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을 한지 23일이 지났습니다. 일주일 하고 하루 뒤면 7월 한달간의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이 끝나네요. 새삼 시간이 참 빨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7월 23일 가계부>
오늘은 아침을 스킵하였습니다. 원래 아침을 잘 챙겨먹는 편이 아닌데,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최대한 아침을 먹고 다니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저생계비 체험 이전 제 모습 처럼 아침을 거르고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네요. 집에서 아침을 먹지 못하고 가면 보통 사무실에 있던 빵 등을 먹었는데, 지금은 최저생계비 체험 때문에 사무실에서 빵 등의 간식을 먹는 것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국회 구내식당 메뉴는 안습이었습니다. 이번주 내내 모든 식당의 메뉴가 유독 심각하게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느 곳으로 점심식사를 하러갈지 한~참 고민하였습니다. 고민의 결과는 본청 큰식당! 평소 그 곳의 음식은 회관 지하식당보다는 2배 정도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청 큰식당에 도착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을의 식판을 보니... "잘못왔구나" 싶었습니다. 오늘 주 메뉴는 김치말이국수! 그리고 어떤 잎으로 싼 쌈밥 2개와 단무지, 오징어초무침... 이것이 오늘 메뉴였습니다. 올려진 음식이 적어서 너무나 휑~한 식판. 본청 큰식당이라고 언제나 맛있기만을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요. "이거 먹고 나면 금방 배고파지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원회관 1층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는 마시지 않고, 치즈케익을 1조각 주문하여 함께 간 2명과 나눠 먹었습니다. 치즈케익 1조각의 가격은 2,000원 1/3을 하니 700원이더군요.
<점심: 김치말이국수>
7월 26일, 8월 2일 이 두날은 저희 사무실 직원의 생일입니다. 다음주 그리고 다다음주이죠. 그런데, 저희 사무실 직원들이 다음주부터 휴가이기 때문에 휴가기간에 생일이 낀 직원의 생일을 미리 챙겨주었습니다. 생일이면 직원들이 모두 만원씩 걷어서 선물을 사줍니다. 이번엔 2명이 한꺼번에 생일이어서 2만원을 지출하였습니다. 이래저래 돈 들어가는 곳이 참 많네요.
저녁식사는 삶은계란. 사실 제가 샀던 계란 한판은 어제부로 모두 다 먹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오늘 아침에도 계란 2개를 삶아서 싸주셨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시작한 이후로 계란을 삶아가서 저녁을 먹어 버릇 하고, 계란을 앞으로 삶지 말아 달라고 말씀을 안드렸더니 제가 출근하기 전 이미 계란을 삶아두신 것입니다. 엄마가 삶아두신 계란을 안 먹을 수 없어 사무실에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퇴근 전에 별로 생각이 없어서 그대로 가지고 퇴근을 하다가 학교 앞 카페에서 저녁으로 삶은계란을 먹었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시작한 이후 개인적인 약속은 최대한 잡지 않고 있습니다. 정기모임과 친구 생일, 남자친구와의 만남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당연히 밥을 먹고 차나 술을 마시기 때문에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 주변 사람들은 빨리 7월이 지나 8월이 되기를 저만큼이나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도 다른 의원실에 친한 언니가 저희 의원실에 놀러오더니 한마디 합니다. "너 도대체 언제 최저생계비 체험 끝나?", "너 때문에 맛있는거 먹으러도 못가자나!!". 그러게요. 저 때문에 지인들이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미안할 따름입니다. 정말 많이요.
금요일 저녁. 평소 같으면 당연히 약속을 잡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간이었겠지만 오늘은 7시가 조금 넘어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여의도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역에서 9호선을 탄 순간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동아리 후배의 전화, 평소 동아리 선후배의 경조사가 있을 때나 연락하던 소원한 사이(?)이기 때문에 "무슨일이야? 누구 결혼해?"라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후배는 오늘은 그냥 전화해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며 누군가를 바꿔주더군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동아리 선배였습니다. "모해? 할일 없음 학교로 와!" 그 말에 여의도역에서 내리지 않고 9호선을 그대로 타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왠지 집에 직행하기는 싫은 금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아리 선배와 후배는 이미 학교 앞 카페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 커피를 시키지 않고도 함께 앉아 수다를 떨 수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본 선후배. 밀린 수다는 끝도 없었습니다. 동아리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의 근황. 재학생들 이야기 등... 제가 대학시절 활동한 동아리는 중앙 봉사 동아리 "손짓사랑"입니다. 꽤나 긴 역사를 지닌 수화동아리이죠. 2006년에 20주년 행사도 진행했으니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재학생들이 동아리에 많이 가입하지 않아 동아리가 존폐의 기로에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변해가면서 봉사동아리인 저희 동아리 같이 학생들에게 실익(?)을 주지 못하는 동아리는 사라지고, 영어회화 동아리, 창업동아리 등 소외 스펙이 되는 동아리로만 학생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동아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졸업생으로써 해줄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속상할 뿐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졸업하지 않은 후배들이 있고, 몇몇의 재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어 간혹 학교를 갈 일이 있으면 학생회관 5층에 있는 동아리방에 들를 수 있는데, 앞으로 2~3년 후에도 저희 동방이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을지 제가 그 때도 웃으며 동방을 갈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제가 동아리에 가입을 하던 당시에는 너무 많은 학생들이 저희 동아리로 몰려서, 가입비(5,000원)를 낸 사람만 가입을 시켰던 때가 있었는데, 시절이 변해서 학생들이 동아리에 가입을 안하고, 그래서 동아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죠. 이성적으론 동아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이해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정말 많이 아쉽습니다. 우리 동아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여하튼! 동아리 선후배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후배는 연구실로 복귀하고 선배와 함께 카페 옆에 있는 포테이토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포테이토와 맥주 500cc 2잔에 7,000원!! 대학 앞이라 그런지 저렴한 비용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공장이야기입니다. 건보공단에 근무하는 선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저. 공장 이야기를 하다보니 결국 보건복지정책 이야기로 귀결이 됩니다. 그 덕분에 저는 국감 아이템도 몇가지 득템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국감과 관련하여 다양한 복지영역에 근무하고 있는 선후배, 동기들을 한번씩 만나야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만나서 좋은 아이디어도 얻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퇴근길 온 그 전화를 안 받았다면 전 그냥 그대로 집으로 와서 책이나 보고 있었을텐데, 전화 한통으로 즐거운 금요일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 아니었더라면 학교에 간 김에 학교에 있는 대학원 선후배들도 보고 했을텐데... 오늘은 그냥 동아리 선후배만 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더 이상의 지출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지 않아도 주변에서들 학교 안온다고 난리인데, 그래서 조용히 학교에 갔다오려고 했으나 결국 우연히 대학원 후배 한명을 만났습니다. 분명 내일 누군가 학교 왔는데 얼굴 안보고 갔다고 한마디 하겠네요. 최저생계비 체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저생계비 체험이 끝난 후 다시 학교에 한번 가봐야 할듯 합니다(교수님만 피해서요. 논문 때문에 눈에 불을 키고 절 찾고 계신다는 소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