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화가, 무엇보다 사랑과 고통과 열정과 허무가 응축된 강렬한 자화상으로 기억되는 화가 프리다 칼로.
20세기 멕시코를 대표하는 천재화가, 멕시코의 신화, 역사, 민중의 생활을 그린 어마어마한 크기의 벽화들로 기억되는 화가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의 화가 부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글을 쓴 르 클레지오.
1928년,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작업대 위에서 러시아 혁명의 비극적 무게에서 영감을 얻은 암울한 그림 작업을 하던 중 디에고는 "열여덟 살 남짓한 처녀를 보았다. 생기넘치는 아름다운 몸매에 섬세한 얼굴이었다. 긴 머리, 숱 많은 검은 눈썹은 티티새의 날개처럼 코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만나 비범한 갈색 눈을 둘러싸는 두개의 검은 아치를 그리고 있었다." - 22~3p
디에고가 관능적인 삶을 살면서,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 모든 여자들을 집어삼키며 그의 마음을 빼앗는 이야기의 기호들과 상징들로 벽을 뒤덮는 동안 프리다는 그녀의 태양으로부터 멀어져서 차갑게 식고 허무의 지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녀는 살아남으려고 애쓰며 애니타 브레너와 개인 비행기를 타고 뉴욕까지 달아났고, 다른 남자들과 연애를 시도했고, 동성연애 경험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만들었다. - 206p
창작 활동에서 이들보다 더 하나 된 부부는 없을 것이다. 디에고의 그림은 천재성을 표현한다. 절대적이고 신비스런 힘 말이다. 그의 붓 아래 형태들과 그림자들을, 특히 움직임을, 대중의 충돌이나 몸들의 황급한 움직임을 태어나게 만드는 일종의 생존본능 말이다. 천재성은 바로 그의 내면에 있는 프리다였다. 그녀의 시선이요, 그녀의 의지요, 그녀의 통찰력이었다. 화가가 거구의 곡예사처럼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던 볼리바르 강당에 숨어서 지켜보던 처음의 순간처럼 프리다가 디에고를 다시 만난 건 그림과 작품 창작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그의 눈으로 보았고, 그의 감각으로 느꼈고, 그의 정신으로 짐작했으며, 그녀는 디에고였다. 디에고는 마치 그녀가 몸 속에 품고 있는 것처럼 그녀 안에 있었다.
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쓴다.
모든 것의 시작인 디에고
건설자, 디에고
나의 아이, 디에고
나의 약혼자, 디에고
화가, 디에고
나의 남편, 디에고
나의 친구, 디에고
나의 어머니, 디에고
나의 아버지, 디에고
나의 아들, 디에고
나, 디에고
우주, 디에고
합일 송의 다양성
그런데 왜 나는 나의 디에고라고 하는 걸까?
그는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그 자신에 속할 뿐이다. - 24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