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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2주 앞두고 민주통합당 여성국으로 파견을 갔다. 여성후보들 지원을 위해...
여성국에 가서 처음 눈에 띈 것은 책이 가득한 책장.
가서 꼼꼼히 살펴보니, 여성 관련 책들이 담겨있었다. 그 중 눈에 띈 이 책 <나... 프리다 칼로>
책을 발견한 바로 그날 책을 빌려서 출퇴근길에 읽어버렸다.
프리다 칼로가 그린 그림, 그녀와 관련된 사진, 그리고 그녀가 지인들에게 쓴 편지를 묶어놓은 책.
그녀가 아니라면 버티지 못했을 삶.
그 삶을 살아가며 그녀가 남긴 흔적들...
편지, 그림, 사진을 통해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기.
그녀의 편지는 그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디에고는 더 이상 자신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아, 멕시코에서 그린 모든 그림과 미국에서 그린 몇몇 개는 끔찍하다고 했어. 자신의 인생을 비참하게 낭비하고 있다고, 더 이상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 그의 감정상태를 편지로 전하기는 아주 어렵구나.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넌 이해할수 있을거야. 디에고는 자신의 모든 열정과 힘을 다해 일해왔어. 그랬던 그가 이처럼 모든 일에 지쳐있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내 슬픔도 말로 다할수 없어. 가슴 아픈 이야기들만 해서 널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얼마나 위안을 얻는지 모를 거야. 아마도 네가 날 조금은 사랑해 주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내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을 네가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거고. 지금 내가 정말 슬프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길고 지루한 편지로 널 귀찮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어줘. - 116~7 page 엘라 울프에게 보낸 편지 중
디에고를 많이 사랑하던 프리다 칼로. 편지 중간중간 그 심정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위로받고 싶어하는 그녀의 심리 또한 너무나 잘 녹아나 있었다.
난 이렇게 힘들어 본적이 없어. 그리고 내가 이렇게 엄청난 고통을 겪어낼 수 있을것 같지도 않아. 내가 어떤 상태인지 상상도 못할 거야. 처음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했어. 잠깐 동안일 뿐이라고,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여겼지.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런 생각은 그저 내 바람일 뿐이라는 게 확실해졌어. 심각한 일이었고, 상상할 수 있겠지만, 심각한 결과를 낳았어.
첫 번째 일은, 말하자면 두 개의 치욕이야. 디에고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는 너희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 거야. 내가 가장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돌봐주려고 하는 사람이 내 여동생이라는 것도 잘 알거야. 그래서 상황은 끔찍하게 뒤얽히고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나한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너희 두 사람에게 모든 걸 이야기 하고 싶어....(중략)
난 디에고가 달라질 거라 믿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 하다는 걸 알아. 내가 보기에는 변덕일 뿐이야. 당연히 처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의 생활을 좌지우지하려고 하지 않았던 때부터, 특히 그게 이렇게 문제가 되기 전에 말이야.
이제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해. 난 그가 일에 전념하면서 모든 것을 잊기를 바랐지.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그게 맏는 것,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꺾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
결국 내가 시도한 것들은 다 웃기는 짓, 바보 같은 짓이었던 거지. 그는 완전한 자유를 우너해. 늘 가지고 있었고, 내 앞에서 진실하고 정직하게 행동했다면 지금도 가지고 있었을 자유를 말이야. 내가 가장 슬픈 것은 디에고와 내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거야. 그는 내가 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모든 생활을 숨기고 있어. 우리는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거짓된 삶을 살고 있고, 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무엇보다 디에고는 자신의 일이 있어서 골치 아픈 것들을 잊어버릴 수 있어. 게다가 연애를 오락거리로 삼곤 하지.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디에고야. 난 그의 머리 속이 자신의 일에 대한 관심과 걱정으로 늘 꽉 차있다는 걸 알아. 내가 없어도 그는 충만한 삶을 살지. 난 그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어. 그가 내 전부라고 여긴 적은 없어. 그와 헤어져서도 내가 한 조각 쓰레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가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생각했고, 어떤 어려움도 없이 혼자서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남자에게 버림받고 절망하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아무 가치도 없어.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아. 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도 없어.
이런 상황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바보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고 있는지 넌 상상할 수 없을거야. 난 한 남자의 보호를 받느라 내 생애 최고의 몇 년을 잃었어. 그에게 이롭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일 이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았어. 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 그리고 6년 후, 나에게 돌아온 건 고작, 부부간의 정절이란 부르주아의 가치일 뿐이고, 오직 착취와 경제적 이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그의 대답이야. - 121~124 page 엘라와 버드람 울프에게 보낸 편지 중
남편의 여동생과의 바람. 견딜 수 없는 일을 겪은 그녀. 그럼에도 결국 그에게 돌아간 그녀.
이 편지엔 그 당시 프리다 칼로의 심정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었다.
여동생과 바람난 남편을 바라보는 심정....
난 겪어보지 못한 일임에도, 편지글 만으로 그 심정에 너무나 감정이입이 되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견뎌낸 그녀가 대단하다 느껴질 뿐...
<나... 프리다 칼로>는 그동안 그림을 통해서만 접했던 프리다 칼로의 내면을 알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아직 영화 <프리다>는 안 봤는데... 언렁 구해서 봐봐야지. 프리다 그림은 언제 우리나라에서 전시가 될까? 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