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중 추천을 해 달라면 당연히 <4천원 인생>과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를 추천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울어본게 얼마 만인지...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저릿 저릿.
<한겨레 21> 기자 4명이 식당, 가구공장, 마트, 난로공장에 위장취업하여 1~2개월 직접 그 생활을 겪으며 쓴 글...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를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워킹푸어>같이 종단관찰을 통해 쓴 글은 아니지만.. 실제 우리가 저소득층이라 부르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담히 그려낸 <4천원 인생>.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닌 나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서울 A갈빗집과 인천 B감자탕집은 퍽 다르다. A갈빗집은 소갈비 전문, B감자탕집은 돼지뼈가 주재료다. 손님의 성격과 식당 소재지도 다르다. 한데 '식당 아줌마'들의 사연은 서로 닮았다. 식당일을 시작한 까닭, 현재 가족의 경제 상황 등이 비슷했다.
그곳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몰락한 가장의 부인들이 있었다. 1990년대 말, 제조공장이 무너지고 정리해고가 횡횅했다.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린 자영업자가 늘었다. 몰락 가장의 부인들이 식당으로 떠밀려왔다."
"B감자탕집 주방 언니도 자궁에 혹이 있다. 남편 공장이 망하고 식당일을 시작한 뒤 발견했다.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당분간 일도 못한다. 주방 언니는 수술을 포기했다. 매달 생리 기간이면 골반이 뒤틀리고 출혈이 심하다. 고통을 진통제로 누른다. 차가운 바닥에 조용히 누워 눈을 감고 고통이 사그라지길 기다린다. 한달에 두번 있는 휴일은 생리 기간에 맞춘다. 한데 3개월 전부터는 하루도 못 쉬고 있다. 차라리 어서 폐겅이 오길 기도한다. 폐경 뒤엔 여성호르몬이 줄어 종양이 작아지기도 한단다."
점심, 저녁 식사를 하러 갈 때마다 볼 수 있는 식당 이모들... 그녀들의 삶은 어떠할까?
식당에서 일하게 된 여기자. 그리고 그녀가 식당에서 일하며 쓴 2달간의 기록들...
갑자기 남편의 사업이 망해서, 혹은 남편이 실직을 하여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된 엄마 뻘의 아줌마들~
그녀가 쉬면 집안의 생계가 흔들거리기 때문에, 아무리 몸이 아파도 일을 하고 있는 그녀들.
평소 식당에 가서, 음식이 늦게나온다고 서비스가 안 좋다고 타박하던 내 모습이, 그녀들의 일상과 오버랩되며 너무나 부끄러워진...
"계란을 파는 영호에게 내가 불평했다. "우리도 앉아서 일하면 좋을 텐데." 넓고 넓은 A마트에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별처럼 흩어져 일한다. 누구도 앉을 수 없는데, 예외가 있다. 계산대 점원이다. "저것도 매스컴 때문이에요." 멀리 계산대를 보며 영호가 말했다. 서서 일하는 마트 계산대 점원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이후 그들에겐 의자가 지급됐다. 다만 그들에게만 지급됐다. 나머지 대다수 마트 노동자는 여전히 서서 일한다. "쇼핑 다 하고 계산대 가서야 사람을 보거든요. 거기만 사람 있는 줄 알지, 우리는 안 보이는 거죠." 투명인간이 되어 마트에서 일한 뒤에야 나는 의자가 절실한 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몸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명일역 GS 슈퍼마켓, 고덕역 이마트... 물건을 사기 위해 종종 들리는 곳이다.
두곳 모두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어, 퇴근길 집에 가는 길에 들러 이것저것 사서 가고는 한다.
이 책을 읽었던 그 날도 그랬다.
마침 스타킹이 다 떨어져, 집에 가는 길 고덕역에서 내려 이마트에 들렀다.
평소 마트에서 쇼핑을 할 땐 "맘에 드는 물건을 사야지!"하는 생각 외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었다.
책에 나오는 대로, "쇼핑 다 하고 계산대 가서야 사람을 봤다"
그 외에 마트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
생선코너와 정육코너의 판매자, 시식대의 아르바이트, 물건 정리하는 사람들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당연히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을 뿐...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노동하고 있는지는 지금까지 <4천원 인생>을 보기 전 까지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보며 주변에 무심한 내 자신에 너무나 화가 났다.
책을 읽다가 스타킹을 사기 위해 들린 이마트에서는 참 많은 노동자가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조금 더 공감하며, 부드러운 자세로 그들을 대하게 되었다.
"사업이 망해 공장에 왔다는 김정민 씨는 활달했다. 10번 공정을 맡았는데, 주변 작업자에게 불안해 보일 만큼 자주 말을 걸었다. 물론 오후 들어서는 말수가 줄었고, 3일 뒤엔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날 "정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 보고 놀랐다"며 "여기 사람들, 뭘 시켜도 잘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알 수 없다. 세상은 이들에게 '다른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어찌어찌하다가 공장으로 흘러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정말 기계처럼 이용하는 공장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아니라 파견회사 간 작업복 색깔로 구분되어지는 사람들...
"비정규직은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게 없다. 제각각 학교를 졸업한 뒤,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줄이고 기쁨을 배가할 '소속'이 없다. 특히 남성 노동자들은 철저히 파편화돼 있다. 상대적으로 쉽게 '무리'가 형성되는 여성 세계와 크게 다른 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성 노동자들의 꿈은 때론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때론 소박했다. 하지만, 11시간을 서서 일하며 홀로 곱씹고 담금질한 까닭에 다들 절실했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빈곤 가정 혹은 빈곤 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중산층의 가정에서 자랐지만, 빈곤하게 된 어떤 여인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빈곤하지만, 그녀 주변에 있는 중산층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른 빈곤층 사람들에 비해, 조금은 더 여유롭게 그리고 조금은 더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사회적 네트워크',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그 관계가 저소득층 비정규직들에게는 없다. 한 직장에 정착하여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각자 살아가는게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에 주변까지 신경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친인척, 주변 사람들 또한 그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대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만약 내가 갑자기 실직을 한다면? 혹은 무언가 일이 일어나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면?
우선 부모님을 비롯하여 가족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고, 가족의 지원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면 친구들에게 선,후배들에게 부탁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긴밀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친가 외가 식구들, 같은 초,중,고,대학, 대학원을 나온 친구, 선후배 그리고 직장에서 만난 동료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비정규직은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다. 아니 있어도 매우 부실하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먼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과연 고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또한 들었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없을지라도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를 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나오리라 본다. 조금 늦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