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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by 하트입술 2011. 8. 27.

열정은어떻게노동이되는가한국사회를움직이는새로운명령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한윤형 (웅진지식하우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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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칭구 생일 때문에 광화문에 나갔다가, 교보문고에 들러 사회과학 서적 코너를 돌다가 이 책을 발견했었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바로 다음날 출근해서 국회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열정이 어떻게 노동이 되었는지, 열정이 노동이 되어 일하는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열정의 역사는 어떻게 되고 미래는 어떻게 될지 풀어놓은 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 같아 매우 흥미롭게 읽어 내려간 책이다.

추천사. 궁핍한 소크라테스를 위하여

여는 말. 굴러다니고, 널브러지고, 발에 차이는 것들

1장. 당신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라 ­ 열정의 도덕
1. 박카스 권하는 사회
2. 꿈과 열정의 구조 조정
3. 면접시험의 정치 경제학
4. 열정이 부족한 당신, 유죄!
5. ‘당신을 계발하라’는 명령

2장. 대한민국 열정 노동 백서 ­ 열정의 현장
1. 청소년, 꿈에 사로잡히다 <프로 게이머와 연예인>
2. “너희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잖아” <영화와 문화 산업>
3.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다
4. ‘고시 공화국’을 들여다보다 <언론사 입사 전형을 ‘언론 고시’라고 부르는 까닭>
5. 김삼순은 왜 빵을 구웠을까? <서비스 직종>
6. 하늘에서 ‘사장님’들이 비처럼 내려오다 <창업과 영업, 다단계 판매>
7.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시민 단체와 노조, 정당의 상근자들>

3장. 오렌지 족, 그리고 ‘신지식인’의 열정 ­ 열정의 역사
1. 새로운 아이들의 등장: 한국의 1990년대
2. 취미가 일로 변하다
3. 네가 하는 건 노동이 아니야

4장.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 열정의 미래
1. 노동의 죽음
2.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3. 정치, 그 어려운 숙제

맺는 말: 사랑과 열정을 그대에게!

부록. 한국의 열정 노동자 현황


'열정' 긍정적인 단어이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뛰는 그런 단어 '열정'
그런데 이 '열정'이 착취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열정'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열악한 부분들을 감수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

이 책은 열정에 대하여 다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열정은 어느덧 착취의 언어가 되었다. 이 거친 황소는 체제 안에서 훌륭히 길들여졌다. '원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청년'들이 새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체 게바라의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지자"는 말은 더 좋은 일을 얻을 날까지 충실하게 살라는 격언이 되었다.
열정은 제도화 되었다. 오늘날 면접관들은 열정을 '측정'한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답변은 간단하다. '악조건들을 얼마나 버텨 내는지' 확인하면 된다느 것이다. 그래서 면접관들에게는 우리를 모욕할 권리가 주어진다. 압박 면접이란 이름으로 성추행과 인신공격, 그리고 조야한 사상 검증이 횡행한다. 면접관들이 제시하는 과업들에 영융적으로 훌륭하게 대처하는 자만이 취업이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거이서 끝이 아니다. 끝없는 자기 계발로 열정을 증명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47 page

열정이 수치화 되는 사회... 끊임 없는 자기 계발이 없으면 열정이 없다고 단정짓는 사회.
열정을 측정한다는 것이 정상은 아닌 것 같으나, 그 정상이 아님이 정상이 되어버린 사회.

이 책은 '열정' 때문에 일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여러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 정당에서 일하는 당직자 그리고 시민단체의 활동가.

게다가 오늘날의 30~40대 상근자들은 여전히 말단의 정책 연구원에 머물러 있다. 30대의 단병호나 심상정이 전국의 노동 운동을 지휘했던 시대는 지나가 버린 것이다. 사회 운동의 꿈을 가진 청년들이 목격하게 되는 것은 아직도 막내 노릇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선배들이다. 시민 단체의 젊은 상근자들은 이런 상황에 절망하고 종종 퇴직한다.
영리한 젊은이들은 '참여연대'와 같은 비정부기구에 인턴으로 참가하는 것을 일종의 '스펙'으로 생각한다. 이력서에 써 넣을 수 있는 경력으로 여기는 것이다. 수많은 인턴 지원자들 중 누가 진짜로 시민 단체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그래서 시민 단체들은 점점 더 젊은이들을 불신하게 된다. 오늘날의 사회운동은 이렇게 특정한 세대에서 재생산의 방도를 잃어버린 채 말라죽어 가고 있다. - 158 page


당직자나 활동가들은 신념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과중한 업무나 적은 보수에 크개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이러한 곳에 몸 담으려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날의 사회운동은 이렇게 특정한 세대에서 재생산의 방도를 잃어버린 채 말라죽어 가고 있다." 이 구절에 숨이 확 막혀버린...

열정 노동의 본질은 다음 세가지 진술이다.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2) 그러므로 나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3) 고로 나에겐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 없다.

열정 노동의 확산은 IMF 사태라는 국내의 위기와 신자유주의 창궐이라는 전 세계의 상황을 근간으로 한다. 국가와 자본은 사람들의 열정을 필요로 했다. 동시에 신자본주의는 '불안정함'이라는 운명을 새 시대에 부여했다. '나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요구되었다. 면접장에서도, 구직자가 열정을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인사 담당자들은 눈살을 지푸렸다. 그리고 '널 대체할 사람은 많아'라고 이야기했다. - 187 page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고,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없다는 열정노동의 본질. 여기에 내가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주5일 근무 따위는 가뿐히 무시해버리는 그런 것? 하하!

오늘날 한국 사회의-휴일도 없이 일하는- 열정 노동자들은 삼중의 의미에서 노동자가 아니다. 터무니없이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럼에도 묵묵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 189 page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열정 노동자. 이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 열정 노동자.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
이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