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여행 작가, 여행 칼럼니스트'란 주제의 강의 수강생 14명이 쓴 홍콩과 마카오.
"일정을 하루 줄이더라도 고급 호텔을 예약하지 그랬어?"
숙소가 마음에 안 들면 끊임없이 징징거리는 아내의 못 말리는 습성에 시달릴까 봐 그는 미리부터 겁을 냈다. 남편과 나의 숙소 취향은 많이 다르다. 남편은 일단 침대를 싫어한다. 그는 뜨뜻한 온돌방에서 온몸을 지져가며 멋대로 뒹구는 걸 좋아한다. 나는 그런 방에서 잘 수밖에 없는 날이면 나 자신이 꼭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한 마리 조기가 되는 것 같은 망상에 밤새 시달렸다. 그에게 숙소는 '자는 곳'이었고 물건을 '두는 곳'이었고 여행을 위해 '떠나야 할 곳'이었다. 나는 달랐다. 나에게 숙소는 '지내는 곳'이었고 '머무는 곳'이었고 그 시간을 '누리는 곳'이었다. -115p
그래, 나는 늘 이렇게 여행을 해왔다. 바람이 부는 길을 따라 발이 닿는 대로 걷는 여행, 그러다 멋진 풍경을 만나면 그 자리에 머물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들을 마음에 담는 여행. 대단한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성취하려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따라 흘러가는 여행.
그런데 이번 홍콩 여행은 시작부터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무언가 글이 될 만한 소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정해놓은 주제의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주변의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 185p
다양한 알코올 도수만큼이나 각각의 술들은 자신들의 분위기를 따로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맥주는 가장 만만하다. 언제든 끼고 있어도 좋다. 잠들지 못하는 여름방에도, 혼자 술이 당기는 날에도-어쩐지 맥주만큼은 혼자 마셔도 청승맞지 않다-, 친구와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할 떄도, 야외에서 공연을 볼 떄도,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앞에서도.
이게 술인가 싶을 정도로 한 잔을 마셔도 다섯 잔을 마셔도 정신은 그대로 붙어있지만 열심히 마신만큼 즐거운만은 더해진다. 아마 나는 맥주의 그런 미지근한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맥주는 맛있지 않은가! - 268
각자가 여행한 홍콩 그리고 마카오.
일반적인 여행자의 입장이라기 보단 각자의 특성이 마구 드러난 여행기가 좋았다.
올 여름 홍콩여행을 다녀왔는데, 사실 여행을 가기 전 이 책을 빌렸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이 책을 20페이지 정도만 읽고 여행을 다녀왔고, 다녀와서 읽으니 내가 갔던 곳들이 나올 때 마다 그 장소 생각이 나고... 가지 않았던 곳은 거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여행자들이 다닌 소소한 곳들, 일상적인 곳들이 다시 가보고파졌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고싶어졌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건 삼년 전.
그런데 최근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정말 커지고 있다.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업무외의 글은 쓰지 않고 있지만...
이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 커져버렸다.
여행작가 수업? 혹은 소설 수업?
이번 국정감사가 끝나면 무조건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지.
그리고 무슨 글이든 내 글을 써봐야지.
이 책은 사서 소장할 예정이다. 나도 책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