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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다수 포함(영화 보기 전엔 읽지 마세요)!!
일요일 저녁.
갑자기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실까? 북카페에 가서 책에 집중할까? 고민하다 간 강변 CGV.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를 봤다.
트랜스포머 3(이건 혼자 보기 싫어서 패스), 퀵(왠지 안 땡기는...), 애니메이션들(그닥 좋아하지 않음) 몇가지 영화가 장악한 상영관... 내가 간 시간대에 마땅히 볼 영화는 <그을린 사랑> 이 영화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게 된 영화는 생각 외로 너무나 괜찮았다.
남자 아이들의 머리를 깍는 모습이 비춰지며 영화가 시작되고...
그 중 한 남자아이가 유독 분노에 가득한 모습으로 카메라에 잡힌다.
아이 치고는 너무나 매서운 눈빛...
테러리스트들의 '성전'이라 일컬어 지는 행위 전에 당사자가 저런 눈빛일까 싶었던 매서운 눈빛.
그리고 공증인과 함께 어머니의 유언장을 개봉하는 쌍둥이가 등장한다.
"나체로 성경책 없이 뒤집어서 관에 넣어달라", "세상에 다시 오고 싶지 않게 세상을 등질 수 있게 뒤집어서 관에 넣어달라"는 어머니(나왈 마르완)
어머니는 쌍둥이의 아버지와 형에게 전해달라는 2개의 편지를 남기고, 편지가 전해지기 전에는 묘지에 비석도 세우지 말라고 유언을 한다.
쌍둥이 아들(시몬), 딸(잔느)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만 한 유언.
그 유언을 들은 후 아들은 그 유언을 애써 무시하려 하고, 딸은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의 고향인 중동으로 향한(명확히 어느나라인지 영화 내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후 그 곳에서 자신이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 같은 어머니의 과거들... 한 여인이 겪었어야만 했던 시대의 굴곡들을 말이다.
잔느가 알아간 진실... 그리고 잔느 혼자 감당하기는 버거운 현실에, 시몬을 부른 후 시몬이 알아낸 진실...
나왈 마르완의 삶.
종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여 함께 도망을 가려다가 형제들에게 붙잡힌 나왈.
나왈의 앞에서 남자를 살해하고, 가문의 수치라며 나왈마져 죽이려 하는데 그들을 말린 할머니.
할머니는 나왈에게 고향에서는 살 수 없으니 삼촌이 사는 도시로 나갈 것을 권유하고, 나왈은 아이를 낳은 후 도시로 나간다(아이는 발 뒤꿈치의 3개의 세로점 문신을 한 채로 고아원에 보내진다).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삼촌이 하는 신문사 일을 하면서 지내던 나왈.
그러던 와중 남부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학살이 진행이 되고, 자신이 낳은 아이가 남부에 있는 고아원에 있기 때문에 그 아이를 찾아나선 나왈은 아이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과거와 다른 여성이 되어간다.
종교 때문에 서로를 죽고 죽이는 모습.
살기 위해 십자가 목걸이를 풀거나, 히잡을 둘러야 하는 현실...
아들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수소문 하던 나왈은 버스를 타기 위해 십자가 목걸이를 풀고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그 버스가 기독교인에 의해 공격당할 때, 십자가를 보여주며 기독교 인이라고 밝혀 살아난다.
버스 안에서 유일하게 총알을 피한 나왈과 한 모녀.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불이 붙기 전 버스를 탈출할 수 있었던 나왈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며 안고 나왔다.
여성은 살릴수 없으나, 아이라도 살리려고 한 나왈.
하지만, 그 아이는 나왈에게 안겨 엄마를 부르며 울고~
나왈에게 안긴 아이가 나왈의 자식이 아닌 것을 안 기독교 인들은 아이를 나왈에게서 떼어놓는다.
나왈에게서 떨어진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불타는 버스로 뛰어가다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버스가 모두 불탈 때 까지 나왈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총에 성모마리아 사진을 붙여 놓고,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총질을 하는 사람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죽고 죽이는 상황의 반복.
그리고 그 정중앙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아들을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기독교 민병대의 대장을 죽인 후 15년간 감옥에 갇힌 나왈.
감옥에 갇힌 후 고문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풀려난 나왈.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쌍둥이 시몬과 잔느.
나왈이 죽은 후 어머니의 삶을 따라가던 시몬가 잔느가 접한 아버지와 형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
그들이 찾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성폭행한 고문관 이었으며, 그 고문관은 바로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즉 그들의 형이었다.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면 정말 막장(아버지이자 형인 남자를 찾는 여정)이지만, 그런 상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담담하게 풀어내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영화. <그을린 사랑>
지금도 어디선가는 충분이 일어나고 있을만한 이야기. 그래서 더 가슴아픈 이야기.
아무런 생각 없이 고른 영화가 정말 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