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월요일에 휴가를 받아서 1박2일로 혼자 춘전을 갈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KTX를 타고 경주를 갈 생각이었는데 차도 산 김에 기차 말고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인근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춘천.
작년 봄에 잠시 다녀오긴 했으나, 그 땐 선배를 보러 가서 선배네 집과 선배네 가족들과만 있다가 와서 혼자 남이섬도 가고, 아침고요수목원도 가려고 춘천을 가려고 했는데...
지금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오후만 잠시 날이 좋아졌다가 월요일에 계속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올 때 여행가기는 싫고, 날씨 덕분에 연휴와 휴가 계획이 어그러져 버렸다.
이번에 춘천에 가면 가고팠던 게스트하우스인 '나비야'에서 하루 묶고 혼자 이곳저곳 쏘다니다 올려고 했는데... 에구궁.
머리가 복잡할 때면 혼자 여행을 가곤 한다.
처음 혼자 여행을 갔던건 스물다섯 때 였던 2006년 봄.
국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그 때, 5.31 지방선거가 끝난 후 사무실에서 갑자기 3일간의 휴가를 줬고 그 휴가를 그냥 보내기 아까워 혼자 여행을 갔다.
혼자 여행가겠다며 부모님께 이야기 하니 의외로 흔쾌히 보내주신 부모님.
아빠는 심지어 삼각대를 사다 주셨다. 여행가서 사진 많이 찍어오라며...
(정말 대단하신 부모님이다. 딸래미 혼자 여행가겠다는데, 말리기는 커녕 삼각대를 사오시는 부모님)
그렇게 혼자 떠났던 곳은 아산과 대천.
어디를 갈까 혼자 고민하다가 기차로 갈 수 있는 익숙한 곳을 가려고 했을 때 떠올랐던 곳이다.
친가 외가 모두 충남이라 자주 오가서 익숙한 곳. 친가가 있는 곳도 외가가 있는 곳도 아니지만 오가다 스쳐지나가서 익숙한 아산과 대천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인터넷으로 몇가지를 알아본 후 기차를 타고 떠났었다.
아산 현충원, 외암마을 그리고 스파비스.
혼자 삼각대 들고 다니며 사진 찍고, 스파비스에 가서 혼자 스파하고~
밤 기차를 타고 도착한 대천.
친구들와 몇번 가보긴 했으나, 혼자 간 6월 평일의 대천해수욕장은 고즈넉하기만 했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이는 모텔을 숙소로 잡고, 혼자 조개구이집에 가서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하고, 혼자 바다도 걷고~ 혼자여서 자유롭고 행복했던 그 때.
(이후 혼자 조개구이에 소주 먹었단 이야기에 친구들 모두 기함했었다. 혼자 별짓(?) 다 하고 다닌다며)
대천까지 간 김에 할머니댁(서천)도 들러서 집안일 거들어 드리고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니 한밤 중.
서울역에 도착하니 아빠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서울역에 노숙자가 많아서 걱정이 되어서 나오셨다고... 딸래미 도착할 시간까지 회사에서 기다리다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서올역으로 온 아빠.
혼자 여행간다니 흔쾌히 허락은 했는데, 막상 혼자 떠나니 부모님도 걱정이 되셨나보다. 마중을 나올 정도로~
25살에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 종종 시간이 나면(주중에) 혼자 여행을 가곤 한다.
광주, 순천, 담양, 여수, 영주, 파주 그리고 호주, 방콕.
머리가 복잡할 때 책 한권 들고 기차타고 여행을 다녀오면, 생각도 정리가 되고 마음도 편안해져서 좋은...
머리와 마음이 복잡한 요즘.
마침 휴가를 받아서 내일 춘천으로 떠나려 했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는구나. 비.비.비.
예정했던 일정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내일과 모레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다.
혼자 어딘가 박히고 싶긴 한데... 비가 온다고 하니, 그냥 또 파주 지지향이나 갈까? 아님 시내 호텔에서 혼자 칩거?
지금 막 호텔엔조이로 검색하니 강남에 새로 생긴 레지던스가 무지 싸다. 여기를 가볼까?
휴가를 받기 힘든 곳에 일하다 보니(국회의원실은 "저 휴가 내고 싶어요!"라고 해서 휴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여름휴가(7말8초)를 제외하곤 휴가가 거의 없고, 의원님이 해외를 가실 경우 그 때를 이용해서 쉬는 경우가 많다. 이번 휴가도 의원님이 해외를 가서 받은 것), 휴가를 받음 무언가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이번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쉬고 싶기도 하고, 휴가 동안 기말페이퍼를 미리 다 써놓고 싶기도 하고~
(아마 닥치지 않아 진도가 훅훅 빠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전시를 보러 가자니, 보고 싶었던 전시는 이미 다 끝났고...
영화나 3~4편 연타러 봐볼까? 하하하!
잘못하면 그냥 어영부영 보내는 휴가가 될 것 같은 불안감.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여행? 아님 비가 오니 시내 호텔행?
그것도 아님 서울에서 혼자 놀기? 혹은 친구네 집 방문?
뭘 어떻게 해야 휴가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아... 보람찬 휴가 보내기 참 어렵네!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