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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것들

by 하트입술 2014. 8. 25.

며칠 전 국회 인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사무실 동생 소개팅 해달라는거 유효해?"라고 문자를 했다.

바로 "콜"을 외치곤 사무실 동생과 친구네 회사 직원 번호를 교환하고 알아서 연락해서 만나라고 한 후 소개팅을 시켜준 것을 까많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사무실 동생이 "언니 저 상담 할거 있어요!"라고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개팅 할 남자랑 카톡으로 대화를 좀 해봤는데 싸가지가 없는 것 같다는 것.

말로 들었을 땐, "미친놈"이러면서 들었는데, 실제 카톡 오간걸 보니 남자애가 과하게 명랑활발하며 철이 없는 것 같았다. 국회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피감기관에서 일하면서 너무 심하게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여하간 그 남자는 국회가 직장인 동생에게 "기업 안가요?"라고 하길래, "여기가 내 직장이에요."라고 했더니, 직급을 묻곤 비서라고 하니깐 얼마나 일했냐고, 왜 비서관이나 보좌관 아니냐고.... 그 외에도 좀 빡치게 하는 대화가 오고가긴 했더라.

그래도 카톡 오간걸 보니 악의가 있지는 않은 것 같은.

그래서 사무실 동생한테, 니가 나가기 싫으면 언니가 말해서 파토낼 수 있다. 그런데 저 멘트들이 기분나쁠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진상은 아닌거 같다. 정말 기분 나쁘지 않으면 나가서 소개팅 내공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언제나 착한 사람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더 아닌 이를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내공을 미리 쌓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연애를 쉰지가 꽤 된터라 최근 2년간 소개팅과 선을 참 많이 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싸가지가 없는 사람들도 꽤나 많이 만났었다.

특히 '국회'와 관련된 어이없는 질문들...

지난주 토요일에도 선 보다가 박차고 나올뻔 했는데, 내가 받았던 질문들에 비하면 저 질문들은 애교수준.

약속시간을 잡기 위해 통화를 할 때 느낌이 쎄~ 했던 에너지 공기업에 다니던 남자.
수회에 걸친 선이나 소개팅 결과 느낌이 쎄~할 땐 나가면 기분 나빠서 오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12시에서 6시 30분으로 변경된 약속. 거기까진 OK.
금요일 과음으로 인해 토요일 낮까지 비몽사몽 중이었으니 오히려 약속시간 바꿔준게 땡큐였다.

토요일 느지막히 일어나서 준비하고 약속시간 전에 나가서 혼자 영화보고 시간이 남아 카페에 가 있는데, 약속시간 15분 전에 온 문자. 차가 막혀서 좀 늦는다고... 어짜피 카페에서 혼자 책보고 있었던 터라 흔쾌히 천천히 오시라고 했더니, 이 남자 20분을 늦게 왔다.

토요일 저녁이니 차가 많이 막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마주친 그 남자.

그래도 선인데... 어느정도 예의는 갖춰서 입어줘야 하지 않나?
면바지에 반팔티 그리고 크로스백.
더워 죽겠는데 원피스에 자켓까지 걸쳐 입고 나갔는데...
만나자마자 차려입은 옷 그리고 공들여 한 화장이 아까워졌다.

그렇게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이 남자 늦은 이유 설명(회사일) 하다가 갑자기 회사 상사들 욕을 시작했다. 제대로 일 하는 사람이 없다고... 공기업에 있는 윗대가리들 다 나가야 한다고... 거기까진 오케이 혼자 주말에 나가서 문제가 생긴 일 뒷수습 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겠어. 그래서 같이 받아주고 있었는데 그 화살이 갑자기 국회의원에게로!!

그러더니 내 앞에서 막 국회&국회의원 욕을 하더라. 다 나쁜 새끼들이라고... 국회의원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뭐.. 택시만 타도 듣던 말이라서 그려려니 했는데, 이 사람 점점 더 수위가 세 졌다. 하는일 하나도 없고, 세금만 축내도 등등.

듣다 못해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해줘도 무조건 자기말만 우기는 남자. 그러더니 그 일을 국회의원이 하는게 아니라 밑에 사람들이 하는거 아니냐고... 국회의원 무조건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박박 우기기.

나중엔 짜증이 나서 '난 가족이나 친구들과 정치이야기 하는 것 싫어한다. 외부인이 매스컴을 통해 보는 것과 국회 안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나에게 니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라'라고 해도 계속되는 국회이야기. 듣다 못해 투표는 했냐고 하니 당당해 안했다는 남자.

그 떄 부터 본격적으로 뚜껑 열리기 시작했는데... 그 말 끝에 안철수가 너무 좋다고, 국회의원들이 쓰레기라 안철수가 가서 제대로 못하는거라고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욱.

"안철수가 국회의원이 되어 한 일이 뭔지 아냐?"고 하니 그런거 하나하나는 모른데...
그래서 하나하나 가르쳐 줬다. 그가 들어와서 망친 정책들에 대하여...
그럼 그 내용에 대해서 수긍을 해야지. 내 말을 다 듣고 나서도 안철수는 깨끗하고 어쩌고.
정말... 밥이고 뭐고 박 차고 나가버리고 싶었으나, 엄마 얼굴 때문에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앉아 있다가 집으로(그 와중에 자기 할아버지 미 국무부 다녀서 자기집에 국회의원들이 인사오고 했다는 깨알자랑).
넌 대체 뭐니?

그렇게 짜증 만땅인 상태로 집에 오자마자 선 본 이야기를 부모님께 그대~로 전했다.
내 직장인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러는건 정상이 아니라며 절대 만나지 말라는 부모님.

주말을 보내고 정신이 좀 들고나니, 그 남자가 그렇게 욕하는 그 조직이 도대체 무슨일을 하는지가 궁금해 진다. 그 연구원에 한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