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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그 청년 바보의사(안수현)

by 하트입술 2012. 11. 28.

그청년바보의사
카테고리 종교 > 기독교(개신교)
지은이 안수현 (아름다운사람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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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이고 매주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성격책이나 교회 관련 서적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교회 관련 책을 읽은 것은 <목적이 있는 삶>뿐...

그런 내 눈에 띈 책이 한권 있었다.
<그 청년 바보의사>

지하철에서 자주 눈에 띄던 책.
그리고 전 남자친구 책꽂이에 꼽혀 있던 책.

이러저러한 일들로 마음이 불편하던 11월.
이 책이 생각이 나서 국회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누구보다도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던 청년 의사. 안수현.
그가 스티그마라는 필명으로 썼던 글을 모아놓았던 책 <그 청년 바보의사>

그의 믿음, 그의 선함. 그의 배려.
책을 읽다가 울음을 터트렸던 적이 꽤나 오래 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선 결국 울고 말았다.

신경외과에서 가장 바쁜 한 달을 허락하심으로써 나의 능력으로 인한 합격이라는 자만을 가질 수 없게 하셨다. 중보자들에게 진 사랑의 빚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신앙을 가르쳐 준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의 헌신을 기억한다. 그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시절 기도처로 삼았던 교회에 들렀다.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 가장 감사하며 눈물 흘렸던 제목은 올 한 해 동안도 이 부족한 자를 당신의 도구로 삼아주셨다는 것, 하나님의 열매를 맺을 기회를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작년 내 졸업앨범에 실었던 바로 그 말씀을 되뇔 수밖에 없다.
"나의 나 된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고전 15:10) - 48 page


이 책을 읽을 당시... 원하던 것이 좌절된 상태였다.
무언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한 적이 없었던 삶에서 탈락이란 정말 큰 좌절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구절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하나님이 자만하지 말라고 그러셨구나..." 그리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부족한 자를 당신의 도구로 삼아주셨다는 것. 하나님의 열매를 맺을 기회를 허락하셨다는 것"
이것을 믿고 오늘도 나아간다.

우린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안달한다. 하지만 심원한 감동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오히려 연약함 가운데 삶의 아름다움을 잔잔히 보여주는 이들에게서 넉넉히 흘러나오지 않는가. 비움 가운데 더 큰 채움의 은혜가 임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하나님이 우리를 어느 한 명 똑같은 사람이 없는 독특한 인격으로 창조하신 데는 각자에게 맡겨진 삶의 노래를 온몸으로 연주해 보라는 뜻이 있다. 그것은 서로 누가 더 나은가를 가리는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각 사람만이 고유하게 낼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소리, 그 숨겨진 멜로디를 누가 들려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삶이 거창하지 않아도, 섬기는 일이 주목받지 않아도 된다. 너무 웅장한 곡은 쉬이 피곤해지기도 하는 법이다. 찬양 곡의 가사 한 구절이 이런 생각을 잘 요약해 준다.
"저기 멀리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 140~1 page

얼마 전 나는 인턴 후배들을 격려할 기회가 있었다. 단 위에 서서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격려와 위로가 어떤 것이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때 깨닫게 된 사실은 내가 현재 열매를 맺는 영역들은 내가 겪었던 좌절들에서 파생된 결과라는 것이었다. 플라이셔에게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된 비극은 그에게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 역시 "다시 기회가 온다 해도 나는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음악의 더 넓고 새로운 영역에 눈을 떴고,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 147 page

몇 년 전이더라, 학교에 가던 중 터널을 통과하다가 차바퀴가 펑크가 났었다. 당시 나는 타이어를 교체할 줄 몰랐다. 지나가던 택시 기사아저씨에게 사정을 얘기 했더니, 차를 세우고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공짜는 아니었다. 그 이후, 나는 지니가던 길에 차바퀴를 두 번 정도 갈아주었다. 물론 공짜로, 솔직히 나는 차에 대해 바퀴 가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기분 좋게 그냥 도와주고 빙그레 웃으며 제 갈길을 가는 넉넉함이 우리 안에 얼마나 있을까? 오늘도 순식간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인다, '저 사람 참 난처하겠다.'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오리를 가게 하거든 십리를 동행할 수 있도록 하게 한 첫단추였으리라. 비록 오늘 나는 비를 맞아서 홀딱 젖은, 약간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곤란한 처지에 있던 상대방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으니, 의미 있는 행동을 한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오늘도 예산치 못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주님 가르쳐주신 대로 살다보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 167~8 page


언제나 삶에 감사하며 살던 청년 의사.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고, 자신을 희생했던 청년 의사.

약자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기도하면서도...
난 그와 같이 베풀고 희생한적이 있는가?

많은 금액을 기부한다고 자만한 적은 없는가...
진심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베품을 한적은 없는가...
내가 감내 가능한 선 까지만 희생한 적이 없는가...

짧은 생을 살고 갔지만, 많은 것을 남기고 간 청년의사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