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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마(이지홍 외)

by 하트입술 2013. 8. 10.

나를위한다고말하지마탈시설문제시설이아닌시설문제를말하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이지홍 (삶창,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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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에서 발간한 책.

탈시설을 한 장애인들의 인터뷰와 현상에 대한 분석 글이 담긴 책이다.

장애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들.
그들을 지지하며 후원을 한지 몇년째. 발바닥 행동에서 책이 나올 때 마다 선물을 받곤 했는데~

이 책은 발바닥 행동가들이 저자 싸인까지 해서 직접 의원회관으로 배달까지 해줬다. 책 맨 뒷장에 담긴 내 이름(후원자 명단)! 뿌듯뿌듯!

5월에 받았는데, 학기 마치고 이제서야 읽은 책. 책을 잡은 후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잊고 있던 장애인 문제...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든 문제들...
시설이란 공간에 갇혀 잊혀진 사람들. 그리고 시설을 뛰쳐나온 사람들의 삶.

읽으면서, 읽고나서 참 많은 생각이 오간 책이다.

그를 만나면서 나는 장애를 다시금 곱씹었다.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장애인은 비동시대적"이라는 말은, "비장애인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장애인들에겐 매우 특별한 사건"이라는 말은 허튼 구호가 아니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우리 사회엔 장애인들의 일상이 자리할 공간이 없었다 그들의 삶이 온전히 숨 쉴 자리가 없었다. - 71~2 page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장애인은 비동시대적"이라는 이 말에 머리가 쿵 하고 울렸다.
비장애인을 위한 사회, 장애인들의 불편을 너무나 당연히 하는 사회.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외치면, "조용히 해!"라고 외치는 사회.
아직도 갈 곳이 너무 먼 우리 사회...

10년 만에 나와 보니 제일 신기했던 게 사람들 손에 다 뭘 하나씩 들고 다니는 거에요. 핸드폰이었어요. 사용법도 모르고 신기하기만 했죠. 10년을 시설에 갇혀 있었으니 당연히 전화하는 법도 모르고, 휴대폰, 컴퓨터 같은 거 하나도 할 줄 몰랐어요. 나왔다고 기뻐할 틈도 없었어요. 아빠는 전화기도 못 다룬다고 핀잔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두려움만 커졌죠. - 146 page

시설에 갇혀만 있어서, 휴대폰 조차 몰랐던 장애인.
시설과 지역사회의 괴리가 얼마나 큰걸까?

사실 나도 시설에 가 본 적이 몇번 없다. 시설에 가 본 건 단편적인 자원봉사를 하러 3~4곳을 방문한 것이 다인. 자원종사자로 갔을 땐 시설의 좋은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깨끗한 시설과 그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 하지만 실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그게 아니었었나보다. 물론 너무 좋은 시설들도 있지만, 그게 아닌 시설이 더 많으니깐...

'시설'은 한마디로 '포기' 형식의 추방 체제이다. 가족과 자본, 국가가 포기하고 유기하고 방기하는 형식으로 시설에 장애인을 가둔 뒤 그곳에서 '날 생명'으로 포획하는 체제이다. '탈시설'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포기'에 맞서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도, 자기에 대해서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타인을, 자기 자신을 추방하는 일이다. 자크 랑시에르는 지능이 열등할 때가 아니라 의지가  꺾인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설'은 그 존재 자체로 장애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비장애인들에게 의지를 꺾을 것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시설'은 우리에게 '내버림'으로써 '망각'해 버리라고 속삭인다.
소위 '시설병'은 의지가 꺾였을 때 앓게 되는 병이다. "시설 장기 거주는 장애인으로 하여금 독립적으로 지역사회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시설에서 생활은 개인들이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장애인은 어떤 '꿈'도 갖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 무시, 위계, 동정적 관계 형성과 통제, 폭력, 획일적인 삶을 강요받는 장기간의 시설 생활은 결과적으로 무기력을 '습성'으로 만들고, 삶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 281~2 page


탈시설 운동.
하지만 모든 장애인이 탈시설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예산.
어떻게 어떤 식으로 그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