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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나와 마릴린(이지민, 2009)

by 하트입술 2010. 1. 11.


1947~54년 김애순 혹은 앨리스라고 불렸던,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여인이~

한국 전쟁 전, 중, 후에 겪은 이야기...

전쟁 전엔 동경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온 엘리트 신여성이었으며, 유부남인 여민환과 사랑하는 사이었고~
전쟁 중엔 억지로 산당을 위해 레닌 초상화를 그리다 탈출하여 반미친 여자로 살았으며...
전쟁 후엔 영어 능력을 가지고 미군에서 일하며 과거를 모두 지우고 근근히 살아가고 있던 여자~

"난 내가 배운 여자처럼 보이는 게 싫다. 내가 배우고 믹힌 것들은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도움은커녕 나를 함정에 빠트린 건 바로 나의 지성과 재능이었다. 그리 깊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그것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녀가 한국전쟁 이후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미군 위문을 위해 한국을 들린 마릴린먼로의 통역이 되었고...

마릴린먼로의 통역이 되기 까지, 현재(54년)-과거(47년)-현재(54년)-과거(48년)를 계속하여 넘나들며,
앨리스 혹은 김애순의 삶을 보여준다.

부유했던 그녀가.. 전쟁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모습.
그와 반대로, 전쟁을 겪었으나 마치 전쟁이 없었던 것 처럼, 더 강인하게 살아가는 다른 여인들의 모습...

소설을 읽으며, 내가 앨리스(김애순)이었다면 어떤 삶이었을까? 투영하게 되었다.

나 또한 그녀와 같이 상처받은 채,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지 않았을까.

시대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