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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김선경)

by 하트입술 2011. 1. 31.

전 의원실 옆자리 짝꿍이었던 전비님이 생일선물로 준 책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이 아저씨 센스 없게 자기가 받아서 주지 않고, 울 방으로 직접 배송시켜 버린~ㅋ

그래서 직접 책들고 가서 첫장에 글 써달라고 그랬더니 그가 쓴 글

"내버려 두어라, 네 것이라면 반드시 돌아온다.
 돌아오지 않으면, 그 땐 쏴 죽여버려라...."

이거 머야?라고 물으니,
무슨 뮤지선이 했던 말이라나;;; 난 모르는 뮤지션이므로 패스!

서른에 접어든 내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프롤로그에 써 있었던 말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자책하는 이들, 자주 실망에 빠지고 이 길이 맞나 의심하는 이들, 잘하고 싶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겁이 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이 삶의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날 마흔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낯선 손님을 맞이하듯 당혹스러워 하지 않기를 바란다.                                                                    - 9 page

이제 서른. 10년 후면 마흔.
이 글을 읽고 갑자기 마흔이 급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10년 동안도 난 '이 길이 맞나 의심하며' 살아갈 것 같은...
의심은 하지만 결국 내 의지대로 살면서 말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라고 한다.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한다. 끝을 본다는 것은 곧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데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런데 모든 일을 꼭, 반드시, 끝까지, 잘할 필요가 있을까. 포기는 언제나 나쁜 걸까. 포기보다 더 나쁜 것은 해보지 않고 망설이는 것이 아닐까.                                                                                                                                               - 16 page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꼭 드는 강박. 이것을 끝까지 해야지....
그런데 이런 강박은 어느 순간 사라지며, 시작했던 일을 멈추게 되는 것의 반복.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을 배웠는데, 그 중에 잘하는 건 하나도 없는 나.
어릴 적엔 피아노, 플룻, 미술, 서예, 수영, 태권도를 배웠으며~
커서는 검도와 스쿼시도 배워 보고, 인라인과 보드도 타보고,
헬스와 요가, 밸리댄스는 하다 말다 반복.

남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줄은 아나, 잘 할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
그럼에도 여러가지를 계속 시도함은 천성적으로 넘치는 호기심 탓일까?

아직도 배우고 싶은게 무궁무진한 나.
살사나 탱고도 배워보고 싶고, 와인이랑 커피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보고도 싶고~
글쓰기나 사진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은....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나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나. 반성 또 반성;;;

"인생을 선택하라. 월부금을 짊어진 인생을 선택하라. 세탁기를 선택하라. 자동차를 선택하라. 소파에 앉아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서 정신을 마비시키고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퀴즈쇼를 보는 인생을 선택하라. ......인생을 선택하라. 인생을 선택하라. 하지만 나는 인생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 131 page

책에 나온 <트레인스포팅>에 나온 글. 인생을 선택하라. 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골목길 산책에서 느끼는 기쁨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시인의 말처럼 '관심'을 가질 때만이 기쁨을 즐길 수 있다. 오랜만에 나를 둘러싼 것에 '관심'을 가져보았다.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는 나와 같이 파란 불을 기다려 주는 가로수가 정겹고, 거리의 의자는 다리가 아플 때 쯤 나타나니 고마운 생각이 든다. 사철 쾌적한 쇼핑센터는 남 눈 의식하지 않고 혼자 산책하기 좋으며, 빵집에서 풍기는 빵 냄새는 먹지 않아도 행복하다. 더구나 빵 냄새는 공짜다!
행복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행복은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생겨난다. 불행은 사소한 일들을 무시할 때 생겨난다"고 빌헬름 부쉬는 말했다. 어느 누구의 삶도 특별하지 않다. 다들 근심과 슬픔, 기쁨이 얽힌 일상을 살아간다. 돈, 명예, 권력, 그 어느 것도 완전한 행복을 주지 않는다. 나에게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나를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만드는 일을 찾아보는게 훨씬 현명하다.                                                                                                     - 151~2 page


설 연휴를 앞둔 휴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천천히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평소 같으면, 지하철역까지 걷다 뛰다 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 동네...

모교인 초등학교를 지나가는데 마침 그 때가 등교시간이라,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이 등교를 하고 있었다.
엄마 손잡고 가던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보이는 꼬맹이가 막 뛰어가더니 길이 아닌 곳으로 갔다.

"어~ 저기 길 없는데!"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라.
그 꼬맹이는 자기 허리정도 오는 담을 훌쩍 뛰어넘어 학교 정문으로 쏙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곤, "저 꼬맹이 힘이 넘치네! 귀엽다!"란 생각을 하다가, 문득 되돌아보니 나 또한 그런 꼬맹이였던게 생각났다.
멀쩡한 정문, 후문 놔두고 일부러 높은 담으로 넘어다녔던 내 어린시절.

등교길 꼬맹이들 보고 가슴이 따뜻해 지는 그런 느낌? ^^

작년부터 나도 모르게 일상에 감사하는 일이 많아진다.

명일역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에 감사하고,
퇴근길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작은 공원에 감사하고,
아파트에 들어설 때 울창한 나무들에 감사하고...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질 때 행복해 진다는 말. 그 말은 진리인듯 하다.
오늘 날 행복하게 해준 꼬맹이 후배님! 고마워! ^^

혹자는 출판계에서 나이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 마케팅에 치중한 책 중에도 좋은 책은 참 많은 것 같다.

작년과 올해 읽어본 책들을 보면 그렇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