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출몰한 국회 귀신.
어제 출근해서 깜깜한 복도를 보고 사진 하나 찍어야지 싶어서, 다른 의원실 친한 동생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다. 우리 방은 나랑 내 윗직급 분들만 출근해서, 그분들에게 이런 사진 찍어달라고 할 순 없었다.
(의원님이나, 남자상사한테 귀신사진 찍어주세요~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자나!!)
그래서 다른 의원실 동생 불러서 찍은! 우리 라인에 친한 사람들이 출근했으면 그들에게 부탁했을텐데 아무도 안 와 있었다. (알고 보니 한명은 출근해서 문 잠궈놓고 있었지만, 보안 표시가 되어 있어 온 줄 몰랐음) 그래서 멀리서 와서 사진 찍어준 동생.
18대 국회 때도 같은 사무실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맨날 무리한 사진 찍어 주느라 고생했는데 의원실이 바뀌고 나서도 찍사의 책임을 다하느라 고생 중인 우리 동생. 미안하고 고마웡!!
그래도 네가 찍어준 사진 중 작품 사진이 참 많단다. 호피무늬 티 입고 본청에 있는 호랑이 박제랑 찍은 사진, 엄청 큰 사슬 무늬 스카프 몸에 칭칭 두르고 찍은 사진, 빨간 원피스 입고 빨간 우산 들고 찍은 사진, 호피원피스 입고 호피 우산 들고 찍은 사진 등등!
어제 다른 의원실 모두 문이 닫혀 있고, 보안표시 떠서 아무도 출근 안한줄 알고 복도에서 사진 찍으며 웃고 떠들었는데, 문 닫고 보안처리 해 놓고 일하던 다른 의원실들이 그 소리 듣고 "재들 또 뭐하나?" 싶었을 듯. 하하하!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으면, 입술 색깔이 진해지고, 노출 수위가 강해지며, 똘짓을 많이 하는데~
왜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스스로 기분 전환을 위해 무언가 새로운 꺼리를 만드는 건지.
어느 순간 스트레스 받으면 빨간 립스틱 바르거나 파인 옷 입고, 이상한 사진 찍고 그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사진을 보다 보니, 국회에 들어온 이후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대학 때도 엽기사진 찍는걸 즐기긴 했으나, 지금과 조금 다른 엽기 사진이었음.
할 일은 겁나 많은데, 일 하기 시러. 엉엉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