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고가는 비행기에서 본 책. <페미니즘>
UN 여성지위위원회 회의 가는데 왠지 이런 책을 봐줘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국회도서관에서 빌려서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근데 바보 같이 예전에 읽은 책인데 또 읽었다. ㅋ
평소 여성학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 이것 저것 찾아서 읽었었는데~
이 책도 읽었던 책이더라. 벨 훅스의 페미니즘. 한 때 쥬디스 버틀러나 이런 사람들꺼 일부러 찾아 읽고 했는데... 2006~7년에.
보통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하면 사람들의 반발심이 너무 강해서~
도대체 왜 그럴까? 제대로 알아나 보자 하며 봤던 책이었는데~ 바보 같이 또 읽다니 ㅋ
그래도 몇년 사이에 머리가 컸다고 책 읽고 난 후 여운이 다르더라.
이 책은 흑인 페미니스트로써 페미니즘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
중산층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 놓은 페미니즘을 재분석 하고 있는 것!
근데 페미니즘 책은 읽어도 읽어도 어렵다. ㅠ.ㅠ
인상 깊었던 부분들~
"여성들이 페미니즘 저술활동을 하고 노동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성과를 내어 세력과 명성, 돈을 얻을수록 개인적인 기회주의에 사로자혀 집단 투쟁을 하자는 호소는 그 기반이 약해졌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계급차별, 인종차별에 반대하지 않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했다. 그들의 기대는 다양했다. 특권계급의 여성들은 같은 계급의 남성들과 사회적으로 평등하기를 바랐다. 남성과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기를 바라는 이가 있었고, 생활 방식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도 있었다. 기존질서를 벗어나지 않는 이런 관심사는 지배계급의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쉽게 흡수되는 경우가 많았다." - 30~1 page
"자기 이익을 위해 페미니즘의 역동성을 이용해온 이는 자유주의 여성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여성들은 페미니즘으로 인해 일어난 사회개혁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수혜를 입었으면서도 스스로를 페미니즘의 지지자로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성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토론회들이 미국 전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런 토론회는 페미니즘 운동이 없었다면 절대로 조직되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겠지만 토론회 참가자들은 페미니즘 지지자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페미니즘 운동에 공개적으로 참여하기를 싫어하며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를 비웃는다. 아프리카계, 아메리카 인디언, 아시아계, 히스패닉 미국 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했다가는 따돌림당한다는 것을 안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많은 여성들의 배려 덕분에 직업 면에서(경제적 수입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명성을 얻은 여성들조차도 페미니즘 운동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심지어 여성 이슈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대체 단어를 만들어서 '페미니스트'라는 용어의 사용을 피하려고 한다. 조직적 정치활동과 전혀 연관이 없는 새로운 용어를 만든다는 점은 여성들이 왜 페미니즘의 참여를 꺼려하는지 쉽게 설명해준다. 그들은 용어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기보다는 페미니즘의 왜곡된 정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는 의심을 사지 않을만한 이슈라면 아마도 이 여성들은 지지할 것이다." -52~3 page
"페미니즘은 성차별적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투쟁이다. 페미니즘의 목적은 특정한 여성 집단이나 특정한 인종이나 계급의 여성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변혁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이 생활 방식도 아니며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기성의 정체성이나 역할도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여성들은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페미니즘 운동에 힘을 쏟기를 그만두고 반문화, 즉 구서우언들이 남성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여성 중심의 세계를 건설하는 데 전념한다. 이런 시도는 대안적 여성중심공동체라는 제안을 문화적으로 받아들여 함께 실현할 수 없는 대다수 여성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는다. 메리 데일리는 <하나님을 넘어서>에서 여성들에게 '가부장적 체제가 제동하는 보호'를 포기하고 여성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 59 pgae
"우리는 정치적 참여로서의 페미니즘에 초점을 맞추며, 개인의 정체성과 생활방식을 강조하기를 거부한다. 그럼으로써 혁명적 실천에 참여하게 된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영향을 받은 서양 사회의 가치체계는 사회적이기보다는 개인적이다. 서양의 가치체계에서는 개인의 선이 집단의 선보다 중요하며 따라서 개인의 변화는 집단의 변화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문화적 제국주의의 이런 독특한 형태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재상산되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까닭은 개별 여성들이 '현재 상태의' 페미니즘 덕분에 자신들의 삶이 의미있게 변화했다는 사실과 현재의 페미니즘 이론과 실천에 변화의 필요성은 없다는 정책을 동일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정치적 참여로서의 페미니즘 투쟁에 동참하도록 하려면,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말을 되도록 사용하지 말고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페미니즘을 정체성이나 생활방식으로서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우리의 전략과 방향을 바꾸려 한다면 세상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면 대개의 경우 고정관념화된 정체성, 역할, 혹은 행동방식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말하면 "페미니즘이란 게 뭡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나는 ~을 지지한다"는 말은 "나는 ~이다"는 말에서 풍기는 일종의 절대주의를 내포하지 않으며, 서양 사회의 모든 지배체제에서 이데올로기 핵심 요소인 양자택일의 이분법적 사고를 하지 않도록 한다. 선택을 하고 페미니즘에 참여했다고 다른 정치적 운동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밖히는 것은 아니다." - 62~3 page
"억압의 종식이란, 여성과 남성이 모든 형태의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모든 폭력에서 벗어나며, 이 이미지 아니면 저 이미지, 이 기준 아니면 저 기준, 어떤 '섹슈얼리티'라고 고정되는 하나의 성적 정체성, 하나의 성별 정체성으로 순환하고 교류하는 모든 형태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로워지는 사회관계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249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