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Book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백영옥)

by 하트입술 2012. 9. 23.


실연당한사람들을위한일곱시조찬모임백영옥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백영옥 (자음과모음, 2012년)
상세보기

혜진언니가 강추해서 봐야지 하고 있던 차에 완언니에게 선물 받은 책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책 선물 받자 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각자 연인과 헤어진, 가정사가 조금은 복잡한 사강과 지훈. 
그리고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한 미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사강과 지훈의 이야기. 

소설의 시점이 계속 왔다 갔다 해서, 
집중해서 봐야 했지만..

공감하며 봐서 그런지, 책장이 정말 휘리릭 넘어갔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감정들. 

  "네가 원하는 대로 헤어져줄게!"
  축 늘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온몸의 힘이 빠졌다. 이해할 수 없는 힘이 그의 입술을 조종하고 있었다. 
  "고마워."
  지훈은 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헤어지자고 말하면 "정말 헤어지고 싶어?"라고 질문하는 게 정현정이었다. 결혼하자고 말하면 "결혼하고 싶어?"라고 질문할 것이었고, 어떤 선물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네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뭔데?"라고 반문할 것이었다. 어떤 질문이라도 그녀는 대답 대신 '반드시'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던 현정은 없었다. 불과 오 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훈련된 협상 전문가처럼 설득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곳까지 달려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고마워"라는 얘길 듣는 순간, 그는 현저으이 얼굴에 떠오른 안도의 한숨을 느꼈다. 그의 얼굴에는 겨울바람과는 다른 따뜻한 입김이 와 닿았다.
  겨우 오 분 만에 십 년의 시간이 닫혀버렸다.
  현정은 질문을 포기했고, 그것을 포기함으로써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랑을 무시했다. 비인지 눈인지 모를 것이 차창 밖에 내리고 있었다. 모호하던 것들이 명확해졌다. 그는 자신이 달려온 속도 그대로 온몸으로 그것을체감하고 있었다. - 108~9 page


단 몇분만에 없던일이 되어버리는 연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가, 모르는 사이로 되돌아 가는...

그렇게 떠나 보낸 사람이 몇인지... 하하하.

  지훈은 자신이 전송 방식과 전송음이 제각각인 네 가지 버전의 통신기계들로 이별을 통보받게 될 것이라곤 한 순간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는 네 번 놀랐고, 네 번 분노했다. 네 번이라고 했지만 그건 매번 그에게 그 전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주었다.

1. 현정은 제일 먼저 이메일로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2. 현정은 페이스북에 그 사실을 올려놓았다.
3. 현정은 지훈의 트위터에도 이별 사실을 알렸다.
4. 그러고도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남아있었다.

  이별의 메시지는 토씨 하나 바귀지 않고 일관되게 도착해있었다. - 112 page


정말 다양해진 이별의 방법.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이메일, 문자, 전화...

모든 SNS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와는 SNS를 공유하지 않는다. 

단지 전화와 문자만 할 뿐(카카오톡, 마이피플 포함)...

대학 초년생 때 남자친구와 함께 싸이월드를 한 후~
그 후엔 절대 남자친구와 SNS를 공유하지 않는다. 

모든 면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과...
SNS를 통해 연결된 지인들에게 나의 연애 사실을 공포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4가지 방법으로 이별을 한 적은 없는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는 건 왜일까?

다양한 연애

사강과 정수.
지훈과 현정.
그리고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기획한 미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을법한 사람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소설을 써보고프단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젠가는 책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리고 안타까운건~

책을 읽고 거의 한달이 지나 서평을 쓰니, 책 읽을 당시의 그 감동과 생생함이 확 사라져버렸다는 것.

밀리지 않고 바로바로 서평을 써야, 그 당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