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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워킹푸어,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스페셜 <워킹푸어> 취재팀)

by 하트입술 2010. 7. 15.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 서다>가 미국의 빈곤층을 조사한 책이라면, <워킹푸어,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일본의 빈곤층을 조사한 책이다. 어느 부분이든 일본보다 몇년 뒤쳐져서 진행되고 있다는 우리나라. 빈곤 문제 또한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워킹푸어,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2006년 일본 NHK 스페셜 <워킹푸어>를 취재한 내용을 글로 풀어 놓은 책이고, 우리나라에는 2010년 3월 발간이 되었다. 일본에서 <워킹푸어> 방송이 방영된지 4년 후 우리나라에서 책으로 출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어서일까? 이 책 속의 대부분의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너무나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

우선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 워킹푸어, 일본을 좀먹는 병
2장 노숙자가 된 젊은이들
3장 붕괴 직전의 지방
4장 꿈을 빼앗긴 여성들
5장 세계화의 파도에 쓰러지는 중소기업
6장 죽을 때까지 일하는 노인들
7장 가난을 대물림 받는 아이들
8장 현실과 마주할 시기

여는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일본국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의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연 이 조항이 현재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지켜지고 있는가. 국가가 보장한다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의 생활', 이를 위한 안정만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생활보호. 그러나 이 생활보호 수준 이하에서 삶을 사는 사람들, 열심히 일하지만 풍족해지지 못하는 워킹푸어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을 찾아보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최저생계비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는가? 그것을 알아보고 싶어 지금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또한 워킹푸어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렸을 때는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이 되진 않잖아요. 상상을 해도 허무하기만 해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죠. 돈이 있는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은 사는 세계가 달라요. 경쟁사회라고 하더라도 돈이 있는 사람은 그 세계에서 경쟁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끼리 경쟁하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돈 있는 사람들의 세계에는 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 살아갈 수 밖에요."

자포자기한 사람들.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 사이의 넘을수 없는 격차.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일할 곳이 없어요. 그래서 일할 곳을 찾지 못하면 노력이 부족하다, 자립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패배자'라고 부른다면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해요."

자립하지 못하면 패배자라고 부르고 게으르다 부르는 우리 사회. 하지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지 않고 단지 일어나라고, 자수성가하라고만 그런다. 그게 과연 맞는 것일까?

"일본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2004년 예순여섯 이상의 고령자 중 연금을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약 4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고령자 중에 안정된 수입 없이 생활보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먼저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전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지 20년이 갓 넘었다. 그만큼 연금제도의 혜택을 받는 노인 보다 받지 못하는 노인이 훨~씬 많고, 받는 노인이 정말 극소수인 것이 현실이다. 연금제도가 우리나라보다 성숙한 일본도 고령자들의 노후소득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때 분명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노후소득 대란.  

"한창 일해야 할 세대는 파견직과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보장제도로 지탱할 수 있는 최저 한계마저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는 어쩔 수 없이 힘든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인구의 10퍼센트가 거의 극복할 수 없는 상태로 가라앉는 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위험은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자란 가정환경이 인생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좌우합니다. 밑바닥까지 내몰린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아이들과 손자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빈곤이 대물림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는 보복을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범죄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을러서 빈곤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않으며 일한 사람들. 그런데도 생활보호 수준 이하의 생활밖에 할 수 없는 현실. 예전의 일본은 성실한 사람들이 보상받는 사회가 아니었던가? 기자와 연출자들 사이에는 의문과 함께 분노가 쌓여갔다."

너무나 비슷한. 그래서 무섭기 까지한 일본과 우리나라. 일해야 할 세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비정규직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고령자가 되었을 때, 아플 때, 산재나 해고를 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상황. 또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들 또한 어떻게 살아갈지가 결정되는 부의 대물림 현상. 이러한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워킹푸어의 현실을 그대로 알려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해결책은 나와있지 않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책은 국회와 정부가 함께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빈곤층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고 그들의 생활과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깨야 하는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