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하다가 트위터를 하다, 사회복지사인 트친님이 여러가지를 제안한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디어도 많으시고, 이것 저것 현재의 복지판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신 분 같았습니다.
그분이 한 제안들 중 공감이 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몇가지 부분에 대하여 트위터로 문의를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회에서 일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단순 비판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단순 비판의 경우 결국 비난일 수 밖에 없더군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비난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전 잘못된 정책이 있을지언정 그것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기 전에는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 보기 전에는 쉽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답답한 스탈이지요. 야당은 단지 폭로만 일삼아도 되는데 말이죠. 하지만 전 그리고 저희 의원님과 저희 의원실 식구들은 그러한 파렴치한 야당식의 행태로 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전한 비판과 대안제시. 그게 저희 의원실이 일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오늘 트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트친분이 하는 제안들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저 또한 이미 현실에 순응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트친님께서 "국감 때 예산증액에 앞서 누수되는 예산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매년 봄에 작년 결산 심사를 하곤 하죠. 올해는 그게 늦어져서 9월에 했지만 말입니다. 덧붙여 "국립 시립 구립 기관장이 자기 혈족을 채용한 데이타"를 복지부에 요구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그 자료 산출이 어려운 이유를 몇개의 DM을 통해 말씀 드렸습니다.
트친님은 "직원 현황표를 먼저 받고 의심이 되는 직원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선 2010년 현재 전국에는 227개의 시군구가 있습니다. 트친분 말씀대로라면 전국 227개 시군구 공무원 및 시군구 산하기관 직원 현황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현황을 받았다 쳐도. 단순히 시장, 군수, 구청장 이름과 공무원들의 이름만 가지고 누가 누구의 친인척인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근거로 그들이 친인척임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단순한 이름만 가지고 말이죠. 또한 단순한 이름 조차 자료요구를 할 경우 제대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트친님이 제안하신 아이템은 킬 할수 밖에 없는 아이템입니다. 열정이 넘치는 제 트친분은 제가 그 아이템을 킬 할수 밖에 없음을 설명드린 것을 보고, 혹여 기분이 조금은 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가볍게 킬 해버렸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이 이 공간에서 일하면서 생긴 내공인 것 같습니다. 될 것과 안 될 것을 구분하는 것.
물론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자료요구를 한 후 그것을 통해 문제점을 밝혀내기도 합니다. 과거에 저 또한 전 시군구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 회의록을 받아서 그것을 다 본 후 문제점을 지적한 적도 있구요(A4 박스로 10박스 이상 왔던 것 같습니다).
조금 전 트친님과 트위터에서 대화를 하며, 내가 지금 무슨일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트친님과 트위터에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복지부 정책과 관련하여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동기와 오래간만에 통화를 하고... 내가 필드와 너무 많이 떨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이러한 대화를 하고 보니(열정이 넘치는 제안에 대한 딴지 걸기 쯤). 나 또한 이미 탁상놀음만 하는 공무원이 되 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된다, 안된다가 명확한. 그래서 그다지 노력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일만 하는 공무원 말이죠. 절대 그렇게 되지 않기로 다짐했었는데...
그래서 이번주엔 국감을 앞두고 여기저기 현장을 쫌 돌아볼까 합니다. 제가 현장으로 나가면 여럿이 피곤해 질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 말이죠.
진정한 복지가 무엇인지... 난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이성을 가진 사회복지사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