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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참 멋졌던 책. 글을 쓰는 여자와 사진을 찍는 남자가 결혼해서 낸 책이라서 그런가? 조금은 로맨틱하게도 느껴지는?!
동선에 맞는 곳들을 안내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들이 제주에 정착한 후 다녔던 곳들 중 좋은 곳들을 담아놓은 책이었다.
47곳 중 내가 가본 곳은 13곳. 이번에 간 곳은 4곳. 앞으로 갈 곳들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아서 제주를 더 많이 가야 할 것 같은!!
사려니 숲길은 2011년 봄에 여가위 여성보좌진들끼리 갔다가 이번에 다시 갔는데, 비가 많이 온!
우연히, 또는 일부러 다양한 날씨 속에서 이 숲길을 걸었다. 어느 날은 깊은 안개가 숲 저 깊은 곳에서 밀려와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 했고, 또 어떤 날은 봄인지 겨울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꽃과 바람, 눈과 비가 뒤엉킨 숲을 걸었다. 다른 날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뺨을 간질이는 기분 좋은 바람과 꽃향기에 취해 몽롱해질까지 걷고 또 걸었다, 돌이켜 보깔린 흙길을 걷고, 명랑한 바람이 삼나무잎을 스치는 소리를 듣고, 돌 틈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꽃과 인사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에게 손을 흔들며 그냥 그렇게 걸었다. 그리고 숲과 자연이 건네는 선한 위안을 받아들였다. - 20 page
월정(越汀)이라니. 달빛 쏟아지는 모래섬이라는 뜻인가 보다. 규모는 작지만 유난히 흰 모래해변을 가진 이곳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낭반이 춤추는 바다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오늘도 월정의 바다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물빛을 하고 있다.(가끔 너무 예쁜 것을 보면 짜증이 확 나는데, 종종 이 바다가 그러하다.) 몇 가지 색이 이 바다에 섞였는지를 세다가, 세다가, 그만두었다. 그러니 월정의 물빛을 말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구름과 바람이 단 1g도 없는 날이라면 가능할까. 가만가만 밀려와 부서지는 흰 파도와 눈부신 모래사장, 그 위를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바닷가 풍경 속에 있었다. - 151~2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