은 것도?

나 그게 포한이 되었고.

자네 아무 말 없어서 난 몰랐네.

나도 가보고 싶었소.

시방이라도 갈 수 있네.

데려다 주시오.

근데 왜 우리 딸이 정읍댁인가.

다 키워서 서울로 시집보낼 거였은게.

자네 혼자 큰딸을 키우고 있었네 그려.

데려다주시오.

그래, 가세.

 

(중략)

 

친구들 이야기 못생긴 형자.

형자가 만난 외국인 남친.

 

꿈꾸는 소녀, 할아버지의 나라로 시집을 온 호아.

남편이 죽은 후 쫒겨나서 호스티스의 집에 살다가 G의 카페로 들어옴. 부산 해운대 이야기

 

여수친구.

권투 챔피언인 동네 형을 좋아하다가 그 형의 귀신이 씌인 친구 이야기

 

만보걷기 춘천

 

미래/ 아미(외국인)

 

스프링 스트림. 춘천

 

"어디로 가는 거야?"

 

묻고 나서야 그녀는 그것이 제가 아니라 머빈이 저에게 했어야 할 질문이라는 것을 꺠달았다. 그러나 어이없어 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기다렸다는 듯 명쾌하게 대답했다.

"스프링 스트림"

"뭐라고?"

미래는 당황한 나머지 걷다 마고 멈추어 섰다. 스프링 스트림이라니. 춘천에 실제 봄날의 시내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로스엔젤스에 천사들이 없고 울란바토르에 붉은 영웅이 없듯이. 그것은 그냥 지명의 뜻일 뿐이었다.

-195

 

미래가 아미를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를 지금도 사랑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 어느 한 때 아미가 옆에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허전했다. 자신이 아미에 대해 하나씩하나씩 어렵게 알아낸 것들이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 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