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연

by 하트입술 2013. 5. 13.

정말 알 수 없는 인연이 참 많다.

오늘 점심을 함께 한 이보좌관님(지금은 모 제약사 한국본부장)도 그런 분이다. 처음 이보좌관님을 알게 된 건 18대 국회 초반... 그때 이보좌관님은 새누리당 모 의원실 보좌관이셨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시던 분이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하게 되신 것.

이보좌관님을 소개시켜 주신 분은 이보좌관님의 부군이자 새누리당 보좌관이었던 정보좌관님이었다(지금은 금융쪽 협회 이사). 각기 다른 국회의원을 모시던, 너무나 닮은 부부.
(이보좌관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사무실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함께 귤 까먹으며 수다를 떨던;;;)

이보좌관님의 부군인 정보좌관님을 알게된 건 2005년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였다. 국회 *의원실에서 무급인턴을 하며(학교 자유게시판에서 보고 지원해서 3개월 가량 일했었다),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그 때. 행정학을 복수전공을 하느라 행정학과의 과목중 하나인 '공기업론'을 들었고, 박사학위를 가지고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근무중이던 정보좌관님이 강사로 그 과목을 가르쳐서 그 때 알게 된 것.

국회에서 일하시며, 강사를 하실 때 본 국회 무급인턴이라 그런지 정보좌관님은 유독 날 많이 아껴주셨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정보좌관님의 사모님인 이보좌관님까지 알게 된 것이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옆에서 지지해 주시는 정보좌관님. 그리고 지금은 정보좌관님 보다 더 가까워져서 자주 만나는 이보좌관님.

두 분께 감사한 일이 참 많다.

에피소드 1.
정보좌관님은 새누리당, 난 민주당(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민주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좌관님께선 식사를 할 때마다 새누리당의 여러 사람들을 소개해주셨다.
인맥이 힘인 국회에서 정보좌관님은 든든한 빽이었던...
(다들 둘이 어떻게 아는지 미스테리해 했다. 그럴 때 마다 정보좌관님은 '내 제자'라며 소개시켜주신)
그리고 중간 중간 "새누리당으로 넘어와!"라고 회유하셨으나, 회유에 넘어가진 않았다. 하하하!
그 덕분에, 난 지금도 새누리당에 아는 보좌진들이 꽤나 많은 민주당 보좌진이다. ㅋ

에피소드 2.
정보좌관님이 기재부 장관보좌관으로 가셨을 때였다.
난 복지위지만 정보좌관님이 기재부에 가신 후 국회에 들를 때면 꼭 커피한잔씩 하고 가셨는데, 갑자기 두 남자를 데리고 오셨었다. 그러더니 젊은 남자와 잘해보라며 강권을...
갑자기 강제 소개팅 당한 젋은 공무원은 윗 분이 말하는데 반항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해 했던~
(내가 소개팅 안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그 이후에도 간혹 놀러오시면 둘이 연락은 하고 지내냐고? 밥은 따로 먹었냐고 확인하고 그 분께 확인전화 하시던; 내 스탈 아니었는데...ㅋ)
덕분에 그 분들과 친해져서 이후엔 급할 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싸가지 만땅인 기재부 공무원들 중 아는 사람이 있는건 참 큰 힘이다.
(아직도 진짜 소개팅을 위함이었는지는 미스테리다)

에피소드 3.
정보좌관님이 국회에서 나가서 다른 곳에서 일하실 때 일주일에 2번 정도 부산을 오가며 생활하실 때가 있었다.
그 때 보좌관님 왈.
"부산 놀러올일 있음 말해! 주말엔 오피스텔 비니깐~ 오피스텔에서 자고 가! 번호 알려줄게!!"
남한테 빈 집 내어주는게 쉽지 않은데, 대범한 부부.
제작년 부산영화제 할 때 진짜 가려고 했었는데, 영화표를 구하지 못해 못 갔었다. ㅠ.ㅠ

에피소드 4.
일을 하다보면 간혹 국회에서 밤을 샐 일이 많다.
셋이 점심식사를 함께 하다가 내가 국회에서 혼자 잤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부.
이구동성으로 "국회에서 잘 일 있으면 우리집에 와서 자!!(여의도에 사신다)"
그 마음에 감동했다.

에피소드 5.
올해 초 박사병행과 사직을 두고 고민을 할 때, 이보좌관님께 상담을 했다.
내 일처럼 걱정하며 함께 고민해주시던 이보좌관님.
저녁에 전화로 상담을 하고 다음날 출근을 하니, 이보좌관님께 메일이 와 있었다.
공부하면서 일하기엔, 국책연구원이 괜찮을거라며 내가 일하는 분야와 관련된 국책연구원 구인공고를 복사해서 보내주신...
마음이 많이 심난할 때, 이보좌관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보고 울컥 했었다.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데에서 오는 위안.

지금도 두 분은 종종 먼저 연락해서 밥 먹자고 하시며, 못난 날 많이 아껴주신다.

오늘도 밥 먹자며 먼저 연락해 주신 이보좌관님(내가 먼저 연락 드려야 하는데... 흑흑!).
오늘 점심식사 자리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우리사무실 *비서관님과 함께 나갔다.
이보좌관님과 *비서관님이 연배도 비슷하고 학과도 같아서 알고 지내면 좋을 듯해서 함께 나갔는데...
역시나! 두분이 같은 전공에 같은 학번에, 딸들 나이도 같더라! 그리고 두분 다 고학력부부;;;
(내가 결혼을 해서 닮고 싶은 부부가 바로 이보좌관님&정보좌관님 부부와, *비서관님 부부다. 서로를 지지해주는 동반자적인 관계!)

오늘 점심식사 후 *비서관님께 이보좌관님이 하시던 말.
"우리 **이 참 밝고 이뿌죠?"(이건 강권이자나요!!)
"이 친구 많이 키워주세요. 앞으로 쑥쑥 클 친구에요"(이 말 듣고 키도 몸무게도 더 크면 큰일난다고 너스레를 떤 나)

이보좌관님 그리고 정보좌관님의 마음이 그저 감사할 뿐.

왜 난 항상 남들에게 받고만 사는건지~

두분 외에도 항상 이뻐라 해주시는 국회 선배들, 언니오빠들...
꼬꼬맹이 때 인턴으로 들어왔다고(중간에 대학원 때문에 나갔다 왔지만), 아직도 꼬맹이라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챙겨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
(근데, 전에 보좌관이었다 지금은 의원님이 되신 *의원님은 아직도 지나다 보면 꼬맹이라 하신다... 그 말 들으면 사람들 다 경악하는데~ "저 이제 꼬맹이 아니에요!!")

사랑 받은 만큼 베풀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있는지 반성하는 밤.
미안해 동생들!! 앞으로 언니, 누나가 잘 할겡!

아무리 생각해도 난 아직 받은 만큼 베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선배가 될 수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