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 발족의 글
지금 우리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이 제도적으로 잘 보장된 사회에서 살고 있지 못합니다. 한국사회는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본적 조건들과 사회권의 제도화가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값의 폭등으로 인해 많은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고,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마련한 서민들은 대출이자를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아이를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하는 교육은 공교육의 약화와 사교육비 부담의 가중을 초래하였고, 대학 등록금 부담은 서민가계의 목줄을 죄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출산율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또, 우리의 노후는 어떻습니까? 대다수의 노인들은 취약한 연금제도로 인해 안락한 노후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여전히 보장성이 취약한 국민건강보험은 중산층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의료불안을 항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주거, 보육과 교육, 노후, 의료와 요양 등 인간 삶의 가장 필수적인 조건들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보다는 오히려 자본과 시장의 힘에 의존하여 기존의 것마저 파괴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4대강을 위시한 각종 토목사업 지출로 인한 복지지출의 비중 감소, 부자감세로 인한 복지 축소, 의료민영화 등의 각종 규제완화가 그것입니다.
이제 한국사회는 다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바로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필요한 복지를 누리는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 연대와 국가의 제도적 역할 강화가 필요합니다. 한국사회의 미래 희망을 여기서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에 주목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은 능력만큼 보험료를 내고, 필요한 만큼 혜택을 보는 제도로 인간의 존엄과 사회연대성의 정신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현재 우리 국민의 95%는 자신이 내는 보험료보다 더 큰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은 62%에 불과한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중병에라도 걸리게 되면 서민가계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아직도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 치료 받기를 주저하는 이웃이 많습니다. 이러한 불안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값비싼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대안은 국민건강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모든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합시다. 이는 꿈이 아니고,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현실입니다. 대다수의 OECD 국가들은 모든 진료비를 공적 의료보장으로 해결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12위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지금보다 더 큰 사회연대 의식이 그것입니다. 지금보다 우리 국민들이 능력에 비례해서 조금만 더 부담하면 됩니다. 그만큼 국가와 기업도 더 부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가계의 부담은 오히려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면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사실상의 병원진료비 무상의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연간 10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는 없어지게 됩니다. 바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로운 시민운동을 제안합니다.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는 우리 국민들 한명 한명이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를 향한 연대정신을 더 높이고, 이것의 제도화를 달성할 때, 마침내 의료 불안은 사라지고, 우리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초입에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이러한 시민운동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모든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시민운동의 힘찬 출발을 위해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가 발족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행한 우리의 결의는 곧이어 우리의 이웃으로 전파되고 확산될 것이며, 머지않아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복지 패러다임을 향해 한국사회를 요동치게 할 것입니다. 이미 그 맹아가 싹 트고 있으며,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역동적 복지국가의 시대를 열게 될 것입니다.
2010년 6월 9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 일동(가나다 순)
강경희(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 강민아(이화여대 교수), 고세훈(고려대 교수), 김기식(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동중(전국사회보험지부 지부장), 김연명(중앙대 교수), 김용익(서울대 교수), 김인숙(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김종명(의사), 나순자(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박상훈(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박형근(제주대 교수), 손낙구(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안기종(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오건호(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우석훈(88만원 세대 저자),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성재(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변호사), 이진석(서울대 교수),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이학영(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조국(서울대 교수), 조흥식(서울대 교수), 정태인(경제평론가),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홍세화(언론인), 허진영(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최병모(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 최성철(암시민연대 사무국장), 최주영(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부회장), 최태욱(한림대 교수)
얼마 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대표이신 이상이교수님께 메일이 왔습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발기인을 요청하는 메일이었습니다. 평소 보건 보다는 복지 쪽에 관심이 더 많고, 그쪽이 제 전공이지만 MB 정부 들어 보건 쪽에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안해 하던 차에, 이러한 모임이 준비 중이라고 하여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까먹고 있다가 오늘 문득 발기인 신청 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입금을 하고 발기인 신청을 하였습니다.
최근 실손형 보험이 매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병원비를 만원이상 쓰면 그 차액을 돌려주는 실손형 보험. 국민들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손형 보험이 바로 "건보 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과잉진료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현재 실손형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직원들이 단체로 가입을 하여 저렴한 가격(144,756원)에 실손형 보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단체 가입으로 암보험(86,234원)도 가입이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손형 보험이 왜 문제일까요? 제 부끄럽지만 제 사례를 들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작년 어느날, 퇴근하고 지인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배가 많이 아팠습니다. 그 전날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배가 아파 의무실에가서 약을 먹고 나아졌었는데, 동일한 증세로 배가 계속 아픈거죠. 정말 무언가로 콕콕 쑤시는 느낌!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 배가 너무 아파서 계속 배를 잡고 있다가, 동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혹시 위 아플 때 먹는 약 있냐고.. 아무래도 배가 아닌 위 쪽이 안 좋은 듯 했습니다(위험한 자가진료). 집에 위 아플 때 먹는 약이 있는 친구네 집이 한 곳도 없더라구요.
시간은 밤 11시... 동네 병원이나 약국은 모두 문을 닫은 시간. 그렇게 지하철 안에서 아파하고 있는데 문득 떠오른 실손형 보험! 실손형 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전 동네에 있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응급실에 걸어갔습니다. 응급실비가 많이 나오지만, 그 돈 중 만원을 제외하고는 실손형 보험에서 되돌려 주기 때문에 실손형 보험을 믿고 응급실을 간 것이지요. 그렇게 시급을 요하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당장 잠을 못 잘 정도의 통증이었기에... 많이 아프긴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응급실 갈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합니다. 이런 사례가 어찌보면 과잉진료일 수 있는거죠. 실손형 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받게 되면, 그 여파는 건강보험에도 미칩니다. 우리가 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에서는 60% 이상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손형 보험 덕분에 자부담이 적어진다고 병원을 자주가고, 과잉진료를 받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되는 것입니다.
응급실을 다녀온 이후 저는 위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다행이 위 내시경 결과 위는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단지 위가 조금 클 뿐... 위 내시경을 한 내과 의사님에게 얼마 전 배가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하고, 실손형 보험으로 비용을 처리해야 해서 치료확인서가 필요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의사 선생님이 치료확인서와 함께 위약 1개월분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어짜피 보험으로 처리한다면 약 충분히 줄테니 나중에 아프면 먹으라고 말이죠. 그 일이 있은지 이제 1년, 전 그 이후 단 한번도 동일한 증상으로 배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개월치 약은 그대로 집에 있습니다.
응급실을 가고 아프지도 않은데 1개월치 약을 받고, 이게 바로 실손형 보험의 폐해입니다. 당장 본인 부담금이 적으니, 의사도 과잉진료를 하게 되고, 환자 또한 그것에 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직결됩니다. 과잉진료를 받을 경우에도 건보료는 일정액 이상 들어가기 때문이죠.
"건강보험 하나로"는 이렇듯 실손형 보험 등 다양한 민간보험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막고, 우리나라 국민이 민간보험비로 지출하는 매우 많~은 금액 중 단 만천원만 더 건강보험으로 지불하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지고 있는 시민회의입니다.
시민회의 준비위원의 면면을 살펴보니, 제 지도교수님인 김연명 교수님,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김용익교시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교수님, 서울대 이진석 교수님, 참여연대 이태수교수님, 오건호 박사님 등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 진보학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계시네요. 저는 그들의 제자로서, 그들이 가는 길을 열심히 따라가고자 합니다(김연명 교수님은 제가 논문 안쓰고 다른 활동만 한다고 혼내실듯...^^;;).
보건정책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그리고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원하시는 분들!
의료민영화에 절대 절대 반대하시는 분들! 많은 분들이 발기인으로 함께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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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발기인이 되어주세요.
오는 7월 17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출범을 위해 현재 발기인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발기인으로 참여하실 분은 아래와 같이 댓글을 작성하시고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Tg1V&articleno=23#ajax_history_home)
시민회의 독립재정 마련을 위해 참가비(1만원 이상)를 납부해주시기 바랍니다(계좌번호 : 기업은행 623-004344-01-010 황기우 건강보험하나로).
입금하신 분은 시민회의 대표메일(healthhanaro@gmail.com)로 연락처, 입금자명, 이메일 주소를 보내주세요.일반회원은 7월 14일 출범 이후 홈페이지(www.healthhanaro.net : 제작중)와 거리서명을 통해 모집할 예정입니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