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길. 국회의사당역을 나와 헉헉거리며 국회 본청을 향해 걸어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본청. 본청에 당도하여 옆으로 빙 돌아 후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와서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주말에 출근 할 때마다, 그리고 야근하고 집에 갈 때마다 느끼는 단 한가지! "도대체 왜 이 건물은 후문(뒷문)만 열어 놓는거야!" 건물 관리 상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을 때는 출입구를 한개만 개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빙 돌아서 한 참 걸어야 하는 후문(뒷문)인 것이 문제인거죠. 그래서 국회 본청 출입구에 대해 고찰해 보았습니다.
국회 본청에는 여러개의 출입구가 있습니다. 우선 TV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면에 잔디밭과 계단이 있는 정문이 있습니다. 정문은 국회 2층에 위치해 있으며(계단 주르륵 있고, 그 위에 있는 문), 2층으로 들어가 또 빨간 카펫이 깔려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국회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이 있는 3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은 국회의원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물론 국회의원을 수행하는 보좌진들도 함께 이용하긴 하지만 말이죠.
의원회관과 마찬가지로, 의원님들은 자동문을 이용하고 보좌진은 옆에 있는 회전문을 이용합니다. 이 문은 평일엔 8시까지 개방을 하고(국회의원이 본청 안에 남아있을 경우는 그 국회의원이 퇴근할 때 까지), 주말에는 닫아버립니다. 또한 2층에는 국회 정문 뿐만 아니라 3개의 문이 더 있는데, 그 문들은 항시 잠겨있습니다. 항상 잠궈놓을거 도대체 왜 문을 만들어 놨는지? 의문이 들 뿐... 제가 근무한 이후로 그 문들을 개방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필요하다면 그 문 또한 열리겠지요. 아 문은 동서남북 4면에 모두 있습니다.
국회 본청에는 1층에도 총 4개의 문이 있습니다. 국회 정문 밑에 있는 1층 문, 그리고 후생관 쪽 문과 정론관 옆 문, 방문자들이 이용하는 후문. 국회 정문 밑에 있는 1층 문은 비가 올 경우 국회의원들이 주로 이용하고(위가 막혀 있어 비가 안 내림), 후생관 쪽 문은 후생관이나 의원회관을 갈 때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며, 정론관 옆 문은 기자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1층에 있는 4개의 문 중 정문 밑에 있는 문, 후생관 쪽 문, 정론관 옆 문. 이 문 3개는 모두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의원 그리고 국회 출입증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드나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문들은 평일 낮에는 항상 열려 있으나, 평일 7시 이후 그리고 주말에는 잠겨집니다.
그래서 국회 본청에 근무하는 보좌진이나 직원들은 평일 7시 이후나 주말에는 1층 후문(뒷문)으로 나가서 빙 돌아 국회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회 본청 건물이 쫌 많이 거대한지라, 건물을 빙 돌아 나가면 그 시간만 해도 10분 이상이 걸립니다. 결국 뒷문만 열기 때문에 나오는 폐해인데... 이건 어떻게 전혀 개선이 안되고 있네요. 운전 전혀 안하는 저 같은 뚜벅이는 그래서 주말마다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20분간 걸어서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건물은 코 앞인데 문이 다 잠귀어 빙 돌아가고 있는 모습. 이것은 야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 본청에 근무한지 한달이 넘어 이젠 익숙할 법도 한데, 전 아직도 국회 본청 출입구가 적응이 안되고 있습니다. 국회 본청 후문(뒷문)으로 다니는 생활이 말이죠. 의원회관에 근무할 때는 야근을 할 경우 자유롭게 다른 의원실 마실도 다니고 했는데... 이젠 본청에서 야근하다가 의원회관 한번 놀러 가려면 걸어가는데 걸리는 시간만 10분(뒷문으로 나가서 빙 돌아서 가야 하니깐..)이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평소 낮엔 3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다른 문들이 잠겨 후문으로 돌아가면 최소 10분이 걸려버리니 말이죠...
단지 불편함에 시작된 국회 본청 출입문에 대한 넋두리를 쓰다보니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듭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렇다면, "국회라는 공간"은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쉽게 드나들어야" 합니다. 근데 국민들이 국회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까운 문을 두고 한참 걸어서 돌아 들어가야 합니다. 이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일까요? 단지 국회의 권위를 드높이는 하나의 방법 아닐까요?
제 생각엔 방문자들이 이용하는 후문(뒷문)의 위치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은 정문으로 국민들은 뒷문(후문)으로...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게다가 국민들은 1층, 국회의원은 2층. 이 또한 권위주의적인 발상 같습니다. 국회의원들만 사용하는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의 자동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덜 귄위주의적이게 되었다고들 합니다. "열린 국회"를 지향하며, "국회의 주인은 국민입니다"를 써 붙인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액션을 취하고 있는 국회. 그러나 아직 액션만 취할 뿐, 국민들에게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국회의 주인은 국민"임을 일깨워 주고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출입구. 단지 문의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그리고 밤마다 빙 돌아 출퇴근 해야 하는 한 보좌진의 넋두리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큰 변화가 아닌 작은 움직임입니다. 국회 방문자 출입구를 국회 본청 후면이 아닌 정면으로 바꾼다면, 그 작은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국민과 더 가꾸운 국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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