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사.
'이 남자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더불어 놀라운 건 내가 이 남자에게 몹시 끌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코플랜드가 무형에 가까운 금테안경을 벗더니 눈을 비볐다. 내 눈에 비친 코플랜드의 모습이 갑자기 매력적인 남자, 처음의 잿빛 느낌에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남자로 변모했다. 내가 엘리엇의 시구로 소설에 대한 평을 마무리한 뒤로 코플랜드도 나를 종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코플랜드 역시 우리 둘 사이의 풍경이 변모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게 분명했다.
그 때 어디선가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남자와 즐거운 점심을 먹고 있을 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나 또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넌 왜 삶을 늘 가두어 두려고 하지?'
그 목소리는 지금 이 자리가 단순히 점심식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 222page
"당신이야말로 자기비하에 능한 사람이야. 당신은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인생과 예술에 대해 환상적으로 많이 알아. 당신은 문학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은 흔치 않아. 열정에 대해 말해볼까? 정말 놀라운건......" -322 page
"나도 어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 우리 부부에게 애초에 사랑이란게 있었을까? 사실 세상에는 우리 같은 부부가 흔해. 사람들은 그저 현실과 적절히 타협하면서 배우자를 선택하지.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기준에 맞추려 하고, 남들이 보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애써 채우려 하지. 그런 기준들이 자기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배우자의 자격이라 믿고......"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꾸만 생각해.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내 영혼의 짝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해봤어."
나는 코플랜드의 손을 꽉 쥐었다.
"내 영혼의 짝." - 330 page
엇그제, 전혀 뜻밖에 벌어진 일 때문에 나는 여태껏 생각하지 않은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스스로 달라질 각오만 있다면 인생은 언제나 경이를 드러내며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운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경이를 스스로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경이로울 수 있다는 걸 망각하고 살아왔다. 변화를 두려워해 능력을 매몰시켰다. 우리들의 삶에 찾아드는 온갖 걱정ㄷ 사이에서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끔을 잊고 산다면 계절은 메트로놈처럼 오갈 뿐이리라. - 357~8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