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읽은 책. 서평 안쓴지도 모르고 있다가 2달이 지난 지금에야 서평을 올리고 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 <한편이라고 말해>.
일반적으로 소설집의 경우 포함되어 있는 소설 제목 중 하나를 택해서 소설집 제목으로 하는 것이 흔한데, 이 책 안에는 <한편이라고 말해>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다.
단지 "한편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된 각각의 주인공들이 등장할 뿐.
특히 제목과 가장 잘 부합되는 내용의 소설은 <이건 무슨 언어지?>, <럭셔리 영구차>, <부모님의 침실>이었다.
나이지라아 출신의 예수회 사제인 작가가 아프리카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작성한 소설집인 <한편이라고 말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서 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지하철 안에서 에어컨 바람 쐬며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에도 지구 저편의 아프리카에서는 학교도 못가고 구걸을 하고, 갓 10살이 넘은 여자아이가 성매매를 하며, 단지 종교가 다른 이유로 서로 죽고 죽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여 가난, 종교 문제, 아동 매매 등을 담담히 담아낸 <한편이라고 말해>.
처음 국회 의원열람실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연을 쫒는 아이>가 생각났다. 재생지를 사용한, 같은 사이즈의 비슷한 두께의 게다가 비슷한 느낌의 표지를 가진 책. 그래서 <연을 쫒는 아이>와 비슷한 내용일까? 싶어 목차를 읽지도 않고 빌려서 읽었다. 결국 책을 읽다 보니 일정 부분 비슷하기도 했지만. 신분 문제 종교문제가 나오는 부분은... 그 소설은 성장소설이자 장편소설이었고, 이것은 중단편 소설이니 비슷하기도 하면서 달랐다.
<한편이라고 말해>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 성찬>
<가봉에 가기 위해 살찌우기>
<이건 무슨 언어지?>
<럭셔리 영구차>
<부모님의 침실>
빈곤층의 삶, 특히 빈곤 아동의 시선에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크리스마스 성찬>. 갓 태어난 동생을 데리고 나가서 구걸을 하는 아이, 그리고 12살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거리에서 매춘을 하는 장녀... 학교를 가는 꿈을 꾸다가 그 꿈을 잃어버리는 남동생, 본드를 하며 현실을 잊는 가족... 읽는 내내 맘이 짠했다.
그리고 배 편으로 조카들을 외국으로 팔아넘기기 위해 외국에 입양을 가는 것으로 꾸미는 삼촌. 입양을 가는 것으로 꾸미기 위해 입양 부모의 이름을 외우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줘서 살을 찌우고, 밀입국을 하는 과정에서 짜인 시나리오 대로 하기 위해 갑갑한 배 안에 갇힐 것을 염두에 두고 집의 모든 문을 막아 더위에 익숙해지게 하는 한 남매의 삼촌. 그러나 결국 자신의 조카들을 차마 보낼 수 없어 도망을 치다 걸려 죽고 마는 삼촌과... 남은 아이들, 그리고 결국 탈출하는 아이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가봉에 가기 위해 살찌우기>.
친한 친구지만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소녀들의 이야기 <이건 무슨 언어지?>
무슬림 청년 주브릴이 종교전쟁을 피해 크리스쳔들과 함께 버스를 타서 겪는 일을 담은 <럭셔리 영구차>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보여준 그런 소설.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한 <부모님의 침실> 후투족과 투치족의 격렬했던 싸움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책을 읽으면서도 그 장면 장면들이 연상이 되어 몸서리쳐졌던... 후투족과 투치족의 부모를 가진 아이(엄마 아빠 중 누가 어느 쪽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 엄마를 찾던 삼촌... 그리고 결국 아빠가 엄마를 죽이도록 종용한 삼촌...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집 다락에 숨겨준 자신의 민족을 위해 죽음을 택하였고, 아빠는 자신의 아들딸을 위해 그리고 부인이 자신을 희생하여 자신의 민족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위해 결국 자기 손으로 자신의 식구들 앞에서 그녀에게 칼을 휘두른...
그 장면 장면이 너무나 생생했다. 다락에 완전히 밀집하여 숨어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죽음 택한 한 아이의 엄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일 수 밖에 없는 한 아이의 아빠. 그리고 자신의 엄마가 죽어서 흐른 피인지도 모르고 그 피를 가지고 찰박찰박 놀고 있는 어린 아기와 그 아기와 아빠를 보고 있는 아이.
2달 전에 읽은 책인데도 이렇게 명확히 기억을 하는 것을 보니... 내게 꽤나 큰 충격을 준 책인 것 같다.
빈곤에 대한 책을 읽을 때에나 볼 수 있었던 아프리카의 상황.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아프리카.
그 대륙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에서 보여준 아프리카의 상황은 빈곤은 하지만 정말 참혹하고 처절하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아프리카에서는 정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상황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