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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에서 '에쿠니 가오리'로 검색해서 빌린 책 <빨간장화>
대학 때, 일본소설에 폭 빠져 지냈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그 때 만큼 일본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는 듯.
좋아라 하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인지라 즐겁게 읽기 시작했는데~
<빨간장화>는 조금 이질감이 들었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한 부부 이야기.
쇼조는 봄시 언짷은 표정으로 아무 말 하지 않으리라, 눈에 선했다 방마다 불이 환하고, TV도 두 대 다 켜져 있다. 양복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밥 먹고 난 그릇들은 죄 식탁에 벌려둔 채이리라. 그렇더라도.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아케미의 옆얼굴을 보면서 히와코는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부재가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나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극너 너무 쓸쓸할 것 같다. 너무 쓸쓸하고, 그리고 너무나 불안할 것 같다. - 178 page
책장을 넘기면서 히와코는 신기한 기분에 젖는다. 살짝 땀에 젖어 공을 치는데 여념이 없는 쇼조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곳'에 있는데.
이를테면 어제. 얼굴을 들고, 잔뜩 찌푸린 하늘과 삼면을 에워싼 녹색 망을 보면서 히와코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어제, 내가 직장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쇼짱이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또는 내가 직장에서의 쇼짱을 전혀 모르는 것과.
하지만 그것은 존재한다.
이렇게 여기에 있으면, 우리는 아마도 사이좋은 부부로 보이겠지. 쇼조가 가져다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히와코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쇼짱은 나의, 나는 쇼짱의 대체 무얼 알고 있다는걸까.
공을 퍼 올리듯 친 순간 쇼조가 어렴풋이, 그러나 하나 칠 적 마다 "웃." 혹은 "훗." 하는 소리를 낸다는 걸 문득 깨닫고 히와코는 살포시 미소 짓는다. - 183 page
나로썬 이해가 가지 않는 기묘한 그들이 결혼 이야기.
대학시절 내가 에쿠니 가오리에 열광했던 것이 이상해. 이 소설을 보고 난 후 내 감정을 보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