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Book

한국의 워킹푸어(프레시안 특별취재팀)

by 하트입술 2011. 1. 26.

너무나 보고 싶었던 책. <한국의 워킹푸어>

작년 요맘때 즈음.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라는 책을 읽었었다.
미국의 워킹푸어를 5~7년간에 걸쳐 종단조사 한 후(엄밀한 의미의 조사는 아니었지만 추적조사라 해야 할까?) 그들의 삶에 대하여 쓴 그 책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사회복지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크게 관심이 없었던 워킹푸어와 빈곤문제에 눈을 떴으니 말이다.

평소 제도나 정책에 더 관심이 있었지, 그들의 삶 그 자체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와 <4천원 인생>을 읽고 현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와 같은 책이 나오기를 학수고대 했었다.

그러고 있던 와중 일본의 <워킹푸어,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는 책이 나왔고, 그 책에는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복지국가가 된 일본의 현실이 있는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똑같은 길을 밟게 될 것 같은 일본의 현실.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나온 후 나온 책 <한국의 워킹푸어>

예약까지 해가며 국회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약간은 허무한?

머랄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담은 책 보단 그 깊이가 조금 낮은. 아니 좀 많이 낮은...

너무나 단편적으로 현재의 현실을 보여주는데에 그쳤다 이 책은...
물론 이것도 취재하는데 너무나 어려웠겠지만, 단지 신문기사를 모아놓은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워킹푸어,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와 <워킹푸어,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를 읽었을 때 느낀 그런 충만감과 지적인 자극을 주진 못한 책 <한국의 워킹푸어>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워킹푸어들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여는 글 워킹푸어와 경제적 공포

제1부 모 아니면 도(?) - 동일직종 내 계급화
제1장 가방끈 길어 더 비참한 직업 - 비정규직 교수
제2장 동일노동 차별임금의 두 얼굴 - 금융 비정규직

제2부 밥 대신 꿈 - 문화산업의 성장과 변종 노동착취
제3장 치열한 경쟁을 핑계로 헐값에 팔리는 노동 - 영화 스태프, 드라마 보조작가
제4장 1년 후를 기약할 수 없는 잊혀진 비정규직 - 비정규직 학원 코치
제5장 월 125만 원으로 버티는 자존심 - 비주류 언론 기자

제3부 신자유주의, 신식민주의 - 뿌리내린 신자유주의와 주변부 노동자
제6장 투잡·쓰리잡이어도 늘 적자인 인생 - 최저임금 노동자
제7장 《게 공선》의 또 다른 주인공 - 이주노동자
제8장 학벌이 결정하는 직업의 귀천 - 지방대생
제9장 죽음의 그림자에 스러진 대학 진학의 꿈 - 고졸 노동자
제10장 연매출 2억 뒤에 숨어 있는 3억의 빚 - 농민
제11장 빈곤의 끝자락에서 허우적거리다 - 여성 노동자

제4부 우리는 유령일까? - 공동체의 붕괴와 벼랑 끝 사람들
제12장 빈곤의 대물림에 희망을 잃은 어린 천사 - 빈곤 아동
제13장 세상의 잔인함과 마주치다 - 빈곤 청소년
제14장 난민 아닌 난민의 삶 - 빈곤 노인

제5부 예외는 없다 - 사라지는 안전지대
제15장 집이 있어도 가난하고, 집이 없어도 가난하다 - 도시 중산층
제16장 홈플러스와 맞서 나자빠지다 - 자영업자

맺는 글 한국의 워킹푸어는 왜 급증하나?

한국의 워킹푸어들에게 그대들 죽지 말고 살아남기를

각각의 직종의 현실을 보여준 책.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 실제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는 게 이 책의 의미라면 의미랄까?

제1부 제1장 가방끈 길어 더 비참한 직업 - 비정규직 교수

대학원신문사 활동을 할 때,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분들을 인터뷰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인터뷰를 했던 분들 중 국민은행 앞에서 천막시위를 하고 계신 시간강사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분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 앞에서 천막시위를 하고 계신다.

국회로 다시 돌아오고 난 후 박카스를 한박스 사들고 그분들께 갔었는데, 그 이후론 발걸음을 못하고 있다.

국회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처절하게 투쟁하고 계시는 분들을 도울수 없음이 죄송스러워서...

  "교수님."
  학생들이 이모(44, 여)씨를 부르는 호칭이다. 그러나 그의 지난 2009년 수입은 9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는 지방 사립대 시간강사다. 2009년 2학기에 그는 3학점 두 과목의 강의를 맡았다. 그는 오전 9시쯤 학교에 나와 저녁 9시 퇴근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수업 준비와 과제물을 채점하는 데 보내지만 강의 시간만 일한 시간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1주일에 6시간, 시간당 5만 2000원이 그가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이다. 방학에는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
  4년제 대학 시간강사 연봉은 지난 2008년 평균 487만 5000원이었다. 전문대학 시간강사들은 강의료로 연평균 392만원을 받았다. 반면 국립대와 사립대를 평균한 정규직 교수의 연봉은 4123만8000원이었다. 시간강사 평균 연봉의 10배 가까이 된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정규직 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이다. 실제 시간강사 평균 연봉의 28배다.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  24-5 page

이 외에도 최저임금 노동자, 빈곤 아동, 빈곤 청소년, 빈곤 노인 등을 읽으며 이런 저런 정책 대안을을 생각해봤다.
단지 책을 읽는 걸로만 끝낼 수 없는 건... 내가 하는 일이 정책을 다루는 일이니, 부조리한 현실은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서~

하지만, 그간 공고화 된 문제들이고 쉽게 해결책이 보이진 않는다...

빈곤아동 부분에서 지역아동센터인 다솜센터 원장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국가가 사회복지시설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업저겡 대해 깍아내릴 생각은 1퍼센트도 없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진 것이고 국가의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사회복지에 접근하는 정부 마인드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부하 직원은 아니거든요. 언제까지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 돈 안준다는 식이 돼선 곤란하죠. 또 사회복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담당자들이 실무를 맡게 되면 모든 관심을 '실적'올리는 데에만 쏟습니다. 현장방문 같은 최소한의 활동도 안합니다. 우리 센터가 지원이 끊긴 게 제 잘못이 크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식이 우리를 복지 현장에서 끌어내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를 끌어내기 전에 우리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봐야죠. 낮은 평가를 받은 시설에 대해 인건비를 못 쓰게 하는 등 불이익을 주면 감수하겟습니다. 하지만 석달간 돈 줘서 시설 문 닫든 말든 모르겠다는 식의 태노는 아니지 않나요. 우리를 현장에서 밀어내면 이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요?" 
                                                                                                                                                 - 189~190 page
 
울림이 컸던 이 말...

사실 국민의 정부 이후 사회복지영역에서는 정부주도로 각각의 시설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으며, 그 평가에 따라 예산을 차등지원 하고 있다.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 그리고 정책을 하는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라고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그 생각이 좀 많이 위험하단 생각을 했다.

각 기관마다 페이퍼로 나오지 않는 자료들이 있다는 것. 다솜센터는 아이들이 자신의 기록을 담은 컴퓨터를 해킹당해 아이들에 대한 정보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준 용돈이 공금유용으로 걸려 센터문을 닫게 되었다.

평가할 때 중요한 부분인 회계처리 미비, 아동관리 미비로 걸린 것...

평가자는 단지 회계처리가 미비한 것, 아동의 데이터가 없는 것. 그 객관적인 사실만 가지고 이 시설을 점수매겼을 것이고 그로 인해 시설 폐쇄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나도 그 자료를 봤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폐쇄할만 하네~"라고 수긍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구체적인 사연을 알지 못했다면 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읽고 나니, 평가라는 이 제도가 너무 기계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준이 없다면 평가 그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지"가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 또한 일을 할 땐, 팩트와 숫자를 운운하니... 이게 참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심층기사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 이 책.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모르던 다른 면을 알 수 있게 되어 그것 만으로도 대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