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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너를 봤어(김려령)

by 하트입술 2013. 8. 10.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

전작들을 잘 읽었던터라, 국회 도서관에서 <너를 봤어>를 빌렸다.

그런데 이 책. 전작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은 청소년 소설이었는데, 이건 전형적인 성인(?)소설이랄까?

동일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주인공과 다른 구성.
그럼에도 쭉쭉 읽어내려져 가는 것은 같았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흡입력이 있어서 쭈~욱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기에...

<너를 봤어>는 '소설가'들의 이야기다. 소설가와 편집자의 이야기. 소설가들의 이야기.
특히 소설가의 사랑 이야기.

소설. 책. 편집자. 출판사.
그 쪽 업종에 있지 않다면 알 수 없을 내용들과 그 쪽 업종이 어떤지를 유추하게 해주는 내용들.

영재, 수현, 도하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은 아니었지만, 내 연애와 내 사람들 반추하게 해 줬던 <너를 봤어>

그 준 몇 곳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입으로 떠들지 마라. 한번 보여주는 것만 못하다. 입은 닫았을 떄 귀하고 손은 움직일 떄 귀하다. 사람은 위에 있을 떄를 봐라. 아래에 있을 때는 누구나 얌전하다. 존경하되 비굴하지 말고 거느리되 군림하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아요." - 39 page 

영재의 조부가 영재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했다는 말이다. 
잘 알지만 잘 지키지는 못하는 말. 수첩에 적어놨다.  

"시간 걸린다며?"
"막창이래서 죽도록 달려왔지. 똘재야, 작작 먹자."
막창으로 입을 가득 채운 영재가 도하를 쨰려본다.
"매너는 좋네. 물하고 수건은 다 준비해놓고."
"몇번을 말해요, 내가 선배 좋아한다고."
"나도 너 사랑한다."
영재와 도하는 어느새 격 없이 티격태격 반말을 주고받으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고, 나는 그들의 잔이 빌 떄마다 기꺼이 술을 채운다. 도하가 제 잔을 영재의 잔에 소리나게 부딪친다.
"좆도 아닌 문학 한다고 덤볐다가 체지방 영퍼센트 되고. 똘재야, 우리 소설 쓰기 진짜 잘했다, 그치?" - 44 page

"똘재야, 대충 추천사로 가자."
"선배님이 생각보다 업잔데?"
두 사람 호흡이 기막히다. 서로 가장 사랑하면서 가장 자유롭게 놓아둘 사람들. 그러나 언젠가 만나게 될 다른 이성에게는 치명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연인의 사랑과는 다른 모습의 사랑이 연인을 힘들게 할 것이다. 때문에 또다른 사랑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여자가 영재를, 다른 남자가 도하를 대신할 수 없다. 나는 이들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을 어느 먼 날을 미리 본다. 그때 앞자리 남자가 우리에게로 왔다. 녀석들 좀 살살 하지. - 76page

영재가 사랑했던 수현. 수현이 사랑했던 영재. 그들이 함께 했던 사랑.
수현과 영재가 사랑을 시작하기 전, 도하와 영재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봤던 수현.
그리고 수현이 세상을 떠난 뒤 연인이 된 영재와 도하.

간단히 요약하면 막장드라마 같은데, 소설 내용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전혀!

영재와 도하가 수현 앞에서 말장난을 하는 씬.
이 부분을 보며, 친구녀석 하나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짝이었던 최군.
초등학교 때도, 중고등학교 때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던 사이.
으르렁 거리긴 해도 그게 서로를 진짜 싫어하거나 미워해서 한 으르렁이 아니라 티격태격하는 싸움이라고 해야 할까? 귀여운 다툼 정도?

고등학교 때 학원에서 만나도 투닥투닥, 독서실 쉬는 시간에 잠깐 만나서 놀 때도 투닥투닥.
그래도 독서실 땡땡이치고 놀 때 앞 머리 사과머리로 묶어주면 가만히 있고~
수능 봤던 날 외국어영역 채점 안하고 나가서 실컷 놀고 돌아왔을 때, 전화로 답안을 불러줬던 녀석.

논술학원을 다니다가 특차로 붙은 나에게 논술학원에서 받은 자료 다 달라기에 학원에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넘겼더니 그 자료들을 그대로 먹어버린 녀석.

대학교 1학년 때 수시로 만나서 술마시던 녀석. 그러다 서로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기자 소원해 졌다가~
내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술을 잔뜩 마시고 모교로 불러내자(그 때 우리집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바로 옆이었다), 잽싸게 달려나와 그저 곁에 가만히 앉아주었던 녀석.

항상 까불거리기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내 상태가 심상치 않은 걸 본 후 같이 우울해하는 녀석을 보며 꽤나 감동을 받았었는데...

한 때 수시로 만나서 놀던 녀석인데, 이사를 간 후 만나는 빈도가 훅 줄었고, 각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1년에 1~2번 보기도 어려워진 녀석.

서로의 회사가 지하철로 고작 3정거장인데, 얼굴 한번 보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조만간 장가갈 꺼 같은데, 청첩장 줄 때나 얼굴 볼 수 있을 듯하다.

투닥투닥 했던 녀석과의 추억. 온전한 친구니깐 가능했던 관계.
녀석이 급 보고 싶어 지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