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와 있는 게 가장 좋아. 마음이 편해."
그는 스스럼없이 내게 말한다.
좋아한다든가 사랑한다는 말은 나왔는지도 모르지만 그건,
'난 비프스테이크를 좋아해' 할 때 쓰는 '좋아한다'와 다를 게 없었다.
그는 회사에서 내게 다정하게 굴지 않는다.
처세술이나 나에 대한 배려라기보다는 내게 혼나기 때문에 그렇다.
"얽매이면 못써, 회사에선"하고 내가 가르치면,
"잘 알겠습니다"라고 그는 대답한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복도나 엘레베이터에서 딱 마주치면 그 순간 표정이 와르르 무너진다. 너무나도 경계심 없이 무너져서 나는 불안한 나머지 새침해진다.
"와다, 이쪽 좀 봐"라고 작게 말하고 그래도 내가 모르는 척 상대해주지 않으면 기요는 허물없이 웃으면서 곰처럼 큰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누르고 마루 헝클어놓는다. 나보다 키가 20센티 미터나 큰데. - 55~56
봄/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