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읽은 첫번째 책.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
몇년 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를 읽은 후, <공부란 무엇인가>가 발간되자마자 구매를 했었다. 그런데 다 읽기 전 집에 놀러온 후배들에게 책장에서 원하는 책을 골라서 가지라고 했더니 이 책을 골라서 1/4 정도만 읽고 후배를 줬던 책.
요즘 새복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주 오는 북카페 다독다독 굽은다리역점에 이 책이 있길래 집어 들어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김영민 교수 특유의 직설과 날카로움이 마구 드러나는 책. '공부'를 하다가 손을 놓은 박사수료생으로서 책을 보면서 뜨끔한 부분이 어찌나 많던지...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하지만 이 책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공부는 이렇게 하는거에요 라고 친절하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선배 연구자로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렇게 해야 해!"라고 다그치는 것 같다.
내가 출산과 육아, 그 전에는 일을 핑계로 공부에서 손을 놓은 채 유유자적 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더 다그침을 느꼈을수도!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공부의 길: 지적 성숙의 과정
2부 공부하는 삶: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3부 공부의 기초: 질문과 맥락 만들기
4부 공부의 심화: 생각의 정교화
5부 공부에 대한 대화: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이렇게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3부와 4부는 특히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1부와 2부는 제너럴리스트를 위함이라고 한다면, 3부와 4부는 스페셜리스트를 위한 내용이라고 할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헉!" 했던 부분이 여러 곳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깨닳음을 얻게 된 부분도 있었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구절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건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공부'를 해야지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운동할 때를 기억해보세요. 너무 가벼운 무게의 덤벨을 들면, 아무런 근육도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반복해서 들 때 비로소 근육이 생깁니다. 생각의 근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평생 숨을 쉬며 살아왔지요. 그래서 호흡의 달인이 되었나요?대충 숨 쉬며 산다고 해서 호흡의 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74page
공부는 차치하고 책이라도 읽어야지 마음을 먹은 요즘. 소설 등 한없이 가벼운 책만 읽고 있다. 집에 사회과학 서적들 무거운 책을 잔뜩 사놓고는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만 읽는 요즘.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저 부분에 너무나 뜨끔 했다.
공부 근력을 키우기 위해, 책 읽기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지금보다는 더 어려운. 편하지 않은 책을 읽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러고 난 또 가벼운 책을 잡을수도.... 허허)
"노년이 되면 체력이 현격히 저하된다. 그때 가서 새삼 구해야 할 나라 같은 게 있으면 너무 피곤할 것 같다. 꾸준히 공부해왔다면, 공부가 이미 습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매번 결단을 내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단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여,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배우는 거다. 수중에 돈이 있으면 기꺼이 지불하면서." - 95page
어느덧 40대. 중년이 되어버린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위 글을 읽으며 나의 노년에 나는 무슨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이 손에 책을 잡고 있을까? TV 리모컨만 잡고 있는 건 아닐까? 공부를 계속 하고 있을까? 공부가 습관이 된 노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글.
"자발성이 있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도 거뜬히 해내곤 한다. 자발적으로 원하기만 한다면야. 백두대간을 행군하는 것이 문제랴. 번거로운 나물 무치기가 대수랴. 강요받았다면 결코 하지 않을 히말라야산맥 등정이나 백일기도도 적절한 동기만 있으면 거침없이 해낼 수 있다. 반면, 강요받으면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어지는 법. 똑같은 무게라도 억지로 드는 겨울날 아침 아령보다 목멀라 드는 여름밤 맥주잔이 가볍게 느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25page
자발성이 있는 사람. 공부에 있어서 자발성이 있었던가? 석사와 박사를 하며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주어진 과제를 읽는 데만도 허덕허덕 했던 것 같다. 매주 원서를 읽고 요약해서 발제하고... 자발성이라고는 일도 없었던 것 같은. 오히려 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이런 저런 전공책을 찾아 있을 때가 오히려 자발성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마저도 최근엔 아예 손을 놓았지만 말이지...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관습적이 되기 쉬운 이유는, 관습에 의존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덜하기 때문이다. 실로 새롭게 생각하는 일은 여러모로 많은 정신적, 육체적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습관하하려 든다. 평소의 습관을 넘어서려면 평소 이상으로 소비할 여유분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중략)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곧 자신을 편한 상태에 두라는 뜻은 아니다. 어렵게 손에 쥔 여유를 가지고 과감하게 험지로 떠나야 한다. 너무 안온한 환경에 자신을 방치해두면, 새로운 생각을 할 역량 자체가 퇴화해버릴것이다." -135~7 page
너무 안온한 환경에 자신을 방치헤 두면, 새로운 생각을 할 역량 자체가 퇴화해버릴 것이다. 이 말이 요즘 내 상황을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뜨끔했다. 안온환 환경. 새로운 생각. 어떻게 해야 하지?
"최악의 서평 중 하나는 서평을 단순히 자기 이야기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다. 물론 서평도 결국 자기 이야기를 담긴 담지만, 대상이 된 책을 섬세하고 충실하게 경유해야 한다는 장르의 규칙이 있다. 대상이 된 책 내용을 후다닥 요약한 뒤, 자기 이야기만 주절주절 늘어놓으려거든 다른 글의 형식을 취하는 게 좋다" -149page
지금 서평을 쓰면서도 내가 쓰고 있는 이 서평이 최악의 서평이 아닌지 자문자답해보고 있다. 나도 서평을 단순히 내 이야기의 발판으로 삼지 않았나 싶은... 이 책을 읽으며 서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잘 쓴 서평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어서... 다른 사람들이 서평을 모아둔 책을 다시 읽어봐야 하나 싶기도 한.
"한 개인이 공부할 때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잘 정리해두고, 자기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필요한 자료가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분석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분야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공부 분야에서는 늘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자세,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끔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미 목록화 되어 있고 인덱스로 정리되어 있는 자료의 경우에도 해당 자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만 자기만의 목록과 인덱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심지어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 말미에 이미 제공된 인덱스가 있어도 실제 책을 읽어가며 자기만의 인덱스를 따로 만드는 것이 좋다. -159~160page
정리하는 습관, 목록화 이게 참 어려운 것 같다. 난 공부한 내용의 목록과 인덱스보다 업무 관련 폴더가 훨씬 많은 상황. 지금이라도 목록과 인덱스를 만들어야 한다 싶으나 쉽지는 않을 것 같은... 책을 읽을 떄도 마찬가지인데... 어찌해야 할까?
늘 자료를 모으는 자세... 언제든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겠금 정리하는 습관은 지금이라도 들여야 할 듯 하다.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해 준 책. 강추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