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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by 하트입술 2013. 5. 23.
4년전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주말엔 의례히 그렇듯 늦잠을 자고 있는데, 아빠가 날 흔들어 깨웠다.

"**아! 노대통령 돌아가셨데!!!"
"으응~ 나 더 잘래!"

잠결에 난 고 노무현대통령님이 아니라, 와병 중이던 노태우대통령이 서거한 줄 알고 더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이어진 아빠의 말. 

"노태우 대통령 말고, 노무현 대통령!!"
그 말을 들은 난 벌떡 일어나서 TV 앞으로 향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자막...

사실이 아닐거라 믿으며,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다들 사실관계 파악 중이라고... 

반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해서 영화를 예매해 놨던 상황. 그 사이 강남역에는 분향소가 차려졌고,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강남을 들러 분향소에 갔다가 코엑스로 향했다. 친구와 영화를 보는데, 이건 영화를 보는건지 마는건지(그 때 뭘 봤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리곤 저녁에 친한 선배를 만나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며 소주를 퍼마셨다. 노짱이 좋아하셨다던 담배도 한갑 사놓고... 평소에 제일 피하는 술이 소주였는데, 소주가 쓰지 않았던 그 날.

그날 이후 우리는 모두 장례식 준비에 동원이 되었고, 시청 앞에서 조문객들을 받고, 방명록 쓰는 것을 돕고 하다가 보니 장례식 날이 되었다. 시청 앞에 모인 인파. 땡볕에서 멀티비전으로 본 장례식. 장례식에서의 백원우의원님의 고함. 분노와 슬픔이 뒤범벅 되었던 일주일...

그 때가 벌써 4년 전이라니.

2002년 대선 때 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대학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자가 그저 좋았다. 그가 원하는 세상, 바꾸고 싶어하는 세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바램.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날까지 난 권영길을 찍을 생각이었다. 안동 출신의 보수성향의 남자친구와 더 보수성향인 부모님이 '노무현은 안된다' 성화여서 남자친구와 권영길을 찍기로 했던 것.

하지만 대선 전날 정몽준이 공조를 파기했고, 그 기사를 본 후 남자친구와 통화하다가 남자친구가 "내 그럴줄 알았다. 민주당 놈들 다 저런다"는 말에 억울해서 울며불며 통화하다 전화를 끊고(살면서 정치인 때문에 울어본 건 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 유일하다), 다음날 노무현 후보자에게 투표를 했다.

결국 새바람을 일으킨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고, 5년간 부모님한테 "젊은 것들이 나라 망쳤다"는 욕을 먹어가며 버텼다(그 땐 부모님과 뉴스도 함께 안봤다. 뉴스만 보면 욕을 하시니...).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으나, 보수들에게 발목잡혀(특히 조중동) 원하는 만큼의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던 고 노무현대통령. 너무 깨끗하여(이후 이명박 정부를 겪으니 정부 예산 해 먹는 방식도 참 가지가지다), 콩고물을 바랬던 자기 편도 등돌리게 만들었던 고 노무현대통령.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자신이 기반을 다졌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이 누가 되건 상관없다고 했지만~ 그 후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칼을 겨눠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말았던 우리의 대통령.

"상식이 통하기"는 커녕 불통이 되어버린 현 정부를 보며,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더욱 그립다.

하늘나라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실까?

아... 앞으로 남는 4년동안 또 어떤 개악과 만행이 벌어질지. 갑갑하다.

노무현 대통령님 4주기. 그가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