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판단할 일이 많아진다.
사람에 대한 판단 또한 그러한듯...
대학생 땐 굳이 소개팅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만날 일이 참 많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친구였다가 연인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니, 그런 우연한 만남이 사라졌다.
그래서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 소개팅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대학교 4학년 때의 첫 소개팅 이후 지금까지, 소개팅을 몇번이나 했을까?
10번은 훌쩍 넘고, 20번도 넘을 것 같고, 30번 되려나? ㅋ
소개팅을 해서 연애도 몇번 해봤으니~
지난주 금요일, 친한언니와 점심을 먹다가 연애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니 그 자리에서 바로 언니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소개팅을 잡아줬다.
문젠.. 그 사람의 기본 인적사항을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알아서 하라며 연락처만 넘겼다.
그리고는 소개남에게 전화가 와서 서로 이름만 이야기 하고 약속날짜를 잡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이후 바로 날아든 도전적인 카톡!
카톡으로 신상정보 캐는 소개팅은 또 처음 봤다.
내 신상정보가 궁금하면 주선자에게 물어보던가, 아님 만나서 물어보던가~
그것도 아님 전화를 해서 물어보던가.
논문을 쓰지 못할 정도로 끊임 없이 쏟아지는 카톡.
상대에 대한 예의를 그닥 갖추지 않은 질문들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질문도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음)
주선해 준 언니 얼굴 생각하며, 참고 참고, 또 참으며 답문을 날렸다.
아마 친구가 해준 소개팅이면, 그 친구에게 당장 전화해서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을거다.
"너 도대체 어떤 인간을 해준거야?"라며~!
하지만, 언니가 해준거니깐 참으면서 최대한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카톡을 하면서 든 생각은...
"자신감이 넘치네! 자신감 없는 것 보단 낫지", "근데 도대체 얼마나 잘났기에 이런 태도지?"
"만나서도 이정도 싸가지면, 나도 똑같이 해줘야겠군!"
그런데 왠걸! 카톡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질문을 날리더니~
본인 가족 중 환자가 생겨서 못 만나겠단다.... 하아!
만나기도 전에 까인거임? 그런거임?
친한 언니가 해준 소개팅이라~
싸가지 없어도 참고 또 참으며, 만나서 판단하자고 다짐하며 착하게 대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당하다니!! 분한!!
만나서 판단하기 위해 최대한 친절히 대해 줬는데~
하아... 내가 당했구나!!
소개팅이 파토난 후 주선해 준 언니에게 금욜 이후 있었던 일을 털어 놓으니,
"그런 놈인줄 몰랐어!! 미안해!! 절대 만나지 마!!"라며 완전 분노했다.
그리곤 "그런 놈은 응징해야해!"라고 했는데... 그녀가 정말 응징할 것 같아서 살짝 두려운...
그녀는 한다면 충분히 하는 멋진뇨자이기에~ ㅎㅎ
역시 사람은 업무상 만나는 것과 이성으로 만나는 건 다르구나~
근데 나 왜 만나기도 전에 까인거지? 아직도 몰겠음.
너무 착하게 반응해줬나.. 허허!
논문 쓰면서 소개팅은 무슨...
일하면서 논문이나 써야거땅~!
올해 4월도 윤중로를 사무실 식구들과 걷겠구나~
작년 4월에 윤중로를 걸으며...
올핸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건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