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의원열람실에서 제목만 보고 바로 빌렸던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은 빌리지 말고 사서 봤음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해서 인지, 가방 속에 책과 함께 넣었던 커피병 뚜껑이 열려, 결국 빌렸던 이 책은 내가 가지고, 국회 도서관에는 새 책을 사서 반납을 했다. 책 귀퉁이가 커피에 젖어버려서... ^^;;
반납기한이 없어져서인지, 한 없이 여유부리면서 2달에 걸쳐서 읽은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서인지, 서평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계속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한 없이 미뤄두기.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이제서야 쓰게된 서평.
우선 이 책을 저술한 데이비드 K. 쉬플러에게 한없는 존경을 담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학자들도 잘 하지 못하는 종단연구를 그것도 이동이 많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종단연구를 저널리스트가 해 냈다니...
이제 사회복지학을 조~금 공부한 꼬맹이 연구자로써, 그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비단 미국에만 존재하는 빈곤층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 우리 곁에도 알게 모르게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애써 찾지 않으려 하고, 애써 감추려 하는 그런 자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정말 너무나도 생생하게 담아낸 책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책에 필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고 나니 여기저기 메모와 줄들이 가득했다. 그만큼 지적으로 큰 자극을 준 책. 감히 이 책을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라 칭해본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세상을 말하다>는 다음과 같은 목차로 이루어져 있다.
서장: 빈곤의 경계에서
1. 돈 그리고 그 반의어
2.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다
3. 제3세계를 수입한다.
4. 치욕의 수확
5. 의욕을 꺾어 버리는 직장
6. 아버지의 죄
7. 가족의 정
8. 몸과 마음
9. 꿈
10. 열심히 일하면 해낼 수 있다
11. 능력과 의지
에필로그
"내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분노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반복되는 일상과 싸우느라 지쳐 있는 사람들. 받고 있는 임금만으로는 도저히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현재의 삶이 미래를 위한 삶이 되지 못하고 가난의 덫을 더욱 강화시키고 마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워킹푸어(working poor)"라고 말한다."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하루하루 힘겹게 반복되는 일상과 싸우느라 지쳐, 분노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일명 워킹푸어,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근로빈민계층.
미국의 워킹푸어들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몇년동안에 걸쳐 12~20회 가량 만난 후 그들의 이야기를 쓴 이 책.
각각의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고, 또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책에 밑줄 그은 몇 부분
"세차장에서 일하는 그 남자에게는 정작 자기 차가 없었다. 은행에서 지급 완료된 수표를 정리하는 일을 하는 그녀에게 통장에 남은 돈이라고는 고작 2달러 2센트뿐이었다. 의학 교과서 원고를 교열해주고 시급을 받는 한 여성은 10년 동안 치과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산업의 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나라는 그래도 건강보험을 잘 되어 있어서, 10년 동안 치과에 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MB가 의료민영화를 추진 중에 있어서.. 이것도 어찌될지 모르는 일.
"한쪽발을 조심스럽게 노동의 세계에 딛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복잡한 제도의 세계에 걸치고 있는 사람은 균형을 잃기 쉽다.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믿을만한 보육원을 찾아내고, 미납 청구서로 인한 마찰에 대처하는 것은, 경험이 거의 없는 크리스티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거대한 압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복지 서비스 제공자라기보다는 마치 검찰처럼 보이는 관료 기구의 관리 감독이 거기 더해진다면, 크리스티처럼 고혈압이 생겨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근로능력 계층, 근로무능력 계층.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근로무능력(장애인, 노인 등)계층은 일을 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 근로능력 계층은 자활근로를 해야 급여가 지급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읍면동사무소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복지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그들은 일반 행정공무원들 보다는 조금 더 복지마인드를 가지곤 있지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만 모든 일이 몰려버리는 현 상황에서는 그들 또한 관리 감독만을 하는 딱딱한 공무원이 되어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척추 지압사로부터 받은 치료 덕분에 캐롤라인의 등 상태는 좋아졌으나 동시에 그녀는 복지 법률에 관한 유쾌하지 않은 교훈을 얻었다. "제가 더 이상 가입되어 있는 의료보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어느 날, 그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병에 걸려 의사를 찾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처방하러 약국에 갔을 때 거기서 그녀는 자신이 직장이 있기 때문에 메디케이드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빈곤층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의료문제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의료급여 1종이며, 차상위계층은 의료급여 2종이다. 이들은 비용을 거의 내지 않거나, 혹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느정도의 소득이 있을 경우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제외가 된다. 그럴 때 캐롤라인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워킹푸어란 서로 상승작용하는 일련의 장애들이 모여 생겨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임금이면서 저학력, 장래성 없는 직업에다 제한된 능력, 넉넉하지 못한 저축과 더불어 현명하지 못한 지출, 나쁜 주거 환경과 더불어 악순환의 고리를 강화시키는 부실한 자녀 교육, 낮은 의료보험 가입률과 더불어 건강하지 못한 가정 상황 등이 그러하다........모든 문제는 한꺼번에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한가지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더라도 그 밖에 많은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동시에 나오지 않는 한 개선책은 '지원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빈곤의 공고화, 최근 국내외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상황. 미국 또한 마찬가지인가보다. 저학력과 빈약한 기술로 인해 저임금 직종에 근무하고, 그들의 자녀들도 마찬가지가 되는 상황. 그래서 교육문제가 중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득세를 하면서 부모의 부에 따라 교육을 받는 수준이 달라지고 이것은 추후 직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지 이전에 교육인데, 책에서 말한 그대로, 많은 문제들에 대한 개선책이 동시에 나오지 않는 한 개선책은 지원책이 될 수 있을지언정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제한적인 예산, 그 예산을 긴급한 곳 부터 배정해서 사용하고 있는 현실....
복지국가를 부르짖고 원하면서도, 세금이 느는건 결사 반대하는 국민들....
그리고 아직도 복지보다는 토건사업을 우선시 하는 정부, 유럽이 복지국가가 된 바탕에는 엄청난 조세가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조세 없는 복지를 원한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여하튼, 이 책을 보고나서 우리나라의 빈곤에 대한 이런 책이 너무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내가 이런 책을 죽기 전까지 써볼 수 있을까?
사회복지정책 중에도 빈곤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체계적인 빈곤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언제 우리나라 빈곤대책을 연령별로 쭉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