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때 <공중그네>를 통해 오쿠다 히데오를 알게 되었고, <인더풀>,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면장선거>, <오 해피데이> 등을 통해 그의 유쾌함에 반해버렸다.
통통튀는 글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오래간만에 '오쿠다 히데오'로 검색을 하여 빌린 책이 바로 <꿈의도시>
다른 오쿠다 히데오 책들과 달리 꽤나 두툼한 두께의 책을 보고 살짝 긴장(?)하기도 했으나~
역시나 그의 책은 너무나 재미있어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세 개의 군이 합병한 지방 신도시 '유메노시' 지방의 소도시인 이 곳은 꿈이 없는 도시이다. 일거리가 없어 도시 경제가 쇠락해 있는 상태이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 또한 꿈이 없이 폭주 등을 하며 시간을 버리고, 미혼모가 되어 생활보호비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도시.
그런 도시에 사는 5명의 사람.
도모노리, 후미에, 가토 유야, 호리베 다이코, 야마모토 준이치.
이들은 제각각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1.2.3.4.5....
숫자가 붙어서 진행되는 각각의 이야기들~
1, 6, 11... 은 도모노리 이야기이고,
2, 7, 12... 는 후미에 이야기~
이런 식으로 5명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나오고 나오고 해서~
처음 5개의 챕터를 읽을 때는 이게 뭐야? 라고 했고~
이후 5개의 챕터부터 책의 구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럴땐 맨 뒤로 가서 쭉 한번 살펴보는게 더 편할수도 있으나~
무식하게 처음부터 읽는 습관을 버릴 수 없으니.. 하하하!
(여기서 부턴 책 읽을 사람은 안 보는게 좋을 듯!)
아이하라 도모노리: 유메노 시청 복지 공무원으로 시 재정이 축소되어 수급자격 박탈을 위해 노력 중이다.
수급자격 박탈을 위해 만난 아야카는 아버지가 다른 2명(그 중 하나는 가토 유아의 아이)의 엄마인데 젊고 일할 능력도 있으면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며... 경증의 정신질환을 가진 니시다는 우울증 노모와 함께 살며 생황보호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울증을 가진 노모가 전기와 가스가 모두 끊긴 방에서 사망하고~ 이후 니시다는 도모노리를 덤프트럭으로 치어 죽이려고 여러번 시도한다.
구보 후미에: 무코타 고등학교 2학년으로 공부에 관심이 없고 꿈이 없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유메노를 벗어나 도쿄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학원에 다녀오다가 게임중독인 히키고모리 노부히코에게 납치당해서 그의 방에서 사육(?) 된다.
가토 유아: 폭주족을 하다가 폭주족 선배가 하는 회사에서 누전차단기를 방문판매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전부인인 아야카가 아이 때문에 생계급여가 축소된다며, 자신의 아들인 쇼타를 유아에게 맡기고 가고... 쇼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날 회사 선배가 회사 대표를 살해하여, 그 뒷수습을 같이 하게 되는데...
호리베 다이코: 쇼핑센터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있다. 결국 사이비 종교간 세력 다툼 때문에 직장도 잃고 마는데...
야마모토 준이치: 유메노 시의원으로 건설업을 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과 관련하여 야쿠자 출신 형제인 아부타 게이타와 고지와 긴밀하게 지내던 와중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리는데...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5명의 사람.
그들은 소설 끝까지 각각의 생활을 하다가 차 사고로 인해 맨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 부딪히게 된다.
그게 소설의 반전이자 재미였다.
방사형으로 나열되어 있던 각각의 삶이 하나의 점으로 뭉쳐진 느낌이랄까?
소설에 묘사된 풍경, 사회복지제도 등을 보면 오쿠다 히데오가 자료조사도 참 많이 한 것 같고...
복지제도가 중간중간 나와있어서 그런가,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부분부분 공감(?) 했던 구절~
메일함에 시민들이 보낸 메일이 몇 개 있어서 열어봤다. 버스 노선을 자기네 집 앞으로 조정하라느니, 쓰레기 수거 시간을 늦추라느니, 집 근처에 시영 탁아소를 지어달라느니 하는 소리들뿐이다. 그중 '도서관의 영화 DVD를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 납세자로서 요구한다'라는 어느 노인네의 메일을 읽고 준이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에 그만 짜증이 났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싶으면 당신이 사서 보면 되잖아!" 저도 모르게 소리 내 말해버렸다.
시민들은 무슨 비장의 카드라도 내밀듯이 걸핏하면 '내가 낸 피 같은 세금'이라고 하지만, 그 대부분은 납부한 세금보다 더 많은 행정 서비스를 받아 챙기는 사람들이다. 평균 소득층조차 비용에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 66~67 page
야마모토 준이치(시의원)의 이야기 부분에 나왔던 구절.
국회에서 일하다 보면 말도 안되는 여러 민원에 시달려서 그런지, 이 구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반드시 처리가 되어야 할, 너무나 억울한 상황에서 발생한 민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참 많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자신을 위해 제도를 바꿔달라는 사람들...
전화 걸자마자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들... 그런 민원인들은 정말이지... 아휴~~
"이놈의 세상, 왜 점점 더 이상하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진짜.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 나하고 아야카가 처음 신청했을 때는 금세 생활보호 대상자로 인정해줬는데, 요즘에 이혼한 내 친구가 창구에 갔더니 무서운 아저씨가 나와서 쫓아내더래. 시청이 기분 내키는 대로 돌아가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
"너하고 아야카는 완전 재수가 좋았구나."
"그렇다니까. 하지만 요즘 재심사가 들어와서 전 남편한테 양육비를 받아내라느니 부모의 도움을 받으라느니, 아주 귀찮게 굴어. 지금은 액정 텔레비전을 꺼내놨지만, 케이스워커가 올 때는 벽장에 감춰야 하고 화장품 같은 거도 전부 치워야 해. 생활보호비 곧 끊길지도 모르지만, 어떻든 아야카하고 둘이서 최대한 오래 받아보려고......"
"제기랄." 유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이라는 나라,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는 거 아냐?"
"누가 아니래. 글쎄 국민연금을 만기까지 착실히 납부해도 연금이 겨우 월 6만 엔쯤 나온다는 거야. 근데 혼자 사는 노인네가 생활보호 대상자가 되면 최저로 받아도 8만 엔이야. 꼬박꼬박 국민연금 납부하는 사람만 바보지 뭐야. 야큐자들이 노숙자 모집해서 자기들이 대신 생활보호 신청해주고 그게 통과되면 반절씩 뜯어간대."
유야는 그만 힘이 빠져서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다. 돈이란 일단 손에 쥐는 놈이 장땡이다. 높은 데 앉은 놈들부터 정의롭지 못하니까 자기들 같은 사기 그룹도 나타나는 거다. 사기도 정당방위다. - 109~110 page
면담 다음에는 가정방문을 나가 케이스들의 상담을 받았다. 윗선에서는 부정 수급자를 근절하라는 지시가 연일 내려오지만, 실제로 현장을 돌다보면 복지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모자가정은 파트타임 일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멀쩡한 성인의 시급이 7백엔이라는 말을 들으면 남의 일이지만 정말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복지행정은 자본주의의 엉덩이를 닦아주는 일인 셈이다. - 149 page
생황보호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나온 구절.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제도에 기대는 사람들.
이건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듯~
부정수급자를 찾겠다고 사회복지통합전산망(행복이음)을 개설하고 했어도 아직도 부정수급자들은 곳곳에!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이런 파렴치한 부정수급자들은 좀 사라져야 하는데...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은 현 상황.
"윗선에서는 부정수급자를 근절하라는 지시가 연일 내려오지만, 실제로 현장을 돌다보면 복지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어디까지 근절해야 하고, 어디까지 수급권을 줘야 하는건지?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어느정도의 비용?
답이 안나오는 복지제도.
아... 소설인데~
소설에 복지관련 내용이 많이 나와서 읽으며 너무 많이 감정이입 해버려따;; 에혀!
그래도 정말 참 좋았던 소설이었음!!
근데 페이지수가 좀 많긴 많음!! 632page!!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