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혼자 야근만 하면 커피 머신이 혼자 물을 뿜는다.
커피머신이 혼자 작동하는 것을 발견한 것은 지지난주 목요일. 혼자 이어폰을 끼고 한참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커피머신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쏴~아 하는 소리)가 났다. 이어폰을 빼고 허리를 펴서 커피머신을 보니(내 자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커피머신이 있어서 허리만 펴면 커피머신이 보임) 정말 물이 나오고 있더라. 후덜덜덜덜.
혼자 사무실 문 닫아놓고 열심히 과제를 하고 있는 와중에 본 셀프 작동 중인 커피머신.
정말 소름이 쫘~악 끼쳤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좌르르르르. 시계를 보니 9시 즈음...
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고, 네이트온에 보니 다른 의원실 직원들도 대부분 퇴근을 한(상임위 일정이 끝나고 본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상임위 준비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 풀러 간 보좌진들;;)!!
누군가 와서 사무실 문을 열어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하던 과제를 계속 했다.
(마감일이니 안할 수가 없었다...)
결국 커피머신이 혼자 움직인 후 2시간을 문 닫힌 사무실에서 있었던 셈.
두려움에 떨며 과제를 다~했는데 마침 친한 언니에게 전화가 와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며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인 금요일. 야근할 일이 있었지만 혼자 야근하기 무서워서 안했다(일거리 죄~다 들고 퇴근!!).
주말이 지나고 지난주 월요일. 그 날은 모두 다 함께 야근을 했다. 역시나 커피머신은 혼자 작동하지 않았다.
화요일. 보좌진 공부모임에 가서 이유명호 한의사의 강의를 듣고 오니 다들 퇴근을 했더라.
잠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던 것 처럼 또 혼자 작동하는 커피머신... (휴대폰을 보니 9시 24분이었다)
혼자 작동하는 것을 두번째 보니 확실이 무서움이 덜 하더라.
"이거 9시 즈음에 혼자 동작하나?"란 생각을 하며 혼자 작동하는 커피머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수요일은 노동절이라 야근을 안하고, 목요일은 여러명이 같이 야근을 해서 커피머신이 작동하는 것을 못 봤다. 금요일도 술자리가 있어서 일찍 퇴근.
그리고 오늘!
핫식스 가지러 냉장고에 갔는데 또 커피머신이 작동하는 소리... "헐... 아직 9시 안 되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커피머신을 보니 또 혼자 물이 나오고 있었다. 그 때 시각이 8시 11분.
다시 한번 소름이 쫘~악 끼쳐버린.
일정한 시간에 매일 동작하는건 그려려니 하는데, 9시 즈음, 9시 24분(이 때까지만 해도 9시 경에 움직이는 줄 알았다), 8시 11분.
그것도 나 혼자 있을 때만 작동하는 저 커피머신의 정체는 뭘까?
심지어 첫날 빼곤, 내가 커피머신 근처에 있을 때 혼자 작동을 하다니!!!
국회 의원회관을 리모델하기 전, 의원회관 7층(현재 8층)에서 귀신을 목격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야근하다 잠든 남자 직원들에게 "집에 가서 자!"라고 했다던 친절한 처녀귀신.
그래서인지, 내가 사무실에서 커피머신이 혼자 작동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다른 의원실 사람들은 "그녀가 너랑 놀고 싶나보네?", "집에 빨리 가라고 시위하는거야!!" 등의 말을 했다.
좀 전에 네이트온에서 친한 비서관에게 커피머신이 또 혼자 작동했다고 하니 그의 반응 "제대로 미친게로군. 근데.. 나보단 나아. 난 내 어깨위에 하나 올라가 있대. 눈만 있고.. 코입은 없다네..."
푸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ㅠ.ㅠ
지금 우리 의원실은 7층(예전 6층) 혹시 그 때 그녀가 숫자만 보고 우리 층을 배회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뒷목이 쎄~하다. 하지만 사무실 문을 열어놔서 안 무섭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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