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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우아한 거짓말(김려령)

by 하트입술 2013. 8. 10.

<완득이>의 저자 김려령.

'김려령'으로 검색을 해서 본 책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야만이 가득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화연'이라는 한 아이에게 지독하게 괴롬힘을 당한 '천지'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다른 학생들. '만희'의 아픔을 상상하지도 못했던 엄마와 언니 만지.

'난 그냥 너하고 논 거 였어....."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쥐를 코너에 몰아넣고 빙빙 돌리는 고양이식의 놀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킬킬댔던 잔인한 구경꾼들. 화연은 구경꾼들이 식상하지 않도록 점점 더 강도를 높여야 했다. - 175 page


우리가 그저 어리게만 보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
어려서, 뭘 몰라서 더 잔인해 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책.

이 책은 초중고생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작은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필요가 있는 듯!

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 아팠던 부분.

"우리 천지 만나면 발이나 꼭 감싸줘라. 감기 있는 거 같아서 보일러 좀 틀랬더니 공기가 찼는가 봐. 안 틀어지데. 쉬는 날 손보려고 했는데, 기집애가 가버렸어......"
멀리 떠난 사진은 더 잇강 보이지 않는다.
"아요, 나쁜 년. 잘 가라, 이년아......"
만지는 멀리 강 위로 솟아올라 사라지는 빛을 보았다. 그저 파악 튀어오른 물고기가 낸 빛일지라도 상관없었다. 그 빛에서 천지를 느껴쓰니까.
'너 가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빠 보낼 때처럼 그렇게 울지는 말고 가라. 잘 가라, 내 동생.' -77page

천지가 자살을 한 후 오열하지 않고 덤덤하게 천지를 보내주는 엄마와 만지의 모습이 더 애잔해 보였다.
아이를 먼저 보내는 것. 얼마나 힘든일일까?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 아빠 외사촌동생이 자살을 했었다.
아빠 막내외삼촌의 아들. 할머니가 첫째여서 막내동생인 아빠 막내외삼촌은 아빠와 나이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고, 그래서 아빠 막내 외삼촌의 아들(나한테는 오촌쯤 되나?)은 나랑 나이차이가 많지 않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이었던 그.
중동고등학교에서 전교 3등 정도를 하던 그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결국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진 것을 비관하여 자살.

최근 사교육 1번지로 불리우는 강남 은마아파트에서 그는 자살을 했다.
(그 곳이 그 당시 아빠 막내외삼촌댁이 있던 곳이었고, 20여년이 지난 후 사교육의 진원지가 되었다)

중학교 2학년. 그 땐 나 또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다른 친척들은 그래도 종종 보곤 했었는데,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친척이라...
그냥 자살했나보다, 죽었나보다 하고 말았을 뿐.

당시 부모님은 나와 동생은 장례식장에 오지도 못하게 했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지 못했던 아빠 막내외삼촌 내외를 대신하여 조카인 아빠들이 뒷습을 다 했었다고 듣기만 했다.

그리고 아빠 막내외삼촌댁은 강남구에서 송파구로 이사를 했고...
그에 대해서는 그 후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공부 스트레스로 자살을 했던 그.
그리고 그를 묻고 살아가야 하는 아빠 막내외삼촌 내외.

천지의 자살 부분을 보며 그 분들이 유독 떠올랐다.

아이들은 화연이가 뒤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합니다. 활을 쏜 사람한테 뒤끝이 있을 리가요. 활을 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아이들은 과녁이 되어 몸 깊숙이 박힌 활이 아프다고 한 제게 뒤끝을 운운합니다. 참고 인내해야 하는 건 늘 당한 사람의 몫인지요. 아이들은 저 스스로 활을 뽑고 새살을 돋아나게 해 파인 자국을 메우길 바랐습니다. 그렇게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돋아난 살은 왜 그렇게 눈에 띄는지, 더 아팠습니다. - 123 page

나 또한 친구를 왕따시킨 적이 있었다. 딱 한번.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부반장이었다.
그리고 우리반 반장은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너무 FM 모범생이라 숨막힐 정도의 아이.
그래서 난 그 녀석을 조금 괴롭혔었다. 같이 도시락을 안 먹는 등의 유치한 방법으로.

난 녀석이 선생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꼴보기 싫었다. 그리고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도 1~2등은 커녕 5등 안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 웃겼고, 야자를 한번이라도 튀면 뽀르르 담임한테 그 것을 이르는게 미웠다. 그래서 대놓고는 아니지만 은근슬쩍 왕따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때 내가 얼마나 잔인했던지.
어려서 몰라서 했던 나쁜짓.
10년이 훌쩍 넘어서야 그때의 내 행동을 반성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1997년)의 일이니 벌써 16년 전. 녀석도 그 때 그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잊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에서 완전히...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다고 한다,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같은 소설.
청소년 들이 주인공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공부하느라 바쁜 시기지만, 이런 책들을 보며 그들의 행동을 반추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 소설을 읽었다면, 반장에게 그러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