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책을 접하는 통로는 거의 의원회관 1층에 위치한 의원열람실이다.
이 책 또한 의원열람실에서 고른 책!
2년 전인가 3년 전 쯤 <컬쳐코드>라는 책을 읽었었다, 미국의 컬쳐코드에 대하여 가볍게 쉽게 풀어썼던 책. 난 미국인이 아닌지라, 책을 읽으면서도 100% 공감하면서 그리고 이해하면서 읽지는 못했지만, 몇가지 컬쳐코드를 가지고 미국을 분석해 낸 책은 꽤나 재미있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컬쳐코드>도 그 책과 비슷할 것이라 예측을 하고 빌렸다.
빌리고 나서 책 표지를 펼치니, 저자는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주창윤 교수.
저자가 교수네... 쫌 딱딱할 수도 있겠는걸~ 이란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는데... 역시나 <컬쳐코드>만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컬쳐코드를 분석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컬쳐코드>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우리 사회의 문화코드와 시대정신
1 유목민 코드
01 가상공간과 사이버 게릴라 공동체
유랑하는 주체들의 집합
02 인터넷 게릴라와 놀이족
온라인 뉴스 게릴라 | 촉각과 즉시성|'나만의 집'만들기
놀이와 참여 | 댓글 : 논쟁과 놀이
03 인터넷 공간의 젠더 정치학
여성 호명하기 | 온정주의 성차별
2 참여 코드
01 참여세대의 등장
전후 세대 문화의 형성 | 참여세대의 성격
참여세대의 의식과 행위
02 2002년 게릴라 전사들
붉은악마 | 월드컵의 사회문화적 의미 | 노무현과 노사모
03 촛불의 게릴라전
촛불집회의 전개 | 광우병 촛불의 기동전
04 의례를 통한 저항
3 몸 코드
01 표류하는 몸
02 대상으로서의 몸, 욕망으로서의 몸
시선애착증 | 나르시시즘
03 소녀와 짐승
4 섹슈얼리티 코드
01 바라봄의 대상으로서 섹슈얼리티의 진화
메트로섹슈얼 | 위버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 | 초식남의 등장
02 위장된 동성애의 코드 변환
감춤 속의 드러냄, 드러냄 속의 감춤
시각적 즐거움으로서 남성 동성애
03 팬픽: 소녀들의 환상 놀이
인형 놀이 | 가면 놀이
5 역사적 상상력 코드
01 상상의 역사
'거시기'로서의 역사 | 상상적 역사서술 | 스펙터클의 역사
02 멜로의 역사
03 고구려 민족주의
민족주의의 소환
에필로그 게릴라 정신과 놀이 정신
참고문헌
지하철에서 읽다가 손에서 뗄 정도로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진중한 느낌의 책.
책일 읽다가 유독 눈길이 간 것은 2장 참여코드이다. 어떻게 참여가 활성화 되었는지 부터 시작하여 촛불집회까지 깔대기 형식으로 파고 들어가는 내용. 깔끔히 정리된 내용을 보니 왜 일련의 그러한 일들이 벌어졌는디 비로소 이해가 같다... 어떻게 촛불집회라는 것이 활성화 될 수 있었는지...
"참여세대가 만들어낸 장소인 광화문 광장이나 시청 앞 광장 등은 이전 세대의 의례 장소와는 달랐다. 이전 세대는 특정집단(주로 대학생)이 자주 가는 대학가나 대학로로 장소가 한정 되었지만, 광화문이다 시청 앞 광장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계층과 세대를 넘어서는 의례 장소로 광장이 새롭게 발견 된 것이다."
"참여세대의 연령 범위가 기존 세대보다 넓고, 대표적 인물이 대중문화 생산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이념 지향성을 어느 하나만 집중하지 않게 했다. 따라서 참여세대의 이념 지향성은 단일하게 규정되지 않는다. 이것은 이전 세대의 이념 지향성과 다른 것이다. 참여세대의 이념형은 민족주의, 자유주의, 반미, 개혁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공유했던 사회 통합의 가치는 민족주의였고, 인터넷과 같은 매체 소비와 상품 소비는 자유주의적 성향을 띄었으며,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가치는 반미였다. 또한 노무현의 출현 이후 기성 가치에 대한 변화는 표출되었다. 이것은 기존세대 문화가 가졌던 이념 지향성을 통합한 것이었다."
"촛불집회는 촛불 문화제나 촛불 축제로 열리기도 했다. 의례를 통한 저항은 단순히 스타일의 저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항의 형식과 내용은 새롭게 만들어졌고 저항의 대상도 분명했다. 이것은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적 집단 기억이 월드컵을 통해서 매개되었고, 인터넷의 확대로 확장된 것이었다. 또한 세대와 세대가 만나면서 집단 기억을 공유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참여의 코드가 2000년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핵심 어휘 중의 하나였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촛불집회가 한참이던 2008년 봄과 초여름 난 대학원생이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학원신문사 편집위원 활동을 겸하는 대학원생. 한달에 한번 타블로이트판 16면의 대학원신문을 만들며 대학원을 다니느라 넋이 나가 있었지만, 촛불집회에는 꽤나 많이 참석했었다. 대학원신문사 사람들 혹은 학과 사람들 혹은 동네 친구와 함께!
2008년 6월 10일. 그 날은 대학원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대학원 동기, 선후배들 그리고 교수님까지 하나가 되어 나갔다. 그리고 촛불을 켜고 광화문에서 서대문을 지나 서울역까지, 그리고 서울역에서 남대문을 지나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경찰청 앞에서 분노에 찬 소리지르던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었던 사람들...
현재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그 때가 아득하기만 하다. 그때보다 민주주의는 더 쇠퇴했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들... 너무나 큰 자극들이 연이어 있어서 그럴까? 이젠 왠만한 것에는 놀라지도 않는 것 같다.
"개구리를 삶을 때, 끓는 물에 넣으면 개구리가 바로 튀어오르지만, 개구리가 들어가 있을 떄 물을 서서히 끓으면 그 안에 그대로 있다가 삶아진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점점 온도가 올라가는 물 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멍 하니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을 보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