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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스토리

by 하트입술 2010. 9. 17.

011-249-****. 1999년 5월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사용한 제 휴대폰 번호입니다.

그리고 이번주 토요일. 전 이 번호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인 아이폰4를 구매하기 위해서 말이죠.
(아이폰4를 대리점에서 수령하는 것으로 예약을 했는데, 여의도라 그런지 제가 예약한 대리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군요. 줄 서기도 싫고, 어짜피 토욜에도 당연히 출근할 예정이라 토욜에 아이폰4를 수령할까 합니다.)

                                                       <많은 고민을 안겨준 아이폰4>

지난 일주일동안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폰은 후져도 이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면서 010번호로 변호를 변경할 것인가."
게다가 최근 "2G폰 사용자도 3G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지도 모른다"는 방통위 발언이 이어지면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마음 먹었었습니다.

당장 아이폰4에 눈이 멀어 12년간 사용해 온 011 번호를 포기하고 010으로 갔는데, 바로 011으로도 아이폰을 쓸 수 있게 되버리면 그간 지켜왔던 번호를 버리고 아이폰으로 간 것을 매우 후회될 것 같아서 말이죠.

한주동안 아이폰으로 바꿀까 말까 고민을 하면서, 휴대폰 연대기(?)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 휴대폰이 생긴 건,1999년 5월. 스승의 날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이었던 그 때, 아빠가 갑자기 휴대폰을 사들고 오셨습니다. 번호도 이미 다 만들어서 말이죠. 그러더니 그 핸드폰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당시 박진희가 스타킹 속에서 꺼내던 폴더폰! <현대 걸리버> "걸면 걸린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했던 폰이죠. 그 폰이 제 첫 휴대폰이었습니다. 제가 휴대폰을 가지고 싶어했던 것도 아닌데... 당시 아빠가 왜 그러셨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고3 딸을 감시하기 위해서 였을까요? 당시 공부 열심히 안하고 맨날 놀러다니긴 했었지만 그래도... 여하튼 아빠 덕분에 남들이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기 조금 전 부터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땐 전화요금 중 저녁에만 통화하면 더 싼 요금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짜피 낮엔 학교에서 수업들어야 하니, 저녁에 할인되는 전화요금으로 설정을 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첫번째 폰! 현대 걸리버, 내가 사용한 모델은 사진조차 찾을 수 없다는...>

그런데 <걸리버>폰은 딱 1년 만에 망가졌습니다. 2000년 5월 10일 경에 말이죠. 당시 휴대폰 망가진 것은 아직도 정말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루고 있는 와중 핸드폰이 망가졌기 때문이죠. 2000년 5월 8일. 대학교 1학년 생이던 저는 수화동아리에 가입하여 <일일찻집> 준비를 위해 매일 노래 수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반복되던 수화연습.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그리고 어버이 날이었던 그 날 또한 전 수업이 마친 후 동아리 친구들과 동방 앞에서 수화연습 중이었습니다. 그 때 집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 "할아버지 위독하시니 빨리 집으로 와라". 깜짝 놀라 헐레벌떡 택시타고 집으로 갔는데, 제가 집으로 가는 도중 할아버지는 시골 댁에서 운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에 도착했을 때, 식구들은 이미 짐 다 싸서 저만 도착하면 시골로 향할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식구들과 할아버지 댁으로 가서, 정신없이 할아버지 상을 치르느라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습니다. 손자손녀들까지 모두 동원이 되어 음식을 나르고 준비를 해도,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조문객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선산에 할아버지를 입관하던 날. 온 식구들이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전 기진맥진 하여 작은방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니 제 옆에 있던 폰의 액정이 깨져있었습니다. 제가 휴대폰에 충격을 준 것도 아닌데, 저절로 액정이 완전히 깨져버린 휴대폰. 그렇게 고장난 휴대폰을 가지고 하루이틀 시골에서 시간을 더 보낸 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왔습니다.
 
                                  <두번째 폰! SKY IM-1200, 당시 한참 유행이었던 SKY 폰>

서울에 오자마자 한 일은 당연히 새 휴대폰 구매. 집에서 가까운 테크노마트에서 새로운 휴대폰을 구매하였습니다. <SKY IM-1200> 하얀색의 바 형태였죠. 둔탁한 은색 빛의 <걸리버>보다 훨씬 훨씬 예뻤습니다. 손에 착 붙기도 하고 말이죠. 두번째 폰인 <IM-1200>을 개통한 날이 아마 스승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딱 1년만에 휴대폰을 교체한 것이죠. 그리고 두번째 폰은 4년 가량 사용하였습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과하게 휴대폰을 오래 썼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사용한지 4년이 지나니 폰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또 테크노마트를 가서 새로운 폰을 구매했습니다. 일명 빨간눈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Anycall SCH-E140>.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으로는 거의 초기모델이라 가는 곳마다 환영받았던 휴대폰입니다. 게다가 이 휴대폰을 처음 샀던 2003년만 해도 디카가 지금처럼 완전히 보급되기 전이라, 디카 대용으로 참 잘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친한 과 친구들끼리 강촌으로 MT를 갔다가, 사진을 이 폰으로만 찍기도 했으니깐 말이죠. 빨간눈은 2003년부터 2006년 7월까지 4년 동안 사용하였습니다.

                              <세번째 폰! Anycall SCH-E140, 빨간눈이라 불리던 초기 카메라폰>

2006년 우연한 기회에 생긴 슬림폰이라 불리던 <SKY IM-S110>. 빨간눈을 4년 동안 사용하여 폰이 너덜너덜해져 있던 2006년 7월. 휴대폰을 바꿀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휴대폰을 구매할 때 할부로 구매를 해 본적도 없고(무조건 현금), 휴대폰을 몇번 바꾸는 동안 휴대폰 비용이 많이 올라가서 고민을 하고 있던 어느날. 당시 모시고 있던 의원님께서 박스를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제가 너무나 가지고 싶어했으나, 비싼 가격에 침만 질질 흘리고 있던 스카이 슬림폰! 그 폰을 의원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선물로 받았는데, 본인은 폰 바꿀 생각이 없고 제 폰이 너무 후!지!니!까! 바꾸라고 말이죠. 그래서 덕분에 얼떨결에 공짜로 <SKY IM-S110>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폰 또한 그 전 휴대폰들과 마찬가지로 꽤나 오래 사용하였습니다. 2006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사용하였으니, 3년 정도 사용하였네요. 중간에 3개월 다른 폰으로 잠시 외도를 하긴 했지만... 이 폰 또한 정말 아무런 문제 없이 너무나 잘 사용하였습니다. 제가 많이 아꼈죠 이 폰을.

                                 <네번째 폰! SKY IM-S110, 유독 좋아했던 스카이 슬림폰>

2008년 9월. 그때 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학교를 다녀오다가 휴대폰이나 구경하자며 동네 SK 대리점을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발견한 공짜폰 <SKY IM-S150>. 슬림폰을 2년 넘게 사용하면서 슬슬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있던 차에, 사용하던 폰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고 3개월만 이 폰을 사용하면 추후에는 다른 폰을 사용해도 된다는 제안에 너무 솔깃하여. 아무 생각 없다가 갑자기 폰을 바꿨습니다. 그야말로 충동구매였죠.

충동구매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슬림폰이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데, 슬림폰이 고장났을 때, 여분 2G 폰이 없다면 보조금 많이 주는 3G로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미리 여분 2G 폰을 만들어 두기 위해 구매한 것입니다. 이 폰의 용도는 백업폰. 그래서 이 폰은 단 3개월만 사용하였습니다. 라이터 보다 조금 더 큰 정말 작은 사이즈의 SKY 미니폰. 버튼도 얼마나 작은지... 제가 사용했던 폰 중 사용감은 제일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딱 3개월(2008년 9~12월) 채우고 원래 쓰던 슬림폰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이 폰은 지금도 제 책상에 박스채로 들어있습니다. 제가 안 쓰게 되면 팔려고 박스와 소모품들까지 모두 고스란이 남겨놨습니다. 한참 비쌀 땐 1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젠 5만원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더군요. 여하튼! 미니폰은 제 휴대폰 인생에서 오점으로 남겨진 폰입니다. 제가 아이폰4를 구매하면, 이 아이는 정말 필요 없어지겠네요. 바로 팔아버려야지!

                              <다섯번째 폰! SKY IM-S150, 3개월만 사용한 스카이 미니폰>

현재 쓰고 있는 폰은 <SKY IM-S390> 일명, 스카이 큐피트폰입니다. 이 폰 또한 미니폰과 마찬가지로 충동구매로 구매해 버렸습니다. 때는 작년 6월. 퇴근 후 강남역에서 약속이 있어 강남역을 갔다가 약속시간이 남아 근처를 배회하다 휴대폰이나 구경하자며 교보빌딩 건너 한 대리점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이 큐피트 폰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2G치고는 깔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하나 남아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바로 구매하였습니다. 45,000원 정액요금제를 유지하면 폰요금을 하나도 내지 않아도 이 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혹 하여 바로 질러버린거죠. 제작년에 산 스카이 미니폰의 약정기간이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 폰을 가지는데 그깟 약정 몇만원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큐피트폰을 구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큐피트폰. 사자마자 참 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처음 제 손에 들어온 큐피트폰은 산지 채 이주도 되지 않아 자기 혼자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건 휴대폰 보증기간이 14일인데 딱 10일 되던 날 문제를 일으켜서, 한번 AS 후 바로 대리점에서 새걸로 바꾼 것입니다. 문제는 이놈의 폰도 제 일정을 아는지, 휴대폰이 가장 필요하던 외부 시찰 때 폰이 맛이 가서 계속 다른 의원실 보좌진의 폰을 빌려쓰게 만들었다는거. 머 그정도지요. 폰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 1번의 교환 후 두번째로 받은 큐피트폰. 이 폰은 멀티메일이 안 되었습니다. 정말... 어이없음의 극치지요. 새로 산 폰이 이상해서 새것으로 바꿨는데, 그 폰은 멀티메일이 안되는 폰. 슬슬 열이 많이 받더라구요. 그 사이 신촌 SKY 서비스 센터엔 컴플레인 심한 고객으로 낙인 찍히고(그러나 이러한 낙인은 일 처리를 쉽게 만들죠), 결국 몇번의 서비스센터 방문 끝에 새 폰으로 또 교체를 받았습니다. 멀티메일이 안되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거죠...

그렇게 세번째로 온 큐피트 폰이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폰입니다. 이 폰은 새로 교체받자 마자 떨궈서 받은 날 바로 테두리부분이 까지고, 지금은 휴대폰 전체가 기스로 뒤덥혀버린... 우여곡절 끝에 얻은 폰이라 그런지, 그다지 정이 가진 않더군요. 그래서 막 쓰고 있습니다. 아직 일년 밖에 안 지났는데, 완전 삼년 정도 쓴 폰의 포스를 풍기고 있는 큐피트 폰. 이 폰은 지금도 정상은 아닙니다. 가끔 카메라 찍으려고 하면 카메라 찍는 화면으로 전환이 안 되기도 하고, 혼자 액정이 멈춰버리기도 하고... 그럴 때 마다 전 그냥 배터리를 뺐다가 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죠.

                      <여섯번째 폰! SKY IM-S390, 2번이나 교체받고 사용 중인 후진 폰>


현재 쓰고 있는 큐피트 폰이 후졌고, 기스도 많이 갔고, 가끔 제대로 작동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폰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번!호!. 12년 동안 사용해온 제 번호를 지키고 싶어 후진 폰이지만 계속 사용을 하고 있었던 것 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제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바로 아이폰3!! 사실 아이폰3이 출시될 때 전 그저 팔장끼고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어짜피 난 010으로 번호 바꿀 생각이 전혀 없으니 못 먹을 떡이다~" 하고 말이죠. 그런데 출시가 되자마자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이 우후죽순 아이폰으로 바꿔 아이폰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거... 보면 볼 수록 탐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번호를 지킬꺼야!"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살던 중 아이폰4가 나온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아이폰4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휴대폰으로 트위터 하고 싶은데... 나도 휴대폰으로 인터넷 하고 싶은데..." 그러나 아이폰4를 예약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 소중한 번호를 지켜야 하니 말이죠.

아이폰 예약이 있던 날. 출근을 해서 네이트를 켜니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인 동생이 로그인 해 있었습니다. 왠일로 아침부터 로그인 해 있는지 물으니, 아이폰 예약 신청 중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사든 안사든 예약이나 하자. 안 살꺼면 나중에 취소하면 되지 머~" 하며 아이폰4 16g를 7차로 예약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제가 신청한 아이폰4가 여의도에 있는 <해동통신>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 아이폰4를 찾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저녁까지도 계속 고민 중 이었기 때문이죠. "아이폰을 살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방통위에서 2g 사용자도 3g폰을 사용하게 해 준다고 하여, 정말 그렇게 되면 아이폰을 쓰면서 011번호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기대를 하고 기다렸으나, 오늘 오후 발표된 내용을 보니 2g가 011번호를 가지고 3g 폰을 이용하려면 현재 사용하는 통신사에서 3g로 바꿀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cluster_list.html?newsid=20100915144605177&clusterid=211672&clusternewsid=20100915171814474&p=akn

결국 전 현재 사용하고 있는 SK에서 3g 폰을 사용할 경우에만,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본 후 바로 당장 아이폰4를 구매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12년간 사용한 011 번호를 버리고 아이폰을 선택한거죠.

사실 아직도 12년간 사용한 번호에 대한 애틋한 맘(이게 왜 애틋하냐 묻는 분들... 한 번호 10년 이상 사용해 보세요)이지만, 번호에 대한 애착 때문에 좋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바보 같아 아이폰4로 갈아타려고 합니다. 하지만 내일 당장 이 번호와 빠이빠이 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나름 번호와 이별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이번주 토요일에 아이폰4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쓰다보니 정말 긴 글이 되어 버렸네요. 그만큼 제가 제 번호와 제가 사용했던 휴대폰에 애착이 많았나봅니다. 아... 아직도 010이 되는건 참 어색한데 말이죠. 그래도! 아이폰4로 바꾸면 휴대폰으로 트위터 할수 있으니~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