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뻣대기

by 하트입술 2013. 5. 6.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자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뻣대기이다.
임시국회 시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리거나, 법안소위가 열리면 국회에서 대기상태로 있는 것.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릴 때 장관, 차관, 실국장들은 상임위 회의장 안 의자에 배석하고,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은 회의장 밖 대기공간에서 대기를 한다. 국회의원이 질문을 했을 때 장관-차관-실국장선에서 답변을 못 할 경우 대신 답변을 하거나, 그들에게 답변자료를 바로 전달해야 되기 때문!

그래서 상임위가 열릴 때면 회의실 밖 대기 공간에 공무원들이 바글바글 하다. 혹시나 있을 상황을 위해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그 혹시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그냥 와서 밖에서 오~래 기다리다 가게 되는 것. 전에 소개팅 했던 **부 신입 사무관은 자기도 국회에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 오면 고생인데, 안해봐서 약간의 로망이 있었던 듯.)

그리고 상임위 법안소위가 열리면, 자신들이 담당하는 법안이 논의될 때 배석하여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 대기를 한다. 상임위 법안소위에는 차관이 항시 배석하고 법안 관련 실국장 과장 그리고 사무관까지 소회의장에 배석을 한다.

법안소위에는 보통 10~20개의 법안이 상정이 되고, 상정된 법안 중 1번부터 순서가 매겨져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법안을 논의하는 순서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상정된 법안과 관련된 공무원들은 하루종일 대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법안소위가 열리는 날에도 공무원들의 대기공간엔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지금 나도 대기 중이다. 우리 의원실에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모니터링 하기 위해 국민연금법 순서를 기다리며, 법사위원장실에서 뻣대기 중.

국회 법사위는 모든 상임위에서 논의된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를 심사한 후 본회의에 회부한다. 대부분의 경우 법사위에 상정을 한 후 바로 의결을 하여 본회의로 넘기지만, 논쟁이 있는 법안의 경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본회의로 바로 보내지 않고, 제2소위로 내려서 제2소위에서 논의한 후 본회의로 보낸다.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명시 내용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기재부가 발목을 잡아 제2소위로 넘어갔고, 오늘 제2소위에서 논의가 될 예정이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논의가 될 때 모니터링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거다. 

오늘 제2소위에서 논의가 되서 원안대로 통과가 되어야지, 4월 임시국회 내 법안처리가 가능한데, 지금까지 분위기를 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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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실에서 여기까지 쓰다가 복지위 법안을 심의한다고 하여 법사위 소회의장에 들어갔다가 쫒겨났다. 타 의원실 보좌진은 배석 안된다고... (그런 법이 어디있는지? 보통 자기법 할 땐 다들 배석하는데!!) 법사위 행정실 직원에게 물으니 새누리당 권모의원이 타의원실 보좌진 배석하지 말라고 했단다. 예민한 법이니 그럴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쫒겨나는데 완전 민망했다(법안이 통과될 때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곳이 법안소위이고, 법안소위에 배석한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정보를 찔러주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우리 상임위였다면 쫒겨나지 않았을 텐데! 타 상임위 배석하려다 당한 설움.

그래서 법사위 소회의장 밖에서 벽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의사봉 소리가 들리더니, 큰 목소리가 오간 후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

제2소위에 새누리당 의원이 2명 밖에 안 남아 있던 상태에서 복지위 법안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남아있던 새누리당의원 2명이 개인약속이 있다며 나가서 정족수 미달로 법안소위가 파토나버린 것. 개인약속이 있다며 중요한 법안을 코 앞에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가려 하자, 민주통합당 의원이 어디를 가느냐 물었고 그 물음에 새누리당 의원이 버럭해서 큰소리가 난거다.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논의도 안된 채 계류되어버리는...
이게 새누리당의 전략이었겠지? 예측은 했으나 실제 그렇게 되어버리니 벙~찐.
이건 뭐... 법사위에서 발목잡기 하는 기재부를 공격하려고 해도, 각이 안나오는 아주 애매모호한 상황 발생해 버렸다. 환장할 노릇.

'국민연금법 개정안' 이 법 참 통과시키기 어렵다.
복지위에서도 계속 싸우고 싸워서 겨우 통과시켰더니, 법사위에서 잡히고...
덕분에 기자회견문만 계속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처음부터 버젼 원투쓰리포 써놓을 걸. 지금 버젼 세븐정도까지 나온 것 같은데... 짜증만땅이야!!!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