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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Play&Musical

그와 그녀의 목요일(2013)

by 하트입술 2013. 2. 10.



설 연휴 첫날.
수진언니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본 <그와 그녀의 목요일>.

작년, 수진언니가 이 연극이 보고 싶다며, 네이트온으로 연극이 나온 사이트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보러가자고 하고는 예산심의, 대선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올해 다시 한다고 하여, 드디어 본 <그와 그녀의 목요일>.
캐스팅 일정을 보고 배종옥과 조재현이 나오는 날을 택하여 갔는데, 역시! 그녀와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스포일러 포함)
지방 출신, 딸이 대학 가는걸 반대한 부모님. 엄마 같이 살기 싫어서 더 독하게 살아서 국제분쟁 전문기자가 된 연옥.
서울 출신, 좋은게 좋은거라고 하며, 책임 지는 것을 무서워 하며 역사공부에 매진해 역사 교수가 된 정민.

그들은 학생운동이 한참이던 80년대 캠퍼스 도서관에서 만났고,
(학보사를 하며 학생운동에 주도적이던 연옥이 도서관으로 숨어들었다가 만난 사람이 정민)
그 후 20년간 그들은 가깝게 혹은 멀게 함께였다.

친구도 연인도 그렇다고 전남편도 전부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
하지만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은 누구보다 잘 알며... 서로를 위하는 관계.
섹스 파트너라고 하기도 뭐 하고... 연인이라고 하기도 뭐 한...
알 수 없는 관계.

그들이 매주 목요일 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만나기로 했고,
매주 만나는 과정 마다, 그들의 지난 이야기들이 밝혀졌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그녀의 입장, 혹은 그의 입장에서 바라본 같은 상황들.

그녀의 첫경험은 그였고...
그녀의 아이도 그의 아이였으나, 연옥은 정민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연옥이 정민에게 아이 소식을 알리려 편지를 쓰고 있을 때, 정민이 연옥에게 먼저 자신의 결혼소식을 알렸기 때문...

그렇게 연옥은 정민에게 말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아서 키웠고,
결국 둘이 함께 하기로 한 휴가에 아이를 맡길 때가 없어서 데려와 아이가 있음을 정민도 알게 된...

결국 그녀는 상처받기 두려워 그에게 자신의 진심을 단 한번도 전하지 않았고...
그는 책임지기가 싫어서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단 한번도 전하지 않은 셈...
서로의 주변을 멤돌기만 하는 그들~

상처 받기 싫어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않는 연옥과 책임지기 싫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정민.
그들을 보며 내가 겹쳐졌다.

특히 연옥에게 왜 계속 내가 오버랩 된걸까?

마냥 강한척 하나, 사실은 약한 여자.
하지만 약한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더 강한척 하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

연옥과 정민을 보며. 한 녀석이 생각 났다.
아웅다웅 하는 앙숙.
서로 호감이 있는 것을 너무도 잘 아나, 친구의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는 우리.
그 녀석과 내가 20년 간 계속 알고 지낸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라...
결코 바람직한 관계는 아닌데 말이지...

여하튼, 배종옥과 조재현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대학로에서 상영되는 연극과는 또 다른 깊이.
눈빛 하나로 표현되는 심정.

괜히 명배우가 아닌 듯. 좋다. 좋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