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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제목이 조금 유치찬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변 CGV 무비꼴라주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 제목을 보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제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길에 강변 CGV에 들러서 10시 10분 영화를 보고 귀가.
이렇게 좋은 영화를 누가 이다지도 유치찬란하게 바꿔 놓았는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매우매우매우매우!
(이후 스포일러 포함. 영화 보실 분은 읽지 마세요)
영화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건물들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무질서한 건물들, 그 건물 안에 사는 사람들.
한참이나 계속되는 조금은 우울하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나래이션.
이 영화는 건축에 대해 꽤나 언급을 하고 있다.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도, 사람 간의 관계를 말할 때도.
그 부분이 다른 로맨틱 코메디 들과 다른.
아니 이 영화는 제목은 너무나 로맨틱 코메디 같지만, 실제로는 드라마 혹은 다큐 같은 영화였다.
로맨틱 코메디는 절대 아닌!!
건축가를 꿈꾸다 쇼윈도우를 단장하는 여자 마리아나와 외부와의 접축을 최소화한 채 컴퓨터로 모든 생활을 해결하는 웹 디자이너 마틴. 영화는 이 둘의 일상을 담담히 지켜본다.
인터넷으로 음식을 시키고, 물건을 배달하고, 사람을 만나는 공황장애를 가진 마틴과 4년의 연애를 끝낸 후 우울해 하며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거부하는 폐쇄공포증이 있는 마리아나.
그들의 일상에 내 일상이 대입이 되었다. 도시에 사는 싱글의 삶.
스쳐 지나가는 이성.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산타페 1105번지 4층 H호에 사는 마틴,
산타페 1183번지 8층 G호에 사는 마리아나.
둘은 알게 모르게 수시로 스쳐 지나간다.
개 자살사건(?)에서 지근거리에 있었던 마틴과 마리아나.
쇼 윈도 마네킹에 옷을 입히다가 자신과 통하는 사람은 쇼 윈도를 관심있게 지켜볼거라는 마리아나의 이야기, 그리고 마리아나가 쇼윈도를 단장하자마자 바로 그 쇼 윈도를 주의깊게 쳐다보는 마틴.
횡단보도에서 스쳐 지나는 마틴과 마리아나. (포스터의 장면)
마틴이 내다버린 의자를 가져가는 마리아나 등등.
인근에 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부딪히던 그들.
좋아하는 음악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영화도 비슷하며,
같은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고, TV로 같은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던 그들.
그들은 결국 채팅으로 대화를 하게 되지만, 마틴이 마리아나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던 찰나 정전이 되고, 초를 사러 갔다 마주치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길거리에서 마주친다.
14살 때 부터 '월리를 찾아라' 책을 가지고 있었던 마리아나.
공항, 여행지 등에 있는 '월리'는 찾았지만, 도시편에서는 '월리'를 찾지 못했던 마리아나가 창 밖을 쳐다보다 월리와 같은 옷(하얀색에 빨간 가로줄무늬)을 입은 마틴을 발견해서 뛰어나간 것.
그렇게 둘이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앤딩 크레딧에서는 둘의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해피엔딩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하하하!
일요일 밤 11시 54분에 끝난 영화.
일요일이자 명절연휴 마지막 날, 혼자 영화를 본 여자.
영화를 보며, 마틴과 마리아나 같이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고, 같은 영화를 보고 동일한 감정을 가질 남자는 어디 있을까 생각해봤다. 이런 소소한 감정의 공유까지 비슷할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지.
가까이에서 스쳐지나가던 사람과 연인이 된다는, 어찌보면 식상한 내용을 영화화 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허나 이 영화는 새로운 구성과 기법으로 도시에 사는 마음 공허한 싱글을 너무나 잘 나타내 준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관상>, <우리 선희>에 이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까지.
명절 연휴 이틀간 몰아서 본 세 편의 영화. 출근을 했지만, 영화를 보고 출근하고, 퇴근하다가 또 영화를 볼 수 있어 즐거웠던 추석.
한동안 여유를 갖기 힘들텐데,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굿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