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13년만에 드디어 내 차를 샀다. 그토록 염원하던 My Car!!
대학교 1학년 때였던 2000년 8월 2종 보통 운전면허를 땄다(도대체 왜 수동으로 땄는지 이해 불가!).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아빠는 집 차 보험을 가족보험으로 변경하며 바로 운전하기를 종용했으나... 그 때 난 노느라 바빠서 운전할 틈이 없었다. 아빠한테 운전연수를 받으려면 아빠가 집에 계신 주말에 같이 운전을 하고 다녀야 했는데, 그때 난 주말마다 나가노느라 집에 있을 틈이 없었던...
그렇게 운전을 단 한번도 하지 않은 채 가족보험은 해지가 되었고, 비싼 보험료 감당하며 자동차보험까지 가족보험으로 바꿔줬는데 운전을 하지 않은 난 괴씸죄로 낙인찍혀서 그 후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사실 대학 땐 운전을 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운전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운전면허 갱신 시점이 왔고, 무사고였던 난(운전을 단 한번도 안했으니 무사고일수밖에!) 1종 보통면허로 운전면허를 갱신했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대학 때 까지 차 근처에 얼씬도 않던 친구들이 서서히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서른엔 오너드라이버가 되겠다"고 말이지...
친구들이 운전을 시작할 때도 난 그닥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대학 때부터 쭈~욱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 오히려 난 지하철 타는 시간을 좋아했다. 지하철 안에서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러다 서른이 되었고, 내가 서른이 될 때 혜진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삼십대 여자의 베스트 프렌드는 차야! 차 안에서 먹고, 마시고(?), 화장하고, 생각하고... 베스트 프렌드를 돈으로 살 수 있는데, 넌 왜 차를 사지 않니?"
하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도 차와 난 머나먼 이야기였다.
그러던 내가 차를 샀다.
왜???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워 졌기 때문에!!!
그동안은 일이 바쁠 때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국정감사 준비를 하며 월화수목금토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근을 할때, 그 때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출퇴근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업무관련 서류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다이어리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을 땐 책을 볼 수 있는 지하철 출퇴근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고 싶어서!!
그런데 올해 3월부터 박사과정을 병행하기 시작하고 나니, 지하철에서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시간에 쫒기던 난 지하철에서도 대학원 수업 아티클을 읽게 된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그 책 보다는 당장 다음주 까지 읽어내야 하는 아티클이 우선이 된.
그런데 지하철에서 아티클을 읽으면 잘 안 읽혔다. 내가 좋아하는 편안한 글은 즐겁게 읽혀도, 모르는 단어가 수시로 나오는 영어 아티클을 복잡한 지하철 속에서 읽을 정도의 집중력은 없었던 것.
그렇게 한달을 책도 못 읽고 아티클을 제대로 못 읽은 채 지하철로 매일 왕복 3시간을 오가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까워 진 것이다.
그래서 중고차를 사려고 알아봤다. 장롱면허에서 탈출하는 주제에 새차를 뽑는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고, 범퍼카로 써도 괜찮을 정도의 아반떼급 중소형차를 알아보는데 마땅한 차가 없었다. 엔카나 보배드림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주변 사람들에게 중소형차 팔 사람 있으면 알려달라고 언질을 해 놓고 있었던 어느날, 지인 한명이 친한 친구의 형이 중고차 딜러라며 그 형에게 중소형차 괜찮은 것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괜찮은 차가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바로 우리 의원실 수행비서님과 차를 보러 갔다.
(내 주변에서 차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수행비서님!!)
차를 사러 가며, 어느정도 네고가 되면 그 차를 살 생각이었느나, 네고가 불가능하다던 차. 차 상태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간 김에 다른 차를 보다가 맘에 드는 차를 발견했고 그 차가 지금 내 차가 되었다.
금요일에 차를 보러 가서, 결정을 하고 월요일에 배달이 된 차.
그렇게 4월 15일(월) 나는 처음으로 내 차를 갖게 됐다.
그리 좋지 않은 중소형차지만, 년식에 비해 뛴 킬로수가 적고 지인의 친한형이니 딜러니 딜러를 믿고 산 차.
사실 범퍼카용으로 싼 차를 산거라(타다가 폐차시킬 생각으로), 차를 꾸밀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차를 샀다고 하자 국회 언니오빠동생들(친구들 뭐하니!!)이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해줬다.
핸들커버, 핸드폰 거치대, 방향제, 주차번호판, 키홀더, 컴파운드 등등.
차를 사고 사랑받고(!) 있음을 새삼 느낀!!
"내가 세상 헛 산건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
차 샀다고 선물도 주고, 매일 매일 차 잘 타고 다니는지 체크해주는 사람들.
비 온다고 차 끌고 오지 말라고 하고, 밤운전이라고 길 조심하라는 사람들...
운전하고 있을 시간에 카톡하는거 보고, 운전중엔 절대 카톡 하지 말라는 내 사람들.
차 사고 난 후 새삼 주변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정말 많이!
그런데, 차 살 때까지만 해도 차에 돈 쓸생각 전혀 없었는데, 차를 가지고 나니 선팅도 진하게 하고 싶고 실내세차도 싹 해서 새 차 느낌으로 타고 싶고... 하고 싶은게 정말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선 날 말리고 있다. "차를 산 목적을 생각해!!!"
그렇지 난 이 차를 "운전 연습용"으로 산 거야.
"1년 정도 타서 운전이 익숙해 지면 그 땐 새 차를 살꺼야!"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탈 때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
요즘 계속 하고 싶은 것은 선팅과 실내세차!
이거 두개 다 하려면 20만원 정도 들텐데... 20만원이면 차 값의 7%니.. 후덜덜덜!!
우선은 참고 타봐야지. 그러다가 꼭 하고프면 그 때!!
차를 산지 이제 보름.
지지난주에 차를 산 이후 차로 출퇴근을 하니 확실히 출퇴근 시간은 확 줄었다. 왕복 3시간이 왕복 1시간 20분 정도로 줄어드는 기적같은 일이!!
(아직 기름을 안 넣어봐서... 앞으로 유지비가 얼마나들지는 모르겠다)
국회에서 우리집까지 거리는 멀지만(28km), 올림픽대로를 쭈~욱 타고 가면 되는지라 차 막힐시간만 피해서 다니면 순식간에 오갈 수 있다. 어짜피 퇴근은 항상 늦고, 아침에만 일찍 가면 시간이 별로 안걸린다. 그래서 9시 땡 출근하던 내가, 요즘엔 7시 30분에 출근을 한다. 장족의 발전!!
대신 문제는... 차가 쌩쌩 달리는 올림픽대로가 아직은 무섭단거다.
어쩌어찌 운전을 하고 가긴 하는데, 교통흐름 방해하지 않으려고 속도도 남들만큼 내는데, 가면서 엑셀을 밟고 있는 발이 계속 떨리고 있다는 것.
혼자 세번째 운전할 때, 약속 때문에 완전 복잡한 강남으로 넘어가서 주차까지 한 후 집에 온 다음 자신감이 업 되어 있다가, 바로 운전하며 에어컨 만지다 가드레일 박을뻔 하고, 차선 바꾸다 다른 차랑 부딪힐뻔하고, 국회 지하주차장에서 주차하다가 기둥에 박고...
아... 언제쯤되야 운전이 익숙해 지려나?
아직도 운전대를 잡으면 경직이 되는 구모양.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