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친구

by 하트입술 2011. 6. 6.

                                         2009년 봄. 올림픽공원으로 소풍가서 찍은 사진


어제 저녁 10시 쯤 퇴근을 했습니다. 동네로 들어가면 11시가 넘는 시간.
하지만 다음날(오늘)이 현충일이라 쉬는날이니 혹시(?) 하며 동네 친구들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11시 10분에 맥주 마실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문자를 날리니, 이미 동네에서 모여 있다고 빨리 들어오라네요.
그래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다가 택시를 타고 동네로 넘어갔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말이죠.

동네 카페베네에 미리 모여있던 친구들~
택시를 타고 동네를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 보는게 좋기도 하면서, 나 빼놓고 셋이 이미 모여있다는게 서운하기도 하고...
올해 들어, 친구들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보자고 연락이 와도 "바쁘다"는 핑계로 만난 적이 거의 없어서 반복되는 거절에 이제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 예측은 하면서도~
매번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 밖에 없는 내 상황이 서럽기만 한...

그렇게 동네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치맥을 먹으러 갔습니다.
11시 30분 부터 2시 30분까지 3시간동안 이어진 수다.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 제가 모르는 것들이 참 많더군요.
어릴 적엔 정말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 공유하던 사이인데...
저를 제외한 세명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저만 모르고 있는 것들~

자주 못 본것도 못 본거지만, 네이트에서 조차 말 걸기가 꺼려진다고 말하던 친구들...
(바쁠 때 네이트에서 말 걸면 "바빠! 미안!" 하고 답을 잘 안하는 나쁜 습성이 있습니다)

저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학원을 마치고 국회에 다시 온 이후로 점점 까칠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보다 일을 우선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 보는 횟수가 확연이 줄었다는 것을...
그래서 고쳐야지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오랜 동네 친구고, 널 아끼니 해 주는 말" 이라면서 말이죠.

친구들이 하나둘씩 털어놓은 이야기.
제가 친구들을 서운하게 했던 것들...

제 나름대로는 친구들이 신경 안 쓰게 해 주려고 했던 것들인데, 배려한다고 한 행동들인데~
그런 제 모습이 친구들은 친하지 않아서, 편하지 않아서 하는 행동들로 느껴졌나봅니다.

저도 친구들 만나서 놀고 싶죠.
근데 그럴 수 없는 여러가지 환경(야근, 논문, 주말출근)...

친구들이 여행갈 때 휴가를 낼 수 없어 여행을 가지 못하고~
여행가지 못한게 너무 서운하지만, "이 직장은 휴가도 안줘서 여행도 못가!"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애초에 "난 여행 못가!"라고 선언하곤 마음을 다스렸는데~
그것도 친구들은 서운했나봅니다. 친구들은 제가 여행을 함께 못 간것이 너무 마음에 걸리는데...
전 한큐에 "나 못가니까 니네끼리 다녀와!"라고 이야기를 해 버렸으니 말이죠.
제 딴에는 친구들 미안해 하지 말고, 나 또한 어짜피 못갈거 스트레스 안 받으려 한 행동이었는데~

그 동안 친구들이 서운해 하는 부분들이 이해가 가면서,
제가 어찌할수 없는 부분들도 있고...

한참의 이야기 끝에 내려진 결론은~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 행동들만 봤을 때 친구들은 서운했던거고...
전 가장 친한 친구들이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던거죠.
아무리 친해도 그 사람의 마음을 100% 있는 그대로 알긴 힘든데~
제가 너무 무심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어제 저녁, 친구들과 술한잔 하며 이야기를 하면서~
그간 쌓인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켜켜히 쌓여버린 오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